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직원, 고객 돈 약 1억9000만원 빼돌려
횡령사고 근절 특별규정 시행 추진불구 사고 발생
금융권 모럴헤저드 심각..'내부통제 시스템'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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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K기업은행 사옥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제공] |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서 억대 횡령사고가 발생하면서 은행권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다시 커지고 있다. 감독당국의 대책을 무색하게 하는 금융사고가 올해 들어서도 잇따르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기업은행 종로구의 한 영업점에서 직원이 고객 돈 수억 원을 횡령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금액은 1억 9000만 원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금액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해당 직원은 국내 업체가 해외 업체로 송금하는 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가 보내는 납품 대금 같은 것을 중간에서 취소해 본인 계좌로 보내는 방식으로 돈을 챙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사실 확인 즉시 관할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추가 횡령이 있는지 내부감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해당 직원은 연락을 차단한 채 잠적했다.
은행권은 보통 해외송금 과정에서는 횡령 사고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인데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마도 '송금 확인증'이나 '입금 계좌 변경 신청서' 등의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증빙서류 확인, 은행 책임자 결재여부 점검 추가 등이 미흡해 내부통제 시스템이 허술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업은행은 지난해 9월 횡령 사고 등을 막기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특별 대책팀을 편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횡령 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규정’도 시행했으나 이번 사고를 막지 못했다.
박재호 의원실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2019년 직원 3명이 24억원을 횡령한 바 있으며, 2020년에 1명이 100만원, 2021년 1명이 7200만원, 2022년 4명이 1억6000만원을 횡령하는 등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횡령에 연루된 직원 수는 1년 전 보다 늘었다.
불과 두 달 전 취임한 김성태 행장의 취임 일성도 무색해졌다. 김 행장은 당시 취임사를 통해 은행의 변하지 않는 최우선 가치는 고객 신뢰라며 "일선 현장에서 건전한 영업문화를 정착시키고 철저한 내부통제로 금융사고를 예방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도 횡령 사고가 발생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난달 서울 서초구 소재 NH농협은행 지점 한 창구 직원이 고객이 버젓이 보는 앞에서 현금 1500만 원을 빼돌리는 일이 발생했다. 고객이 총 1억 7000만 원을 500만 원씩 띠지로 묶어 돈다발 34덩이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는데 해당 직원이 넘겨받은 현금을 그대로 돌려주지 않고 세 다발을 빼돌린 것. 500만 원짜리 돈다발 3개를 서랍에 넣었다가 쇼핑백으로 옮겨 담는 장면이 CCTV에 포착돼 경찰이 조사중이다. 그러나, 이번이 과연 처음인지 더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 사건은 금융당국이 은행권 횡령 근절 대책을 내놓은 지 불과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어서 대책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에서 발생한 대규모 횡령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내부통제 강화를 지속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사고 취약부문에 대한 통제기능을 강화하고 금융회사 자체 내부통제 역량 제고, 건전한 내부통제 문화 정착, 사고예방 감독기능 확충 등이 그 내용이다. 상반기에는 발표된 업권별 내부통제 혁신방안의 금융회사 이행현황 등을 점검해 혁신방안의 내실있는 이행을 지도한다는 방침이다.
또,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내부통제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 세부 방안을 마련할 방침을 밝힌 상태다. 특히 중대 금융사고 발생 시 금융회사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의무도 명문화하는 내용의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올해 1분기 중 마련해 입법 예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금융당국은 4월 책임지도 시행을 시작으로 금융사 내부통제 조이기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책임지도는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시행 중으로 금융회사가 임원별로 금융사고 발생 방지와 관련된 책임 범위, 업무를 사전에 만들어서 책무를 명확히 나눈 제도다.
매년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지만 횡령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당국의 대책이 이번엔 효력을 발휘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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