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의 산업보안이야기]⑲ 합리적인 비밀관리를 위한 산학연계 산업보안컨설팅 확대가 필요하다

박정인 / 기사승인 : 2022-11-15 0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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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8일 시행된 개정 영업비밀보호법 이전에는 비밀관리성 정도를 ‘상당한 노력’으로 비밀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였는데, 이 기준은 자금사정이 좋지 못하여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충분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에 부담이 되었다.

이에 개정법은 ‘상당한 노력’을 ‘합리적 노력'으로 완화하여 회사의 사정에 적합한 적절한 노력을 하였는지 요구하다가 2019년 1월8일 시행된 법에서는 이를 개정하여 ‘합리적 노력’이 없더라도 비밀로 유지되었다면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실제 실무적으로 ‘합리적 노력’과 ‘단순한 비밀관리’의 차이는 구별하기 어렵다. ‘합리적 노력’여부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누구나 인식 가능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를 가지고 판단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비밀로 관리를 한다는 것은 허가되지 않은 자의 접근과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써 이것이 누구나 인식 가능한 상태인지를 법원이 판단할 때에는 ▲물리적‧기술적 관리 ▲인적‧법적 관리 ▲조직적 관리가 해당 비밀을 어떻게 관리하고자 하였는지 경영자로서 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조치가 합리적이었는지 여부는 영업비밀 보유 기업의 규모, 해당 정보의 성질과 가치, 해당 정보에 일상적인 접근을 허용하여야 할 영업상의 필요성이 존재하는지 여부, 영업비밀 보유자와 침해자 사이의 신뢰관계의 정도, 과거에 영업비밀을 침해당한 전력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판례에서는 고객정보를 영업비밀로 인정하면서 직원 4명, 연간매출액 2억원 정도의 항공권이나 호텔 등을 미리 예약하게 하는 소규모 회사로써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이사로 근무하면서 단체 항공권 예약, 현지 호텔수배 및 예약, 환전, 여행자 보험가입, 고객인솔 등의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고객정보가 영업비밀이라는 그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즉, 피고인이 퇴사한 직후 피해자 회사는 이 사건 고객정보에 대한 피고인의 접근을 차단하였으나 피고인은 이를 예상하고 퇴사 직전 이 사건 고객정보를 미리 다운로드받았기 때문에 피해자 회사는 영업비밀의 유출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며(의정부 지법 2016.9.27.선고 2016토1670판결) 비밀로 보호해 온 증거로써 다음 세가지 증거를 제시하였다.

첫째, 피해자 회사가 행사와 관련된 정보(개최장소, 개최일시, 여행일정 등)는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인의 접근을 허용하였으나 고객들의 성명, 소속업체, 직위, 이메일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이 포함된 이 사건 고객정보는 별도 관리하면서 피해자 회사 직원들에게만 접근을 허용하였다.

둘째, 피해자 회사는 네이버 주소록으로 작성된 정보는 법인 계정으로 관리하였고, 구글 스프레드 시트로 작성된 정보는 초대기능을 활용, 피해자 회사 직원들만 초대하는 방법으로 일반인 접근을 차단하였으므로 기술적 관리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셋째, 네이버 계정과 구글 계정은 모두 피해자 회사의 대표가 관리하였으므로 조직적 관리가 이루어졌다.

퇴직자에 의한 영업비밀 유출은 연구‧개발 부서의 직원 또는 영업비밀 관리부서의 직원이 퇴직할 경우 많은 편으로, 이와 같은 비밀을 보호하려면 사전에 영업비밀에 대한 철저한 인수인계를 실시하고 영업비밀 관련 서류 및 프로그램 등 일체를 반납하도록 하며, 집에서 작업한 서류 등의 반납 및 파일삭제 확인서를 받아두어야 한다.

그밖에 영업비밀유지 의무 또는 전직금지의무에 관해 상기시켜 주고,해당 위반에 대한 관련 처벌규정을 설명해주어야 한다.

즉, 비밀관리의 수준보다 비밀인지 여부를 알게 했는지가 더 중요한 부분이라 할 것인데, 듀퐁사가 건설 중인 바몬드공장에 대한 항공촬영을 한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가 건설현장을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나 덮개 등을 설치하지 않았으므로 비밀관리성 요건을 만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는 예측하기 어렵고 방어 불가능한 스파이 행위(항공촬영)를 차단하기 위하여 미완성의 공장을 지붕으로 덮는 것은 거액의 자본지출이 요구되며, 또한 그 정도의 완벽한 비밀관리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피해회사가 피고인으로부터 회사기밀유지 각서를 제출받은 사실이 있지만 영업비밀이 저장된 컴퓨터는 비밀번호도 설정되어 있지 않고, 별도의 잠금장치도 없어 누구든지 컴퓨터를 켜고 자료를 열람, 복사할 수 있었다. 또 백업된 CD가 담긴 서랍을 잠그지 않고 항상 열어두었기 때문에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이를 이용할 수 있었던 사실 등이 있어서 피해회사가 기밀유지 각서를 제출받은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자료가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됐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볼 때 기업이 각서 하나로 모두 해결하려고 하는 비밀관리의 수준은 노력을 소홀히 한 것으로 보므로 최소한의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어찌했든 기업비밀이 경쟁업체에 유출되면 영업상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고 그 손해는 대부분 되돌릴 수 없다. 비밀관리 요건이 완화되어 있는 현재, 산업보안전문인력에 의한 중소기업들을 위한 산업보안 컨설팅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박정인 단국대 연구교수·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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