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LA서도 포효하겠습니다"…90초 승부서 승리한 스타트업 3곳

심영범 기자 / 기사승인 : 2026-08-26 11:08:24
알리바바닷컴,‘CoCreate Pitch 2026 Korea Final’진행
12개 팀, 글로벌 진출 놓고 정면 승부
브이터치 등 상위 3개팀, 9월 LA 글로벌 서밋행

[메가경제=심영범 기자]“90초입니다.”

 

지난 25일 서울 동대문 노보텔 앰배서더에 마련된 결선 무대. 스타트업 대표들이 차례로 단상에 오를 때마다 발표 화면의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짧은 시간 안에 제품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얼마나 팔릴 수 있는지까지 설명해야 했다.

 

말을 길게 이어갈 여유는 없었다. 기술 설명에 시간을 많이 쓰면 사업성이 부족해지고, 시장 이야기에 집중하면 정작 핵심 기술이 무엇인지 전달하기 어려웠다. 발표자들은 제품의 핵심 기능과 차별점, 시장 규모와 성장 가능성을 압축해 쏟아냈다.

 

▲ ‘CoCreate Pitch 2026 Korea Final’ 시상식 후 수상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심영범 기자]

 

25일 알리바바닷컴이 주최한 서울 동대문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열린 글로벌 창업경진대회 ‘CoCreate Pitch 2026 Korea Final’ 현장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벌이는 짧고 치열한 경쟁의 무대였다. 이번 대회에는 1800여개 지원팀이 몰렸고, 이 가운데 선발된 12개 팀이 최종 결선에 진출했다.

 

이날 발표장에는 예비 창업자부터 이미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중소기업까지 다양한 단계의 기업들이 자리했다. 분야도 AI, 헬스케어, 친환경 소재, 뷰티 등으로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무대에 오른 이유는 하나였다.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을 넘어 해외에서 새로운 고객과 판로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심사위원들의 질문도 단순히 “기술이 무엇인가”에 머물지 않았다. 실제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지,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사업 규모를 얼마나 키울 수 있는지가 주요 관심사였다. 혁신성과 시장 잠재력, 글로벌 확장성, 팀 역량과 성장성, AI 활용 가능성 등이 평가 대상으로 제시됐다.

 

무대 오른 순간, ‘기술’보다 ‘시장’을 설득해야 했다

 

이날 대상의 영광은 브이터치가 차지했다.

 

브이터치가 꺼내든 카드는 ‘음성’이었다. 다만 일반적인 음성인식 기술과는 달랐다. 시끄러운 공간에서도 사용자의 목소리만 골라낼 수 있는 근접 음성 감지 기술이었다.

 

김석중 브이터치 대표는 AI가 일상에 깊숙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든 AI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술을 구현한 형태는 반지였다.

 

사용자가 반지를 입 가까이에 대고 말을 하면 사용자 음성을 감지하고, 주변 소음이나 TV에서 나오는 음성 등은 걸러내는 방식이다. 버튼을 누르거나 별도의 호출어를 말하는 과정도 줄였다.

 

발표 현장에서는 음성 명령만으로 음악을 재생하고 제어하거나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조작하는 모습도 소개됐다.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누르는 대신 손가락에 낀 반지에 대고 말을 하는 것. 브이터치가 제시한 사용 장면은 단순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시장은 AI 음성 인터페이스였다.

 

김 대표는 “보이스 타이핑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AI에게 말만 할 수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아진다”며 반지를 음성 입력을 위한 직관적인 폼팩터로 제시했다.

 

브이터치는 기술의 활용 범위도 넓히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및 연세대 심리학과와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임상 연구를 위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절차도 밟고 있다.

 

결국 심사위원들의 선택은 브이터치였다. 12개 팀 가운데 1위를 차지하며 LA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 블루에이펙스 김병건 대표가 사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심영범 기자]

 

“운전대를 빼앗는 대신 AI를 태우겠다”

 

2위에 오른 블루에이펙스의 발표에서는 기술보다 문제의식이 먼저 등장했다.

 

김병건 대표는 고령 운전자 문제를 설명하며 “운전을 그만하고 면허를 반납하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누군가에게 운전은 이동이자 생계이고 독립”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놓은 해법은 ‘AI 동승자’였다.

 

블루에이펙스의 ‘길동이’는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와 차량 정보를 활용해 전방 도로 상황과 운전자 상태 등을 분석한다. 그리고 운전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순간 음성으로 알려준다.

