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기록물 "세계 학생운동에 영향 미친 세계사적 중요성 인정"
동학농민혁명기록물 "자유‧평등‧인권의 보편적 가치 지향 저장소"
2017년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등 3건 등재 이후 6년 만에 결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1960년 학생이 중심이 되어 일어난 민주화 운동인 4.19혁명과 조선말 민중이 봉기한 동학농민혁명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됐다.
유네스코가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6차 집행이사회에서 ‘4.19혁명기록물’과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UNESCO 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19일 문화재청이 전했다.
앞서 두 기록물은 지난 3월 열린 제14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정기회의와 지난달 11일에 열린 임시회의 심사결과에 따라 세계기록유산 ‘등재권고’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두 기록물은 2017년 등재된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국채보상운동 기록물’·‘조선통신사 기록물’ 이후 약 6년 만에 우리 문화유산으로서 세계기록유산 대표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총 18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되어 기록문화 강국으로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1997년 훈민정음 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을 처음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킨 이후 승정원일기·직지심체요절(이상 2001년), 조선왕조 의궤·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이상 2007년), 동의보감(2009년), 일성록‧5‧18 관련 기록물(이상 2011년), 난중일기‧새마을운동기록물(이상 2013년), 한국의 유교책판‧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이상 2015년) 등을 목록에 올린 바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4.19혁명기록물과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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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9 혁명 기록물 자료. [문화재청 제공] |
4‧19혁명기록물은 이번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통해 제3세계에서 최초로 성공한 비폭력 시민혁명인 동시에 유럽의 1968년 혁명, 미국의 반전운동, 일본의 안보투쟁 등 1960년대 세계 학생운동에 영향을 미친 기록유산으로서 세계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은 이번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통해 조선 백성들이 주체가 되어 자유, 평등,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했던 기억의 저장소로서 세계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4.19혁명기록물은 1960년 4월 19일,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학생 주도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1019점의 기록물이다.
1960년 2·28 대구 학생시위부터 3·15 부정선거에 항의하여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4·19혁명까지 그 시민혁명의 원인, 전개과정, 그리고 혁명 이후 사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자 보상 등 혁명의 전후 과정과 관련된 일체의 자료이다.
4·19혁명 기록물은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는 역사적 조건에서 10살 안팎의 아이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자발적으로 독재에 맞서 비폭력으로 민주주의를 이룬 세계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 사료이다.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독립했으나 미·소 분할점령으로 남북이 분단된 뒤 1950년부터 3년 동안 참혹한 전쟁을 치렀다. 1952년 ‘더 타임스’에 실린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구하는 것과 같다”라는 문장이 세계 일반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4·19혁명으로 세계의 일반 시각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그렇기에 4·19혁명의 숱한 현장 사진기록과 수기들은 우리가 왜 민주주의를 배우고 가르쳐야하는지,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우쳐주는 민주주의의 살아있는 세계 교과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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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학농민혁명 관련 기록 자료인 전봉준 공초(1895). [문화재청 제공] |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은 1894년~1895년 조선에서 일어난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185점의 기록물이다. 동학농민군, 정부, 관료, 진압군, 민간지식인 등 여러 주체가 직접 생산한 종합적인 역사 기록이다.
동학농민혁명은 부패한 지도층과 외세의 침략에 저항하며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민중이 봉기한 사건으로, 한국 및 동아시아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한국이 번영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발판을 놓았으며, 유사한 외국의 반제국주의, 민족주의, 근대주의 운동에 영향을 주었다.
동학농민혁명은 전근대적 봉건주의 사회에서 근대민주주의 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이며 실험적 단계에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동학농민군은 전라도 각 고을 관아에 치안과 행정을 담당하는 민·관 협력(거버넌스) 기구인 ‘집강소’를 설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19세기 당시 전 세계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었던 신선한 민주주의 실험으로 평가할 수 있다.
19세기 말 제국주의 열강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비록 그들에 의한 성공은 이루지 못했지만 한국 민중들이 국가의 위기를 해결하고 평등사회를 해결하고자 무장투쟁을 벌인 것은 세계사적인 모범이 될 만한 사건이다.
문화재청은 2017년 3월부터 5월까지 실시한 대국민 공모를 통해 접수된 기록물들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4.19혁명기록물과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유네스코는 제도개선을 위해 2017년부터 약 4년간 세계기록유산 등재 프로그램을 중단했다가 2021년에 재개함에 따라 문화재청은 2021년 11월 30일에 유네스코로 등재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세계적으로 보존해야 할 가치 있는 기록유산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확대해 나가고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록문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이 신청한 천문도인 ‘혼천전도’(渾天全圖)도 이번 집행이사회 논의를 거쳐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로써 북한은 1790년에 간행된 무예 교본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가 2017년에 등재된 데 이어 총 2개 종목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UNESCO Memory of the World)은 유네스코가 전 세계에 있는 서적(책), 고문서, 편지, 지도, 사진, 음성기록물 등 귀중한 기록물을 인류의 중요한 기록으로 인정해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1997년부터 2년마다 선정하고 있다.
등재신청 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산하 등재소위원회에서 적격성을 검토한 뒤 사전 심사를 통과하면 국제자문위원회에서 최종 심사를 거쳐 등재를 권고하게 되고, 유네스코 집행위원회에서 최종 승인한다.
IAC는 유네스코 사무총장에 의해 임명된 14명의 국제적인 전문가로 구성돼 있으며,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관련된 전반적인 의사결정을 수행한다.
등재 심사는 진정성, 완전성, 세계적 중요성(역사적 중요성, 사회적‧공동체적‧정신적 중요성, 형태와 양식, 독창성‧희귀성, 상태 등) 등의 기준을 따져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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