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 노후 크레인 항만 노동자 위협…컨테이너 추락 잇따라

임준혁 / 기사승인 : 2020-10-12 14: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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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신감만부두 선석서 컨테이너 추락…인명피해 없어
20년 넘긴 크레인 수두룩…최고 38년 된 것도 가동 중
항만공사·운영사 비상 브레이크 설치 등 안전 보강 나서

[메가경제= 임준혁 기자] 부산 북항 부두에서 하역하던 컨테이너가 갑자기 바닥으로 추락하거나 크레인의 구조물이 떨어지는 사고가 잇따라 항만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12일 부산항운노조와 부두운영사, 부산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11일 오후 9시 30분께 북항 신감만부두 2번 선석에 있는 안벽크레인 1기의 스프레더(컨테이너 모서리를 집어서 들어 올리는 장치) 연결 줄이 갑자기 풀려 선박에서 내리던 컨테이너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크레인 운전기사가 비상정지 스위치를 눌렀으나 제대로 제동이 되지 않아 컨테이너가 선박과 크레인 사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 지난 7월 29일 부산 감만부두 크레인의 줄이 풀려 추락한 컨테이너가 덮쳐 야드트랙터가 옆으로 넘어져 있다. 이 사고로 야드트랙터 기사 1명이 다쳤다. [사진= 부산항운노조]


다행히 크레인 아래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가 난 크레인은 부산항만공사 소유로 2002년 2월부터 가동 중이다.

사고 여파로 신감만부두 2번 선석은 이틀째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부산항운노조는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고려해 외부 전문업체 진단을 거쳐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 뒤에야 작업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 부산 북항에서는 장비 노후화로 인한 컨테이너와 크레인 구조물 추락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7월 29일 감만부두에서는 안벽크레인의 스프레더 연결 줄이 풀리는 바람에 컨테이너가 아래에 있던 야드트랙터 위로 떨어져 운전기사가 다쳤다.

지난해 6월 15일 신선대부두에서도 크레인으로 옮기던 컨테이너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다행히 크레인 아래 장비나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자성대부두에서는 지난해 11월 20일 안벽크레인의 스프레더 연결 줄이 풀려 컨테이너가 떨어져 수레를 끌고 아래를 지나던 노동자 1명이 숨졌다.

 

▲ 11일 부산 북항 신감만부두에서 하역작업 중인 컨테이너 크레인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바닥에 추락한 컨테이너가 선박과 크레인 사이에 껴 있다. [사진= 부산항운노조]


올해 8월 20일에는 신선대부두의 안벽크레인 1기에서 길이 8m, 무게 200㎏ 가량 되는 레일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북항 5개 부두의 안벽크레인 51기 가운데 23기가 20년을 넘은 노후 장비다. 나머지는 대부분 설치한 지 16∼19년 됐다. 일부는 30년을 넘었고, 무려 38년째 사용 중인 것들도 있다.

부두 내 야적장에서 컨테이너를 옮기고 트럭에 싣고 내리는 트랜스퍼 크레인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북항 전체 120기 트랜스퍼 크레인 가운데 72기가 20년을 넘겼다.

북항의 크레인들은 오래전에 설치한 것이다 보니 신항의 장비들에 비해 안전장치도 미흡하다.

비상 브레이크가 있으면 컨테이너가 추락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만,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같은 현상은 (부산)신항에 밀려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운영사들이 북항의 장비에 대해 투자를 소홀히 한 탓이라고 항운노조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장비가 낡을수록 점검과 정비에 더 신경 써야 하지만,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가 잇따르자 부산항운노조는 "북항 운영사들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노동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확실한 대책을 세워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작업 거부 방침까지 내비쳤다.

노후장비의 위험성을 인식한 부산항만공사와 부두 운영사들은 안전장치 보강에 나섰다.

신선대·감만부두를 운영하는 부산항터미널(주)은 자체 소유 크레인 전체를 대상으로 안전점검 후 35억원을 들여 비상 브레이크를 설치하는 등 안전 장치를 보강하기로 했다.

 

▲ 부산항 북항 컨테이너부두 전경 [사진= 부산항만공사]

부산항만공사는 지난해 말부터 신감만부두 등에 임대한 공사 소유 안벽크레인 9기의 안전장치 보강에 나섰다.

50여억원을 들여 내년 3월 초까지 스프레더를 움직이는 트롤리와 주행휠 구동부에 브레이크를 설치하기로 했다.

안벽크레인 9기가 설치된 신감만부두 운영사인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주)도 자체 소유 안벽크레인 2기에 대해 내년에 비상브레이크 등 안전장치를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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