 

예를 들어 전방 상황이나 신호 등 운전자가 놓치기 쉬운 정보를 AI가 분석해 필요한 시점에 알려주는 방식이다.

 

블루에이펙스가 바라보는 시장은 최신 기능을 갖춘 신차가 아니었다. 오히려 도로 위에 훨씬 많이 남아 있는 기존 차량이었다.

 

최신 운전자 보조 기능이 탑재된 신차와 10년 이상 운행된 기존 차량 사이에는 상당한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차량을 새로 구매하지 않고도 AI 기반 운전 보조 기능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판단이다.

 

김 대표는 이날 본지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감시당하는 느낌이 아니라 동승자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이름을 길동이라고 지었다”며 “택시 운전사나 어르신들을 인터뷰해보니 손님과 스몰토크를 하면 덜 지루하고 운전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자 운전할 때도 길동이라는 친구가 어르신들의 동승자 역할을 잘했으면 좋겠다”며 “그런 방향을 기업 철학으로 삼고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김제필 에이드올 대표가 사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심영범 기자]

 

3위 에이드올 “로봇이 길을 찾아주는 시대”

 

3위에 오른 에이드올은 이동 약자를 위한 자율주행 길안내 로봇 '베디비어'를 선보였다.

 

주요 타깃은 시각장애인과 고령자다.

 

로봇은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장애물과 보행자의 움직임에 맞춰 이동 경로를 조정한다. 이날 공개된 시연 영상에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마켓 스트리트를 이동하는 로봇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보행자와 어린이 등을 인식하고 경로를 바꾸는 모습이 소개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AI를 넘어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며 사람의 이동을 돕는 AI라는 의미다.

 

기술의 핵심으로는 뉴로모픽과 뉴로심볼릭 AI 기반의 초고속 피드백 제어 기술을 제시했다.

 

에이드올에 따르면 환경 인지는 초당 350회, 제어 신호 생성은 초당 15회가량 이뤄진다. 여러 정보 처리 채널과 바이패스 경로를 구성해 연산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후속 연산을 통해 빠르게 보정하도록 설계했다.

 

김제필 대표는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약 0.05초 내 수정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정확도 역시 중요한 문제였다. 회사 측에 따르면 국토 기준점을 기준으로 약 80㎝ 수준의 오차 범위를 보인다.

 

하지만 에이드올이 강조한 것은 숫자만이 아니었다.

 

실제 사용자를 만났다는 점이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약 170명의 전맹 시각장애인을 만나 제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로봇이 계단이나 턱을 직접 넘어가는 방식보다 이용자가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택했다.

 

김 대표는 이날 본지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베디비어와 관련해 "기존 자율주행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형태에 조금 더 가까운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 베디비어는 사전에 구축한 고정밀 3차원 지도에 의존하지 않고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지하며 이동한다"라며 " 기존 자율주행 로봇은 주행 공간을 미리 3차원으로 스캐닝하고 지도를 구축한 뒤 해당 정보를 기반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베디비어는 생체모사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이 같은 한계를 보완했다. 회사 측은 뉴로모픽·뉴로심볼릭 AI를 기반으로 주변 환경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변화에 따라 실시간으로 대응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기술만으로는 부족…“해외에서 팔 수 있느냐”가 관건

 

이날 현장에서 확인된 공통점은 기술의 종류가 아니라 발표 방식이었다.

 

참가 기업들은 기술 자체보다 ‘이 기술이 누구의 문제를 해결하는가’에 집중했다.

 

브이터치는 음성 인터페이스의 불편함을, 블루에이펙스는 고령 운전자와 기존 차량의 기술 격차를, 에이드올은 시각장애인과 고령자의 이동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결국 심사 무대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의 화려함만이 아니었다. 기술이 실제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얼마나 넓은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었다.

 

12개 팀의 발표는 각기 달랐지만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국내에서 제품을 만들고 국내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해외 바이어를 만나고 글로벌 판로를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알리바바닷컴이 이번 행사를 마련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참가 기업들이 글로벌 B2B 플랫폼과 해외 바이어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도록 지원하는 것이 대회의 주요 목적이다.

 

이날 입상한 상위 3개 팀에는 단순한 수상 이상의 기회가 주어진다. 브이터치, 블루에이펙스, 에이드올은 오는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CoCreate 글로벌 서밋’에 참가해 해외 스타트업들과 다시 경쟁한다.

 

한국 결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또 한 번 사업성과 기술력을 검증받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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