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이슈] 美, 한국에 화웨이 제재 동참 희망...상황별 시나리오는?

강한결 / 기사승인 : 2019-05-27 23: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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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미국 정부의 화웨이 봉쇄가 세계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도 동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국내 기업이 섣불리 한 쪽의 편을 들 수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통상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분명하지만, 이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인해 한 차례 쇼크를 경험했던 한국의 입장에선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대표적인 IT·전자 대기업들은 최근 미·중 무역갈등 및 화웨이 사태에 따른 경영실적 영향 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일제히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에서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정리했다.


◆화웨이 봉쇄령 동참...제2의 '사드 사태' 우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먼저 국내 기업이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화웨이 제재에 동참할 경우다. 해당 사례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수혜가 예상된다. 스마트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2위 화웨이의 맹추격을 따돌리고 유럽과 미국 시장의 스마트폰 판매량을 늘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주요 매출처로 애플, AT&T, 도이치텔레콤, 화웨이, 버라이즌 등을 꼽으며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매출의 14% 수준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17.7%인 43조2100억원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SK하이닉스의 경우 적잖은 피해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중국 반도체 시장 매출이 전체의 47%에 해당하는 3조1600억원이다. 현재 중국 우시와 충칭에서 생산라인을 운영중이고, 현지 자회사 13개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 우시에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를 현지 합작법인으로 설립하기도 했다.


LG전자의 경우 화웨이 중저가 시장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시장에서 LG전자의 매출은 크지 않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화웨이 제재 사태의 반사 이익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제2의 사드 보복사태'가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 2016년 당시 기업들은 중국 현지에서의 어려움뿐 아니라 관광을 비롯한 내수까지 전방위적인 공포를 겪었던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2016년 중국은 사드 기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을 집중 공격한 데 이어 한국 관광 금지 등 보복 조치를 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드 보복으로 인해 한국이 입은 피해액은 2017년 한 해에만 8조원이 넘었다.


◆화웨이와 관계 유지... 미국 제재 우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화웨이가 궁지에 몰린 가운데 중국 공산당 고위 인사들이 연이어 방한했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 러우친젠 장쑤성 당서기와 양치 부비서장, 리칸전 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등 장쑤성 공산당 및 성의 주요 인사가 중국 장쑤성과 경제·무역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고위 인사들의 방문을 두고는 미국의 ‘화웨이 퇴출’ 요구에 한국이 동참하지 못하게 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같은 날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 모바일사업부 소속 한 고위 임원이 지난 23~24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대기업 임원진과 만나 기존 계약 조건대로 부품 공급을 이행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24일 "화웨이 설비 수입을 중단하면 한국 기업의 손실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중국이 한국 기업에 보복조치를 취하면 손실은 눈더미처럼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국내 기업이 중국과의 거래를 지속할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반 화웨이 동맹'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고 결국 미국 정부의 각종 보복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기술 탈취·유출 혐의로 화웨이에 앞서 미국의 제재를 받은 통신장비업체 ZTE와 반도체 업체 푸젠진화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ZTE는 지난해 4월 배상금 14억 달러를 지불했다. 푸젠진화는 막대한 손실로 인해 D램 반도체를 양산하려던 계획을 잠정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봉쇄 요구를 거부할 경우 미국이 환율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재무부는 해마다 2번씩 환율보고서를 내고 미국과 무역하는 국가들의 환율정책을 감시하고 있다.


재무부는 최근 보고서인 지난해 10월 평가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인도, 독일, 스위스를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으며 현재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없다. 미국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를 상대로 교섭 요구 및 관세를 통한 보복행위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정부가 취하고 있는 로 키(억제된 행보)로 가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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