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여파에 ‘탈 SKT’ 가속... 시장 1위 흔들리나
[메가경제=신승민 기자] SK텔레콤(SKT)이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신규 가입자 모집을 전면 중단한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최근 해킹 사태 이후 유심 부족 사태와 가입자 이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려진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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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상 SKT 대표가 2일 서울 중구 SKT 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발생한 유심(USIM) 해킹 사태에 대한 고객 보호 조치 사안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유영상 SKT 대표는 2일 서울 중구 SKT 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2600여 개 T월드 매장에서 신규 가입 및 번호 이동 접수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T에 대해 “유심 물량 부족 현상이 해결될 때까지 신규 이동통신 가입자 모집을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모든 T월드 매장은 대책 마련 전까지 유심 교체 업무에만 집중하며, 이 기간 발생한 매장 영업 손실은 SKT가 보전한다.
이날 SKT는 신규 가입 중단과 별개로 기존 고객 보호를 위한 대책도 함께 내놨다.
우선 디지털 취약계층을 고려해 모든 고객이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되도록 했다. 현재까지 1442만 명이 서비스 가입을 마쳤으며, 남은 850만 명에 대해서는 오는 14일까지 하루 최대 120만 명씩 순차적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또한 유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5월과 6월 각각 500만 장씩, 총 1000만 장의 유심을 순차적으로 확보해 공급할 계획이다.
해외 여행객을 위한 지원도 강화했다. 연휴 기간 동안 인천·김포공항 내 로밍센터 좌석 수를 2배, 업무처리 용량은 3배로 늘렸으며, 해외에서도 이용 가능한 ‘유심 보호 서비스 2.0’을 준비를 거쳐 14일부터 시행한다.
SKT는 이날부터 매일 고객 정보보호와 관련된 데일리 브리핑을 시행할 방침이다. 브리핑에서는 유심 교체 및 예약 현황,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자 수, 로밍 서비스 정보 등 고객 보호 관련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새로 추가되는 보호조치도 설명할 예정이다.
유영상 SKT 대표는 “이번 사고 수습 과정에서 불안과 불편을 겪은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SKT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 고객 보호와 피해 예방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해킹 사태 이후 가입자 이탈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려졌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4월 한 달 동안 SKT에서 타 통신사로 이동한 가입자는 약 23만 7000명으로, 전월 대비 87% 증가했다.
해킹 사태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이후에는 하루 수만 명씩 이탈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특히 유심 무료교체를 실시하기 시작한 4월 28일부터 사흘 동안 약 1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가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경쟁사들은 이에 대응해 보조금 규모를 확대하며 가입자 유치에 속도를 냈다. 4월 한 달 동안 KT로는 약 9만 5000명, LG유플러스로는 약 8만 6000명의 신규 가입자가 유입됐다.
업계에서는 향후 고객 이탈 추이에 따라 SKT의 시장 1위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신규 가입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점유율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SKT는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 대표는 “위약금은 워낙 위중한 사안이라 CEO 단독으로 할 수 없고 이사회 논의와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내부 법무 검토가 끝나는 대로 이사회 논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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