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정비원, 정부 권유보다 대당 12.7명 보유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무안공항 참사의 진상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항공 사고로 기록된 이번 사건은 그 참혹함으로 인해 국민들의 안타까움과 함께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메가경제는 독자들의 객관적인 이해를 돕고, 향후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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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에 충돌한 제주항공 여객기 엔진 인양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3일 항공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본부장 나원오 수사부장)는 지난 2일 한국공항공사 무안국제공항 담당 부서 사무실과 관제탑,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압수수색을 이틀째 집행하고 있다. 단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와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 2곳은 각각 2일 오후 2시, 오후 7시께 마무리했다.
경찰은 사고기와 충돌한 활주로 주변 구조물(로컬라이저)의 적정성, 조류 충돌 경고와 조난(메이데이) 신호 등 사고 직전 관제탑과 조종사가 주고받았던 교신 내용, 기체의 정비 이력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사건 원인과 참사 원인으로 나누어 접근 중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를 종합해보면 일단 사건 원인은 여러 요인들이 맞물려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참사원인은 점차 콘크리트 둔덕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 737-800, 가장 많이 팔린 여객기...사고율 0.17%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는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조종사 고 한모 기장은 사고 4분 전 조류 충돌로 인한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공항의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률은 0.09%로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 기장은 5년차 기장으로, 6800시간이 넘는 비행 경력을 보유한 공군 출신 베테랑이다.
여기에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로서는 국내 유일 항공기 시뮬레이터를 보유한 곳이다. 소속 조종사들은 갖가지 항공기 사고에 대비한 훈련을 받고, 조종석에 앉기 위해서는 1년에 3번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당시 2800m 거리의 01 활주로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목격자들은 사고 기체는 1차 착륙 시도 때만 해도 랜딩기어가 내려왔다고 한다. 이는 목격자들이 찍은 사진과 영상에도 확인된다.
그런데 조종사는 8시 59분 ‘조류충돌, 버드스트라이크, 메이데이’를 선언하고, 1차 활주로 시도를 포기한다. 이어 복행(고어라운드) 후 2차 동체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2500m 거리의 19 활주로를 이용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모든 과정은 관제사와 상호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형 기체인 만큼 착륙을 위한 거리는 1500~1600M면 충분하다고 한다. 문제는 정상적인 과정에서 착륙시도를 하던 1차 착륙 때와는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처음은 한쪽 엔진 만 고장났지만, 선회하면서 다른 엔진 쪽에도 불이 붙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게다가 브레이크 역할을 할, 양 날개의 ‘플랩’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
이에 기장 출신 전문가는 한 인터넷커뮤니티에 “B737-800은 엔진1기가 파손되도 남은 엔진 1기로도 장시간 운행이 가능하다”며 “베테랑 기장이 연료를 버리지 않고 동체 착륙을 할 정도로 긴박한 순간이었을 것이다”는 글을 남겼다. 이 긴박한 순간으로는 양쪽 엔진 파손, 화재로 유독가스가 기내 유입되고 순간적인 랜딩기어 및 조종면 등의 조종 불능 발생 등을 가능성으로 꼽았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기체결함에 대해서는 “태국 수안나품 공항에서 무안까지 오는 동안 별다른 이슈가 없었다”는 점을 집어 “기체 결함 가능성은 낮다”고 피력했다.
