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의료 물류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서 로봇 산업 생태계 구축 전략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 강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로봇 전문가인 조혜경 한성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삼성전자의 의지가 드러난 인사이지만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로봇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조혜경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했다. 조 교수는 다음 달 20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 선임이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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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에서 첫번째)이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서울R&D 캠퍼스에서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고, 가정에서 운동·취침·식습관 등을 관리해주는 로봇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조 교수는 인공지능 및 로봇공학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로, 그의 영입은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 강화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미래 유망 사업의 하나로 로봇 분야를 선정해 사업화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2022년 로봇사업팀으로 정규 조직을 출범시켰고 로봇 핵심기술 확보 및 폼팩터 다양화를 통해 '로봇의 일상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로봇사업팀 관계자는 "당사의 인공지능(AI), 반도체, IT기술 등 핵심 기술을 접목해 일상생활에서 소비자 경험과 가치를 창출하여 개인의 일상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바꿀 수 있는 로봇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에게 로봇 기술의 선점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로봇은 융합 기술의 시대에 가장 큰 혜택을 누릴 분야 중 하나이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기술의 발전은 로봇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열었다. 인공지능은 로봇에게 인지 능력과 학습 능력을 부여해 자율적인 작업 수행을 가능하게 하고, 반도체는 로봇의 제어 시스템을 더욱 정밀하고 빠르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기술 융합은 제조, 의료, 물류,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로봇의 활용 범위를 확대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로봇에 대한 관심은 비단 삼성전자 뿐만 아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LG전자는 로봇가전으로의 변신, SKT KT LG유플러스 등은 통신기반 로봇플랫폼 솔루션 확장, 현대자동차는 전세계에서 로봇기술이 제일 우수하다는 미국의 보스톤다이나믹스를 인수하며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D현대, 두산, 한화 그룹은 로보틱스라는 사명이 붙는 로봇전문기업을 설립하고 각 그룹의 색깔에 맞는 사업전략을 펼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21세기 산업혁명의 경쟁력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의 융합에 있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로봇은 향후 산업생태계의 꼭대기에 오를 ‘시장 지배 기술’이다”고 설명했다.
로봇산업 생태계는 완성품 로봇의 우수성도 필요하지만, 부품·모듈·SW 등 후방산업의 기술력과 공급 가격에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또한, 로봇의 궁극적 소비처인 전방산업의 시장 규모에 크게 좌우된다. 로봇 설계에서 개발 그리고 상품화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면서 전방산업에 맞춤형 공급을 잘할 수 있는 로봇SI 기업의 역량이 상당히 중요한 특징이 된다.
이 같은 생산 및 공급 과정을 완성하려면 전 과정에 걸친 효율적 투자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로봇제어 인공지능 센서 액추에이터 등 로봇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 자체 연구개발과 인수합병을 통한 핵심 기술 확보, 개방형 혁신을 통해 외부 기술과의 시너지 창출. 로봇 부품 및 모듈 그리고 SW 등 후방 산업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공급망 확보, 전방 산업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맞춤형 로봇 개발 및 공급, 시장 진출 등을 위한 협력 체계 구축, 로봇 분야 전문 인력 확보 및 양성에 투자 등을 전방위에 걸친 노력을 통해서만이 가격을 포함한 로봇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2021년 로봇 등 신사업에 3년 간 24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로봇 상용화를 위한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로봇 ‘EX1’ 제작, 로봇 관련 특허, 상표 등도 다수 출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망한 로봇개발 스타트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 삼성물산은 로봇 자동화 솔루션 업체 ‘로보콘’에 150억원 등 발빠르게 나섰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삼성전자의 로봇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5일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의 항소로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다.
국정농단 뇌물 사건의 1심부터 3심까지 이재용 회장은 구속과 석방을 반복했다. 2017년 2월 1심에서 징역 5년으로 구속된 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집행유예 4년으로 석방됐고, 다시 2021년 1월 상고심인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로 재구속됐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는 2017년 9조원짜리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미래를 위한 대형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를 멈춰야 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초격차 기술 우위를 상실해 가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인텔에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 자리를 내주고, 스마트폰 부문에서도 13년 만에 미국 애플에 출하량 1위를 뺏겼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로봇 사업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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