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막는 입찰지침, 수의계약 부른다…'성수동 재개발' 잇단 잡음

윤중현 기자 / 기사승인 : 2026-04-23 11:36:25
성수4지구 실적 조건 강화 등 입찰지침 논란
건설사들 "조합 과도한 요구"...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도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경쟁입찰을 내세운 시공사 선정이 실제로는 단독 응찰과 수의계약 수순으로 흘러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조합이 입찰 조건을 강화해 경쟁 문턱을 높이고, 건설사들이 사업성에 따라 선별적으로 참여하면서 경쟁입찰이 형식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전경 [사진=대우건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시공사 선정을 경쟁입찰로 하도록 정하고 있고, 2회 이상 경쟁입찰이 유찰된 경우에만 수의계약을 허용한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지난 2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참여해 경쟁 구도를 만들었지만, 서울시와 성동구는 이후 입찰을 무효로 판단했다. 서울시는 두 건설사가 조합원 대상 개별홍보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봤고, 조합 역시 대의원회 의결과 공공지원자 사전 검토 등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성수4지구 재개발은 성수동2가 1동 일대 약 8만9828㎡를 지하 6층~지상 64층, 1439가구 규모로 정비하는 사업으로, 총공사비는 1조3628억원이다.

 

이후 조합은 지난 4월 1일 재입찰 공고를 내고 절차를 다시 시작했지만, 새 입찰 조건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조합은 입찰참여 안내서에 ‘서울 시내 하이엔드 1000가구 이상 준공 실적’ 등의 조건을 추가했고, 별도의 추가 이행각서 제출도 요구했다. 이 각서를 두고 일부 조합원과 업계에서는 특정 건설사에 불리한 구조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고, 성동구청도 관련 민원을 접수해 안내서와 각서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성수4지구는 5월 26일 입찰 마감을 앞두고 있다.

 

성수1지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은 조합장을 둘러싼 업무상 배임 의혹과 입찰 구조 공정성 논란이 이어졌고, 경찰은 지난해 12월 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마감 자재 변경 과정과 입찰 구조가 특정 시공사에 유리하게 설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결국 성수1지구 시공사 선정 입찰은 경쟁 구도를 만들지 못했다. 지난 2월 20일 1차 입찰에는 GS건설만 단독 응찰했고, 조합은 같은 달 23일 재입찰 공고를 냈다. 이후 3월 3일 열린 2차 현장설명회에도 GS건설만 참석하면서 경쟁입찰은 다시 성립하지 않았고, 조합은 수의계약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성수1지구는 성수1가1동 72-10번지 일대 19만4398㎡ 부지에 지하 4층~지상 69층, 17개 동, 3014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총공사비는 2조1540억원 규모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도시정비법상 경쟁입찰이 원칙이지만 조합이 과도한 조건을 내걸고 건설사들도 선별 수주에 나서면 경쟁은 쉽게 무너진다”며 “결국 조합원 선택권만 줄고 수의계약 논란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윤중현 기자
윤중현 기자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최신기사

1

美 중간선거 민주당 압승 뒤엔 49% 투표율…트럼프 반대층 결집
[메가경제=정태현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배경에는 100여년 만에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뿐 아니라 반대 진영의 투표 참여까지 자극하면서 공화당에 불리한 선거 구도가 형성됐다는 평가다.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플로리다대 선거연구소의 잠정 집계 결과 올

2

삼성전자, 국내 첫 현금 자산 200조원 돌파…주주환원 최대 110조원 추진
[메가경제=정태현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국내 기업 최초로 현금 자산 2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보유 현금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가운데 올해 최대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과 130조원이 넘는 시설투자·연구개발비 집행이 예상된다.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을 합친

3

제주도, 통장 600명 참여 역량강화 워크숍…AI 활용 교육 진행
[메가경제=정태현 기자] 제주지역 통장 6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행정 업무와 주민 소통에 활용할 인공지능(AI) 기술을 배우고 지역 현안을 공유했다. 제주도는 주민과 행정을 연결하는 통장들의 역할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협력체계를 다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제주특별자치도는 8일 오전 제주대학교 사범대학부설중학교 체육관에서 '2026년 제주특별자치도 통장

HEADLINE

더보기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