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경쟁 없다"던 업계, 보조금 전쟁 가능성 급부상
[메가경제=신승민 기자]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촉발된 가입자들의 불안이 통신사 이탈 움직임으로 확산되고 있다. SKT는 유심 무료 교체로 대응에 나섰지만, 부족한 물량으로 인해 이용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 |
▲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 앞에서 시민들이 유심을 교체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미 상당한 가입자가 KT,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로 번호 이동을 한 것으로 파악되며, 오는 7월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 폐지 이후 통신 3사의 보조금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9일 통신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SKT는 지난 18일 유심 해킹 정황을 포착했으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신고는 24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커지고 있다. SKT는 뒤늦게 사태를 공개하고 유심 보호 서비스와 무료 교체를 안내했지만, 유심 재고 부족으로 소비자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SKT 한 고객은 “일단 회사에서 안내한 대로 유심 교체 서비스 예약을 걸어놨지만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온 가족이 SKT를 쓰고 있어 한꺼번에 다른 통신사로 옮기는 일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일부 고객들은 유심 교체를 기다리는 것보다 타 통신사로 이동하는 것이 더 빠르다고 판단해 이탈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태 이후 타 통신사로의 이탈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가 유심 교체 서비스를 시행한 첫날인 28일, 약 3만4000명의 이용자가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약 2만1000명은 KT로, 약 1만4000명은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점유율에 큰 변화를 줄 수준은 아니지만 이러한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SKT는 막대한 수의 가입자를 잃게 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현재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SKT가 약 2300만명이며, KT 1000만명 중반대, LG유플러스가 1000만명 초반대로 뒤를 따르고 있다. SKT는 가입자 수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이번 해킹 사태로 시장 지배력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알뜰폰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가 기존 SKT 가입자들을 흡수하면서 격차를 좁힐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를 막기 위해 SKT 일부 대리점과 판매점은 고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가입자 이탈을 방어하고 있다. 일부 판매점에서는 최신 스마트폰 모델을 번호이동 시 5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와 LG유플러스 대리점들도 SKT에 비해 해킹 피해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단통법이 유효하게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당초 통신업계는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과거처럼 과열 경쟁이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5G 가입자 증가 둔화, 스마트폰 교체 주기 장기화, 통신사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이 주요 이유다. 현재 시장 상황이 단통법 시행 이전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SKT 사태가 변수로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단통법이 폐지돼 추가 지원금 상한이 풀리면, KT와 LG유플러스가 SKT 이탈 가입자 유치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고, SKT 역시 방어를 위해 보조금을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장 포화 상태와 AI 투자 등으로 인해 과거처럼 과열된 유치 경쟁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전망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타 통신사로 이동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다만 단기적으로는 번호 이동이 늘 수 있지만 통신사 점유율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SKT는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