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보다 퇴직금 줄어도 평균 5억4000만원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은행권의 희망퇴직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수천명에 이르는 은행원들이 떠날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노사는 최근 희망퇴직 조건에 합의하고 빠르면 이번 주부터 내주 초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1년 상반기 224명, 하반기 133명에 대한 특별 희망퇴직을 실시한 뒤 2년만에 또다시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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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희망퇴직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수천명에 이르는 은행원들이 떠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본점 전경 [사진=신한은행] |
이번 퇴직대상은 부지점장이하 모든 직급에서 근속연수 15년이상으로 1983년생이전 출생한 직원이다. 상황에 따라 만 39세 직원까지 역대 최저 연령으로 낮아진 점이 눈길을 끈다.
앞서 신한은행에서 올해 1월 진행한 정기 희망퇴직 과정에서 가장 높은 연령이 1978년이었던 만큼 이번에 희망퇴직 연령이 5년 가량 내려간 셈이다. 다만 이번 퇴직대상에는 지점장급이 빠졌는데 매년 2회 가량 정기 희망퇴직을 진행해 지점장급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희망퇴직 대상자 명단이 최종 마련되면 연차와 직급별로 최소 9개월에서 36개월까지 월평균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고 이달 31일 퇴직처리를 끝낼 계획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7월말 올해 하반기 희망퇴직을 완료했다.
이번 하반기 하나은행 퇴직자는 15년이상 근무한 만 40세이상 일반 직원이다. 이들은 지난 6월16일부터 20일까지 사전 신청을 받았고 최종 60명이 선정돼 지난 7월31일부로 퇴직했다.
하나은행은 1968년생부터 1971년생까지 퇴직자에게 28개월 월평균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고 자녀학자금과 의료비, 재취업·전직 지원금도 지원했다. 1972년이후 출생자의 경우 연령별로 월평균 급여 24개월까지 받았다.
다만 이번 하반기 퇴직자들은 올해 1월 실시된 정기 희망퇴직 당시보다는 조건이 나빠졌다는 것이 하나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 1월 당시에는 특별퇴직금으로 36개월의 월평균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책정했고 다른 지원금도 많았으나 이번에는 전반적으로 액수가 많이 줄었다.
이같이 최근 수년간 역대급 실적을 내온 은행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비대면 거래와 디지털금융 전환으로 영업점 축소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요 시중은행은 1년에 2차례에 걸쳐 40세이상 직원에 대한 정기 희망퇴직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조기 은퇴에 나서는 은행원들이 늘어나는 세태도 희망퇴직 규모를 늘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을 비롯한 주요 시중은행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의 필요성보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퇴직 수요가 오히려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전반적으로 심한 인사 적체 때문애 부지점장으로도 승진하지 못한 채 은행원 경력을 끝내는 사례가 많다”며 “40대이하 직원들이 제2의 인생 준비를 위한 조기 은퇴를 요구하고 있어 노조도 이를 내세워 사측과 협상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수년간 이어진 고금리 기조로 은행들의 실적이 좋아 상대적으로 퇴직금 등 조건이 양호하다는 것도 이(희망퇴직)를 부추기는 요인”이라며 “박수 칠 때 떠나자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에서 집계한 5대 은행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지난해 5대 시중은행 1인당 평균 총퇴직금은 5억4000만원 수준이다. 이는 평균 법정 기본퇴직금 1억8000만원에 희망퇴직금(특별퇴직금) 3억6000만원을 합한 것이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1인당 총퇴직금은 앞서 2021년 5억1000만원보다 3000만원 증가했다.
한편 작년말에서 올해초 5대 은행을 떠난 희망퇴직자는 총 2222명에 달하는데 ▲KB국민은행 713명 ▲신한은행 388명 ▲하나은행 279명 ▲우리은행 349명 ▲NH농협은행 493명 등이다. 또 신한·하나은행 등 올 하반기 희망퇴직이 시작되면서 내년초까지 은행권에서 수천명의 퇴직자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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