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 바꾸는 롯데정보통신, 메타버스·자율주행 '뒷북' 탈출할 수 있나

이동훈 / 기사승인 : 2024-03-20 11: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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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 변경, 미래 성장 동력 사업 진출
R&D 투자 규모,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아
인력 확보도 현재로선 어려워, 투자늘려야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롯데정보통신이 28년 만에 사명을 ‘롯데이노베이트’로 변경하며 인공지능(AI),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미래 성장 동력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후발주자로서 경쟁력 확보 가능성에 대한 의문점이 가시지 않고 있다. 


20일 롯데정보통신은 오는 2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롯데이노베이트’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메가경제에 밝혔다. 이는 1996년 ‘롯데정보통신’으로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사명 변경과 함께 롯데이노베이트는 AI,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미래 성장 동력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 롯데정보통신(롯데이노베이트) 본사 [사진=롯데정보통신]

이를 위해 롯데정보통신은 2021년 메타버스 전문회사 비전VR, 2022년에는 전기차 충전 전문회사 이브이시스(EVSIS)를 인수했다. 롯데정보통신은 비전VR을 인수한 뒤 칼리버스로 사명을 바꾸고, 사명과 동일한 이름의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선보였다. 칼리버스의 공식 출시 예정일은 올해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자율주행 사업을 위해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업체 뉴빌리티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뉴빌리티와 함께 공장이나 빌딩, 외곽 등을 저속 주행하며 시설물의 보안 및 안전 이상 징후를 탐지하는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 기반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롯데정보통신의 R&D 투자 규모는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현재 자율주행, AI 기반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기업의 R&D 비용을 살펴보면, 현대차그룹은 10년간 54조원, 삼성전자는 지난해 28조원, 상대적으로 관련 기술 기반이 약한 LG전자마저 연 4조원 가까이 투자하고 있다.

반면 2020년 롯데정보통신의 R&D 투자는 매출 대비 1.7%에 해당하는 146억원 규모였다. 이는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린 규모이다.

◆ 후발주자 롯데이노베이트, 경쟁력 확보 가능할까?

이처럼 롯데정보통신의 새 이름이 될 롯데이노베이트는 미래 성장 동력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지만, R&D 투자 규모 부족으로 인해 경쟁력 확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회사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정보통신 관계자는 “삼성, 현대와 같은 제조업체와는 사정이 다르다.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과 관련한 우수한 인력 확충에 따른 인건비 지출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메가경제에 전했다.

하지만 롯데정보통신 측의 인재 영입 방안은 글로벌 흐름을 너무 모르는 안일한 태도에 기인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AI·빅데이터 인재 확보는 한국 대기업 모두의 최대 과제 중 하나지만,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AI 인재 확보전’에서 변방에 밀려나 있는 입장이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급여 협상 서비스 기업 로라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박사급 AI 연구원을 채용한 600여 개 기업 중 오픈AI와 앤트로픽이 각각 86만5000달러(약 11억5400만원)와 85만5000달러(약 11억4000만원)를 AI 연구원 초봉으로 제시했다. 인플렉션AI (82만5000달러), 테슬라(78만 달러), 아마존(71만9000달러), 구글브레인(69만5000달러), 삼성리서치는 28만5000달러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보다 AI 스타트업이 제시하는 연봉이 훨씬 높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 전문인력 연봉이 4억~5억원이 높은 수준이었지만 챗GPT 등장 이후 10억원 이상으로 훌쩍 뛰어올라 AI 인력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록 후발주자이지만 롯데정보통신의 사명 변경과 미래 성장 동력 사업 진출은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와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래도 증권가의 반응은 대체로 나쁘지 않은 편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정보통신의 자회사 이브이시스 매출은 대외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며 올해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는 자회사 칼리버스가 유통·쇼핑·엔터 등 그룹사 채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KB증권도 롯데정보통신이 메타버스, 전기차 충전 사업 등 신사업에도 뛰어들며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연 롯데정보통신 아니 롯데이노베이트가 ‘뒷북’ 탈출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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