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공정 지적 하도급 부문 경악
[메가경제=장준형 기자] 서울시가 부실공사와의 전쟁을 위한 혁신 대책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책 골자는 공공건설과 민간건설 동시에 손을 보겠다는 내용으로 주요공정 하도급 금지, 부실공사업체 2년간 입찰제한, 감리 독립성 확보, 현장 근로자 시공능력 향상 등이다.
서울시는 건설업계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바로 잡아 체질을 개선하고 건설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시장관행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라며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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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실공사 ZERO 서울' 추진계획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구체적으로 시는 공공건설 분야로 부실시공으로 인한 사고 시 즉각 재시공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부실시공 발생 업체는 최대 2년 간 공공공사 입찰을 제한하고 시보 등을 통해 명단도 공개된다.
시는 저가하도급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시가 발주한 주요 공종에 대해선 100% 직접 시공을 원칙을 내걸었다. 구조안전에 영향을 주고 공사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공정으로 철근, 콘크리트, 교량공 등이 해당된다.
또한 시는 총괄 관리감독해야 하는 감리원에게 현장 업무 시간 확보를 위해 70여 종의 과도한 서류를 없애기로 했다. 아울러 상주 감리원 비중을 최대로 늘려 철근배근과 콘크리트 타설 등 인력이 많이 필요한 공종에 대한 검측을 강화. 현장감독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공사장 동영상 기록관리를 모든 공종시설에 확대키로 했다.
시공 품질 관리를 위해 비가 내릴 때는 콘크리트 타설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또 주택건설 공사 감리가 발주자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시가 직접 '감리계약 적정성'을 관리하기로 했다.
입찰제도도 손본다. 종합평가낙찰제의 기술이행능력평가 만점 기준을 상향하여 기술 변별력을 확보하고, 현재 30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되는 종평제를 100억원 이상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행안부에 건의한다. 현재 약 86% 수준으로 형성돼 있는 적격심사 낙찰률을 90% 이상으로 올리고 공사 예정가격 산정에 사용되는 표준시장단가 현실화도 요구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과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형 건설사가 입찰을 따낸 후 건물의 뼈대와 살을 만드는 핵심공정은 하도급 업체에게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유명 아파트도 단가후려치기, 도면 못 읽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노출된 하도급 업체가 만들다시피 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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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공사 제로 서울 건설혁신 8대 핵심과제. [사진=서울시] |
이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반발이 거세다. 특히 하도급 문제에 예민했다.
복수의 종합건설사 관계자들은 "원청에 인력을 직접고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원가상승 문제, 산업사이클에 따른 고용안정 문제, 인력 이동 및 하도급업체 일감감소에 따른 폐업문제 등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다"라며 "하도급 업체의 안전과 품질이 문제니 원청이 다하라는 식이면 발주처가 직접하면 될 일"이라고 반발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교수)는 "건설현장의 품질 향상과 부실시공을 막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건설단가의 상승을 초래 할 수 있어 업계 목소리와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좀더 종합적으로 수렴해서 보완할 필요성이 보여진다" 라고 제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먼저 부실시공을 차단하겠다는 서울시의 정책의도와 감리원의 과도한 서류업무를 줄여 현장을 접하는 시간을 확보한다는 데에는 매우 긍정적이다"라며 또한, "종전의 스마트건설에서 다뤘던 동영상기록은 주로 효율성 등의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공사장 동영상 기록 관리는 추후 분쟁이나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채증 수단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건축품질 및 안전직결시공에 원도급사의 100% 직접시공을 적용하는 것은 추후 시행결과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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