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통합 서열 노사 합의해야"…대한항공 "인사권 고유 권한"
조정 결렬 시 쟁의권 확보…10년 만에 조종사 파업 가능성
[메가경제=심영범 기자]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두고 양사 조종사들의 통합 서열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파업 위기로 번지고 있다. 통합 이후 기장 승격 순서와 임금·수당 등에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시니어리티'를 어떤 기준으로 정할지를 두고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KAPU)은 지난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가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한 것은 2015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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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두고 양사 조종사들의 통합 서열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파업 위기로 번지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
노조는 2024년 단체협약과 2025년 임금협약을 놓고 사측과 교섭을 이어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쟁의 절차에 돌입했다. 앞서 2015년에도 임금협상 결렬을 계기로 노동쟁의 조정이 신청됐으며, 이듬해인 2016년 12월에는 7일간의 파업이 진행됐다.
이번 교섭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의 통합 서열이다.
조종사에게 서열은 단순한 근속연수 개념을 넘어선다. 기장 승격 시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기본급과 선임기장·수석기장 수당 등의 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기장 임명 시점에 따라 임금과 수당의 격차가 장기간 누적될 수 있어 통합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나의 항공사로 통합되면서 기존에 별도로 관리해온 조종사 서열을 어떤 기준으로 통합할지를 놓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유다.
노조는 현행 단체협약을 근거로 통합 서열을 노사가 함께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체협약 제24조에는 "회사는 노사 합의로 정한 운항승무원 서열순위 제도를 준수한다"고 규정돼 있다. 노조는 이를 근거로 통합 과정에서도 조종사 서열을 일방적으로 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기장 승격 순서가 장기간 임금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노조 측은 "기장 임명일은 기본급 체계는 물론 선임기장·수석기장 수당의 기산점이 되고, 그 격차는 정년까지 누적된다"며 "서열의 근거를 당사자들이 납득하지 못한 채 확정되면 그 불신은 결국 조종실 안으로 옮겨간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통합 서열과 승격 기준을 결정하는 것은 회사의 고유한 인사권이라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외부 컨설팅 등을 거쳐 대한항공 조종사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승진 서열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노조가 대한항공 출신 조종사의 우선 승진을 요구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의 기존 경력과 자격을 인정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통합 이후에도 양사 조종사의 기존 내부 서열을 유지하는 방안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의 기존 기장 승격 요건이나 상대적인 서열을 변경하지 않는 만큼 대한항공 조종사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양사의 부기장 채용 당시 적용한 비행 경력 기준도 회사 측 주장의 근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민간 경력 부기장 채용 과정에서 각각 1000시간과 300시간의 비행 경력을 기준으로 적용해왔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기존 경력 기준을 반영할 경우 대한항공 조종사가 기장 승격에서 평균 3년3개월가량 앞서게 돼 기존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승격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열 외에도 임금과 근무환경 개선 역시 노사 간 주요 쟁점이다.
노조는 임금 3.3% 인상을 비롯해 10시간 이상 비행한 뒤 현지에서 30시간 이상 휴식하는 제도를 모든 노선에 적용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출두 시각부터 비행 수당을 산정하는 방안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노조는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대한항공 회장 자택 인근 등에서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기간은 노동쟁의 조정 신청일로부터 15일이다. 노사 합의가 있을 경우 15일 연장이 가능하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앞서 지난 4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만큼 조정이 결렬될 경우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다만 파업이 현실화하더라도 항공운송사업은 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전면적인 운항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노사가 정한 필수유지업무 수준의 운항은 계속돼 실제 항공편 운항 차질 규모는 쟁의행위 방식과 필수유지업무 범위 등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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