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분쟁ⓛ] 비철금속 세계 1위 기술력, 중국에 넘어가나

이동훈 / 기사승인 : 2024-09-19 11: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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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국가 기간 산업 미래 놓고 벌어지는 격전?
또 다른 하이디스가 될까? 전략기술 유출 우려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국 대표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단순한 기업 내 갈등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 자본에 의한 기술 탈취 의혹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국가 경제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까지 비화되는 실정이다. 메가경제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이를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시사점을 심층 분석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편집자 주]

 

19일 관련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영풍과 최대주주인 장씨 일가 등 특수관계인은 지난 12일 주주 간 계약을 통해 MBK 주도로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기로 합의했다. 또 소유 지분 일부에 콜옵션을 부여해 MBK가 최대주주가 되도록 했다. 고려아연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주주 역할을 MBK에 위임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사진=MBK파트너스, 연합뉴스]

MBK파트너스는 이달 13일 고려아연 공개매수신고서를 제출했다. 장씨 일가가 지배하는 영풍과 함께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 보통주를 최소 144만5036주에서 최대 302만4881주를 매수하기로 했다. 발행주식수의 6.98%~14.6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공개매수는 이날부터 내달 4일까지 진행될 계획이다.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MBK-영풍의 합산지분율은 40.1~47.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경우 현재 고려아연의 지배권 구조는 완전히 바꿔어진다. 고려아연은 영풍측이 33.13%, 고려아연측이 33.99%를 보유하고 있다.

MBK-영풍은 최대주주 지위를 활용,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지만 변수는 자사주(2.39%)와 국민연금(7.57%) 보유 지분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은 없지만, 자사주를 교환해 의결권을 증대하는 방법이 있다.

MBK는 13일 고려아연 공개매수기간 동안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을 금지시키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현재는 2조원 규모의 공개 매수를 통해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MBK파트너스 공개매수가격이 PER 24배를 적용한 가격이란 것이 알려지면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사모펀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다수 자금회수(엑시트) 즉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차익 실현이다. PER(주가수익비율) 24배를 적용한 공개매수 가격이다보니, 구조적으로 엑시트가 쉽지 않은 모양새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을 인수해 중국 측에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아연, 연 등 비철금속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경쟁력의 거점인 온산공장은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이자 세계 최대 생산 능력을 갖춘 제련소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아연은 주로 철 제품의 부식을 방지하는 도금 또는 합금 소재로 많이 사용돼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고 있다.

미중 갈등에 따른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무한 돈풀기로 선진 기술 확보에 나선 중국으로서는 충분히 탐낼만한 기술이라는 주장이다.

현대전자의 LCD사업부였던 하이디스는 현대전자가 부도 처리된 뒤 분사되어 2002년 중국의 비오이그룹에 이어서 2008년 대만의 이잉크사에 연이어 매각됐다.

BOE가 하이디스 인수를 추진할 당시 기술유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매각을 밀어붙였다.

BOE는 인수 직후 하이디스가 보유한 기술을 바탕으로 LCD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기술공유를 내세워 하이디스와 전산망을 통합했다. 이를 통해 하이디스가 보유하고 있는 핵심 기술 4331건을 빼가고, 인수 4년 만에 회사를 부도 처리했다.

그 결과 중국 BOE는 LCD산업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앞지를 만큼 성장 가능했다고 업계는 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LCD산업에서 완전히 철수했거나 진행 중이다.

이잉크 역시 하이디스가 법정관리 중 개발한 광시야각기술(FFS)을 이용해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로열티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나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FFS 특허에 로열티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377명이던 하이디스 근로자는 순차적으로 모두 해고됐고 이 과정에서 근로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한편 MBK는 이런 논란에 대해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MBK가 최대주주와 함께 시장을 통해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경영권을 공고히 하기 위함”이라며 “적대적인 행위, 경영권 탈취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MBK는 이어 “직원고용도 당연히 종전과 같이 유지됨은 물론, 앞으로도 지역사회의 고용창출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BK는 중국 자본 논란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에 따라 2005년 설립돼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국내 사모펀드’이며, 중국계 펀드가 아니다”라며 “MBK 파트너스 펀드에 출자하는 유한책임투자자(LP)들은 국내 및 세계 유수의 연기금들과 금융기관들로서, 중국계 자본이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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