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담뱃값 인상 앞두고 미리 쌓아둔 1억갑 대방출,국세청 적발
[메가경제=주영래기자] 글로벌 다국적 담배 기업인 필립모리스의 한국 지사인 한국필립모리스가 1000억 원에 가까운 세금을 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대법원이 지난 2015년 한국필립모리스가 세금을 탈루한 사건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27일 필립모리스가 국세청을 상대로 낸 개별소비세 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국세청이 부과한 개별소비세와 가산세 처분을 취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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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필립모리스가 재판 결과에 따라 기 납부한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돌려받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
이번 대법원의 판단으로 한국필립모리스는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한국필립모리스의 지난해 매출은 약 6800여억원이며 영업이익은 약 800여억원 수준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자칫 1년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판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당시 정부는 2015년 1`월 담뱃값 인상에 따른 매점매석을 막기 위해 고시를 통해 2014년 9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4개월 간 월별 반출량이 지난 8개월 동안 월평균 반출량의 104%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한국필립모리스는 매점매석 고시 시행을 앞두고 재고량을 급격히 늘렸다.
국세청이 2016년 7월 필립모리스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한국필립모리스가 미리 비축해 놓은 담배는 무려 1억 600만갑에 달했다. 국세청은 한국필립모리스가 비축해 놓은 담배들을 담뱃값 인상 직후 도매상에 넘겨 폭리를 취한 것으로 파악했다.
담뱃세의 경우 제조장이나 창고에서 유통망인 도매상으로 담배를 반출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는 사실을 악용해 담뱃세 인상 전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미리 담배를 빼돌렸던 것이다.
국세청은 한국필립모리스가 담배값 인상에 따른 개별소비세를 탈루하기 위해 미리 판매한 것처럼 꾸몄다고 판단해 997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당시 담배는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이 아니었지만, 2014년 개별소비세법 개정으로 1갑당 개별소비세 594원이 붙게 됐고, 담배소비세는 641원에서 1007원으로 인상됐다. 이에 따라 담뱃값은 전년까지 갑 당 2000원 또는 2500원에서 2015년 1월 4000원 또는 4500원으로 올랐다.
한국필립모리스는 국세청의 행정처분에 불복했지만 조세심판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국세청이 문제 삼은 담배는 개별소비세가 붙기 전인 2014년에 실제로 도매상에 반출했다는 한국필립모리스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임시창고에 대해 담뱃값 인상에 따른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정상적인 물류 시설로 봤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한국필립모리스의 임시창고는 담뱃값 인상 전에 재고를 최대한 많이 쌓아놓고 나중에 인상 차액을 얻으려고 임시방편으로 마련된 장소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임시창고는 담배 공급의 편의를 위한 통상적인 물류센터라 보기 어렵고 담뱃세의 인상차액을 취하기 위해 담뱃세가 인상되기 전에 제조공장에서 담배를 반출하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으로 마련된 장소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산시스템에 담배를 세금 인상 전 미리 판매한 것으로 되어 있더라도, 실제로 담배가 임시창고에서 도매상에게 넘어간 2015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개별소비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국세청은 대법원 판결문에 명시된대로 필립모리스가 2014년 12월 31일 이전에 판매한 570만갑에 해당하는 50억원에 대해서는 파기환송심을 거쳐 정당세액을 계산 후 환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수원고등법원과 대검찰청의 판결과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결과"라며 "현재 대법원 판결문을 검토하고 있고 추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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