[기자의 눈] 유명커피전문점 텀블러서 발암물질 '납' 검출...'선의의 역설' 없애는 환경정책 계기 삼아야

오철민 / 기사승인 : 2019-07-17 11:38:57
엠제이씨·파스쿠찌·할리스커피·다이소 텀블러서 '납' 검출
용기 외면 코팅된 페인트서 검출...업체, 자발적 회수
소비자원, 외부 표면 기준 부재 식약처에 제정 요청

[메가경제 오철민 기자] '텀블러 표면에서 발암유발물질 '납' 다량 검출. 그러나 기준 없어 처벌도 불가.'


선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거나 실행한 행위나 정책이 오히려 나쁜 결과를 맺을 때 ‘선의의 역설’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환경보호를 위한 선의가 오히려 다른 부작용을 나타내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16일 소비자원이 발표한 텀블러 외부 표면 납 검출 소식도 바로 그런 ‘선의의 역설’의 경우에 해당할 듯하다.


최근 국내에는 보온·보냉 텀블러의 사용 빈도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강화되고 환경 보호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구입·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환경보호를 위해 선의로 자주 사용해온 텀블러에서 발암물질인 납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정작 텀블러 외부 표면에 대한 유해물질 기준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은 16일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페인트 코팅 텀블러 24개 제품을 대상으로 유해물질 안전성 및 표시실태를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의 용기 외부 표면에 코팅된 페인트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어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출처= 한국소비자원]
텀블러 납 검출 제품 및 시험 결과 [출처= 한국소비자원]


조사대상 24개 중 4개 제품의 코팅된 페인트에서 납이 최소 4078mg/kg ∼ 최대 7만9606mg/kg 수준으로 검출됐다. 판매처별로는 커피전문점 판매 텀블러 9개 중 2개 제품, 생활용품점 판매 텀블러 3개 중 1개 제품, 온라인 판매 텀블러 5개 중 1개 제품에서 납이 나왔다.


엠제이씨에서 판매한 ‘리락쿠마 스텐 텀블러(얼굴, 350ml)’에서 7만9606mg/kg, 파스쿠찌에서 판매한 ‘하트 텀블러’에서 4만6822mg/kg, 할리스커피에서 판매한 ‘뉴 모던 진공 텀블러(레드)’에서 2만6226mg/kg, 다이소에서 판매한 ‘S2019 봄봄 스텐 텀블러’에서 4078mg/kg의 납이 검출됐다는 것.


커피전문점 선정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정보시스템 가맹점수 상위 업체 및 직영 매장수 상위 업체 중 페인트 코팅 텀블러 판매업체(가맹사업자 7곳, 직영사업자 2곳)를 대상으로 했다고 소비자원은 설명했다.


4개 업체는 소비자안전 확보를 위해 자발적으로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지하고 회수했다고 소비자원은 덧붙였다. 하지만 유명 커피전문점들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매우 높다. 그런 만큼 이같은 납 검출 자료는 소비자들을 더욱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소비자원은 텀블러 페인트 코팅 부분의 납, 카드뮴 함량 기준이 아직 없어 산업통상자원부의 ‘어린이제품 공통안전기준’ 고시를 준용해 이번 시험검사를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은 소비자들을 더욱 더 당황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 아직 이같은 기준조차 마련되어 있다는 게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된 텀블러에서 납이 검출된 부분은 외부 표면이었다. 유해물질 함유 시험 결과, 조사대상 24개 중 4개(16.7%) 제품의 용기 외부표면에 코팅된 페인트에서 다량의 납이 검출됐다.



[출처= 한국소비자원]
국내외 유해 중금속 함유량 관련 규제 현황 [출처= 한국소비자원]


납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인체발암가능물질(2B)로 분류하고 있는 물질이다. 어린이 지능 발달 저하, 식욕부진, 빈혈, 근육약화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속(스테인리스) 재질 텀블러의 경우 표면 보호나 디자인 등을 위해 용기 외부 표면을 페인트로 마감 처리한 제품들이 다수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페인트에는 색상의 선명도와 점착력 등을 높이기 위해 납 등 유해 중금속이 첨가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품 용기 외부 표면에 대한 유해물질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


텀블러는 ‘식품위생법’ 및 ‘기구 및 용기·포장의 기준 및 규격’에 따라 식품용기로 분류된다. 그러나 현재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면에 대한 유해물질 기준은 있으나 식품과 접촉하지 않는 용기 외부 표면에 대한 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식약처 고시는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면에 한하여 납은 0.4mg/L 이하, 카드뮴은 0.1mg/L 이하로 용출량을 제한하고 있고, 합성수지제, 가공셀롤로스제, 종이제, 전분제 기구 및 용기·포장에 사용되는 재질의 경우에는 납, 카드뮴, 수은 및 6가크롬의 합을 10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식품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용기 외부 표면의 페인트 코팅에 대한 규제는 부재한 상태다.


납 노출을 줄이기 위해 국내에서도 어린이제품(페인트 및 표면 코팅된 제품 90mg/kg 이하), 온열팩(300mg/kg 이하), 위생물수건(20mg/kg 이하) 등 피부 접촉 제품에 대해 납 함량을 규제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에도 캐나다는 페인트 및 표면 코팅된 모든 소비자 제품에 대해 납 함량을 제한(90mg/kg 이하)하고 있다.


텀블러는 물·주스·주류 등 음료를 마실 때 사용하는 원통형의 컵으로, 손잡이가 있는 ‘머그’와 달리 ‘텀블러’는 손잡이가 없는 것을 지칭한다. 텀블러 사용은 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도 즐겨 사용하는 제품이다. 표면 코팅된 페인트에 납이 함유되어 있을 경우 피부·구강과의 접촉, 벗겨진 페인트의 흡입·섭취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텀블러 등 식품용기 외부 표면에 대한 유해물질 관리 기준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텀블러 등 페인트 코팅 식품용기 외부 표면에 대한 유해물질 관리 기준의 마련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텀블러 외부표면 납 검출 결과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 등 환경보호정책은 불가피하고 소비자들의 노력도 요구된다. 하지만 오히려 그같은 노력을 하는 소비자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등 장차 건강을 위협받는다면 심각한 문제다. '선의의 역설'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환경정책의 전제조건으로 생활용품 등에 대한 촘촘한 안전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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