사건 기종인 737-800은 1997년 첫 출고된 후 현재까지 무려 4989대 출고된 가장 많이 팔린 단일 기종 항공기 중 하나이다. 737-800이 포함된 737 NG시리즈의 기체 손실 사고율은 100만 비행당 0.17%, 사망자 발생 사고 비율은 0.08%로 낮은 수준이다. 오히려 대한항공이 40대 가까이 보유한 777의 기체손실 발생 사고율이 0.26%, 사망자 발생 사고율 0.03로 더 높은 편이다. 대형 추락사고를 낸 보잉사의 737 MAX와는 전혀 다른 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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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안공항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전남·광주 의사회는 이곳에서 여객기 참사 희생자 피해 가족을 위한 의료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전남·광주 의사회] |
◆ 제주항공, 대당 정비원 12.7명 보유...LCC업계 평균 보다 높아
그렇다면 제주항공 측의 정비불량 가능성은 어떨까? 추후 자세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되지만, 메가경제 취재결과 제주항공은 국토부 권고 항공기 1대당 갖춰야할 정비요원 12명을 넘는 12.7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LCC 평균 정비원수는 10.94명이다. 앞서 언급했듯 1차 착륙 시도때는 랜딩기어가 내려온 것을 보면 조류충돌이전까지는 랜딩기어와 유압시스템에 문제 가능성은 낮아진다.
오히려 2020년 한국공사가 무안공항 계기착륙시설 개량사업 실시설계 입찰공고를 내고 지난해까지 진행한 로컬라이저 개량공사에서 수상한 점들이 쏟아져나오는 형편이다. 이 공사로 기존 콘크리트 둔덕에 ‘콘크리트 상판’까지 더해지며 콘크리트 구조물이 더욱 단단해졌다.
문제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자주 비행하는 비행교관·조종사들도 로컬라이저가 흙더미 인 줄 알았지, 설마 콘크리트로 만들어졌을 것이라곤 인지하지 못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을 되돌려 제주항공 사고기는 지난달 29일 오전 8시57분께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 경고를 받았고, 불과 2분 뒤인 오전 8시 59분께 1차 착륙 시도 중 조류 충돌에 따른 '메이데이'를 선언, 복행을 시도했다.그리고 2차 착륙 시도 중 동체착륙을 하다 방위각시설 설치 콘크리트 둔덕에 부딪혀 폭발·파손했다. 이 사고로 승객 등 179명이 숨지고, 승무원 2명이 다쳤다.
◆ “조종사, 최고의 동체착륙”...콘크리트 로컬라이저에 쏟아진 의혹
전문가들은 한 기장의 동체 착륙을 두고 “최고의 동체착륙”이라고 평가한다. 사고 비행기는 양쪽 엔진이 터지면서 메이데이를 선언하고 땅에 충돌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2분여 밖에 남지 않게 됐을 거라고 본다. 한 기장과 부기장은 유압시스템 고장으로 조종간을 힘들게 잡아당겨, 부기장이 활주로를 찾기 쉽게 좌측이 아닌 우측으로 선회하며 활주로 중간에 동체 착륙하는 것까지는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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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동분향소의 자원봉사자가 추모객에게 국화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로컬라이저는 활주로와 251m 거리이며, 로컬라이저까지 포함하면 모든 구조물은 4m에 이른다. 제주항공7C221편은 흰연기와 모래바람을 휘날리며 활주로에서 미끄러지듯 감속해가다, 이 콘크리드 둔덕과 충돌하며 폭발한다.
한편 콘크리트 기초에 올린 로컬라이저는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포항경주공항 그리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페인 테네리페공항 등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3월15일 대한항공 KE1533편(맥도넬 더글라스 MD-83)은 포항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다 미끄러져 활주로를 벗어났다. 기체는 활주로를 100m가량 이탈해 둔덕과 충돌하면서 멈춰섰다. 동체는 둔덕과 충돌로 두 동강 났지만, 승무원 6명을 포함한 탑승객 156명 모두 생존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둔덕이 '방호벽'으로 기능하면서 대형 참사를 막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대한항공 KE1533편은 당시 랜딩기어가 내려온 상태였다.
그렇기에 향후 참사 원인을 둘러싼 논쟁은 콘크리트 둔덕 보강 지시를 언제 누가 내렸는지, 그리고 정확한 규정에 따랐는가 아님 임의 설치인지를 다투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 측은 “로컬라이저 시설은 임의로 설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규정이 있고 이를 파악하는 중”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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