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가스공사, 벼랑끝 요금인상론 왜 하필 이때

이동훈 / 기사승인 : 2024-05-23 13: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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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과 전기요금 동결, 악영향 지적
윤석열 정부, 전기요금 인상 앞둔 사전 포석이란 지적도
고령빈곤층·서민·소상공인 등 민생경제 부담 가중 우려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무리한 요금 억제 압박에 빚더미에 허우적거리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으로 인한 재정 악화를 이유로 요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적자로 이들 공공기관의 정부를 향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요금 인상은 서민과 에너지 취약층에 커다란 부담이 불가피한 만큼 현 정부의 합리적인 정책 방향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왼쪽)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최근 재정악화를 이유로 요금 인상 불가피론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가스공사]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 16일 “회사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최후 수단으로 최소한의 전기요금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읍소했다. 현재 한전은 43조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부채만 203조원으로, 연간 이자 비용만 4조 5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하루 이자로 계산해도 무려 120억원에 이른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 그리고 경제계 일부는 양 기관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 주요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드라이브와 ‘전기요금 동결 무리수' 등 에너지 포퓰리즘’을 지목한다.

단적인 예로 우리 정부의 전력 정책을 짚어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19대 대선 당시 에너지 공급에서 원자력 발전의 비율을 축소하는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등 점진적으로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축소했다. 하지만 탈원전률이 증가할수록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6년 우리나라 원전 비중은 30.8%였고, 전력구입비는 41조700억원이었다. 탈원전 드라이브가 본격화된 2017년 원전 비중은 27.2%, 전력구입비는 44조5700억원, 2018년 원전비중 23.7%, 전력구입비 49조9100억원으로 폭증했다. 이와 비례해 탄소배출량도 오히려 증가했다.

이에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문 정부는 2019년부터 2019년 원전비중 26.2%, 전력구입비 48조7400억원, 2020년 원전비중 29.5%, 전력구입비 43조3600억원으로 늘려 전력구입비를 낮추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문재인 정부 5년간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비용을 2017~2030년 총 47조4000억원으로 추산한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는 한전 적자의 우선적인 원인이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원전 이용률 저하와 원전 발전 비중 감소에 있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국제 연료 가격이 올라 전력공급 비용이 늘어날 경우 발전원가가 싼 원전의 발전 비중이 높으면 비용 증가를 억제해 한전의 적자를 줄일 수 있는데 탈원전 정책 탓에 그러지 못해 적자를 키웠다는 의미다.

정승일 전 한전 사장은 적자와 전기요금 인상의 원인이 “국제 연료 가격 급등과 전기요금 조정 지연”에 있다고 피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가와 LNG, 유연탄 등 발전 연료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물가 상승 등을 우려해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한 것이 한전 적자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실패론이 재부상한 것을 두고 전기사용량이 치솟는 여름을 앞두고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5월 13일 이창양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지난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한국전력의 적자가 천문학적으로 누적됐고, 결과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도 “탈원전과 방만한 지출이 초래한 한전 부실화”를 언급하며 전기요금 인상안의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한전의 경영악화 및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론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에서 찾은 것으로 풀이했다. 

 

이러한 상황은 가스공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 22일 세종시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국제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 등으로 공사가 재무적 위기를 크게 겪고 있다”며 “(가스비) 조속한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이 과정에서 “현재 미수금이 13조 5000억원으로 전 직원이 30년간 무보수로 일해도 회수할 수 없는 수준이다. 벼랑 끝에 선 심정이다”고 호소했다.

 

전기료와 가스료 인상은 이미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 특히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 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 빈곤층은 생활비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으며, 이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소상공인들도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인해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정책에 솔로몬의 지혜가 요구되는 실정이라고 입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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