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⓶] 국가적 자존심 아연, 왜 중국 등에 위협적인가

이동훈 / 기사승인 : 2024-09-20 11: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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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 자동차ㆍ2차전지 등 전 산업에 쓰이는 국가경쟁력
중국 영향력 확대 속 고려아연 위기시 내수판매 우선순위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한국 대표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단순한 기업 내 갈등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 자본에 의한 기술 탈취 의혹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국가 경제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까지 비화되는 실정이다. 메가경제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이를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시사점을 심층 분석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편집자 주]


고려아연은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1위 아연 제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국가 경쟁력을 상징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력이 왜 기간산업으로 분류되고, 중국 등 국가경제안보에 직결되는 지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 아연은 전 산업에 쓰이지 않는 곳이 없는 핵심 소재이다. 사진은 김두겸 울산시장이 고려아연 주식 매입을 인증하고 있는 장면이다. [사진=울산시, 연합뉴스]

◆고려아연의 아연 제련 기술이 기간산업인 이유

아연은 자동차, 전자제품, 건축자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이런 이유로 아연을 ‘산업의 쌀’이라고 지칭한다. 그러면서도 변동성 높은 글로벌 철 가격보다는 구리와 상관관계가 깊다는 특성이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철 생산량이 치솟거나 가격 폭락을 경험할때도 아연 가격은 폭락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다만 아연의 가격은 철에 비해 변동폭이 낮은 구리, 알루미늄과는 밀접하다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CME 그룹도 ”아연은 강철 및 철과 같은 산업용 금속과의 뜻밖의 낮은 상관관계 때문에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에 강력한 매력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서 아연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아연의 부식 방지 특성에 기인한다. 고려아연의 기술력은 이러한 산업 전반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된다.

최근 2차전지 시장에서도 아연은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 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2차전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갖춘 새로운 소재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2018년부터 대학 연구팀을 중심으로 매장량에 한계가 있는 리튬을 대신해 아연 등을 사용하는 배터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남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연구팀이 2018년 발표한 ‘차세대 이차전지용 아연 이온 이차전지 소재 연구 개발 동향’에 따르면 아연은 가역적인 이온 증착성과 높은 이론 용량(~820mAh g-1), 낮은 가격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수계 전해질을 활용하는 아연 이온 이차전지의 제조 환경은 친환경적이며, 유기용매 전해질을 활용하지 않아 저비용, 전도도가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저가형 친환경 이차전지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처럼 아연을 활용한 기술은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차세대 2차전지의 핵심 소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아연, 국가 경제 안보 확보의 핵심소재

현재 글로벌 시장은 자원무기화에 따라 핵심 소재 공급망 재편시대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아연 등 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의 안정적인 공급은 국가 경제 안보와 직결된다.

실제 중국은 아연 생산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올해 2월 중국수출입은행은 볼리비아와 아연 공장을 짓기 위한 3억5천만 달러 규모(4600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핵심 소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아연 생산량이 세계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아연의 기술력은 국내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고,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매년 65만톤의 아연을 생산한다. 국내 아연 수요는 연간 약 47만톤에 이른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만일 국내에서의 제련 생산량이 급감할 경우 수출보다 내수판매에 우선 순위를 두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강동완 고려아연 원료구매본부 부사장은 “당사는 국내 아연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다”라며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내수 판매고 그 다음이 수출이다. 수출 중에서도 우리는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우선시하고 현물시장에서도 일부 판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의 국제 경제분석가는 “고려아연의 기술력은 안정적인 아연 공급망을 구축하고,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시대에 한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국의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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