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력·설비 능력 겸비, 인지도 앞세워 '규모의 경제' 선도
[메가경제=정호 기자] "함바(공사현장 식당)에서는 아침에 밥이 넘어가지 않거나 해장용으로 라면을 끓여먹는데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이 신라면이다. 어느 때는 신라면만 찾는 외국인 노동자도 보일 정도다."
"해외 선원들이 많은데 새벽까지 일하고 찾는 라면도 신라면이다. 매운 걸 못먹던 선원도 맛을 들이자 이제는 밥까지 말아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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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신라면 더 레드'[사진=정호 기자] |
기술공 신모 씨와 항해사 김모 씨의 말이다. '매운 국물 라면'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신라면이 타국 국적 노동자들의 입맛까지 휘어잡고 있다. 농심은 이 제품력을 앞세워 서구권 진출 보폭을 유럽 전역과 멕시코 등 국가로까지 확대하는 모습이다.
현재 신규 유통채널·신설 해외법인을 더한 신라면의 매출 규모는 2년 연속 1조원을 넘기며 견고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신라면은 해외 시장 진출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비밀무기'였다. 1986년 첫 출시된 신라면은 5년 만에 라면 시장을 석권하며 현재까지 부동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내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뒤 해외 시장까지 노리게 된 배경이다. 1971년 미국 LA 지역에서부터 라면 시장을 개척해왔던 농심은 신라면 수출을 위해 1996년 중국 상하이에 전초 기지를 마련했다.
세계 라면 시장을 석권하는 일본에 도전장을 내민 농심은 '가장 한국적인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라는 슬로건 아래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분주하다. 농심은 상반기 매출 1조7332억원, 영업이익 105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1조6979억원 대비 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1174억원보다 10.5% 하락했다.
영업이익 감소는 원부자재 및 인건비 부담 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지만, 매출은 안정적인 모습이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원부자재 가격 부담에 대해 "인상할 생각은 갖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라면의 지난해 국내외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 성장하며 1조2100억원을 기록했다. 최대 매출을 경신한 모습이다. 개수로는 16억6000만개로 1초에 53개씩 판매된 셈이다. 해외 법인 또한 호조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법인은 19%, 일본과 호주는 19%, 26%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베트남 시장에서 매출 성장세는 56%로 가장 높았다.
특히 유럽 지역에서 농심의 신라면은 라면 매출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유럽지역 매출은 6010만달러로 전년 4830만달러 대비 24.4% 증가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심은 지난 6월 대형 유통체인인 르끌레르, 까르푸에 라면과 스낵 제품을 선보인 결과로 정리된다. 올해 하반기는 독일 리들, 덴마크 샐링 그룹 등 유럽 내 다른 유통체인에도 제품을 입점할 예정이다. 코리아 엑스포 2024와 K-스트리트 페스티벌을 통해서는 'K-라면'으로 인지도를 높인 것도 매출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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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U 홍대상상점 라면도서관에 비치된 신라면 모양 테이블[사진=정호 기자] |
올해 주요 공략지는 라틴 시장이다. 농심은 미국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등과 함께 멕시코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을 강조했다. 핵심 전략은 현지 입맛에 맞춘 '신제품'이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등 지역은 물론 지속적인 신규 지역 개척과 함께 신라면 브랜드와 너구리, 짜파게티, 순라면 등의 프리미엄 제품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며 "유럽,동남아 지역은 국가별 특성에 적합한 효율적인 프로모션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매출 성장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산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된다. 농심은 글로벌 입지를 넓히기 위해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2026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설비를 다듬는 녹산 수출전용공장은 연간 5억개의 라면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약 1900억원 투자가 집행된 이 공장은 1만7000㎡(5100평)의 부지, 연면적 약 5만1000㎡(1만5500평) 규모를 갖출 예정이다.
이 공장이 완성되면 농심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 약 27억개의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 이 생산력과 유럽,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국가 내 인지도를 바탕으로 해외 경쟁력을 높이는 게 농심의 복안이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은 국내 최초로 해외 시장을 문을 두드려 온 라면 기업"이라며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비결은 오랜 기간 쌓은 인지도와 꾸준한 제품 개발 능력에서 기반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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