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직구 플랫폼 공세에 대응 강화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11번가 인수설이 거론되는 이커머스 기업 큐텐이 외견 확장에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해외 유명 플랫폼 인수 등의 전략이 파페치를 품은 쿠팡의 앞선 행보와도 비교되는 가운데, 국내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 중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발 직구 플랫폼들과의 대결 구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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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텐과 쿠팡이 글로벌 플랫폼 인수 등으로 외연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큐텐, 연합뉴스] |
14일 큐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10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콘텍스트로직이 운영하는 글로벌 서비스 '위시(Wish)'에 대한 포괄적 사업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1억 7300만달러(약 2300억원)다.
위시는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설립된 쇼핑 플랫폼이다. 현재 전 세계 200여 개국 소비자들에게 33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8000만 개가 넘는 종류의 상품을 판매‧배송하고 있으며 매월 1000만 명 이상의 고객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위시의 거래 대부분은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큐텐은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 구축에 한층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구영배 큐텐 사장은 이번 인수에 대해 "큐텐과 위시는 전 세계 판매자‧구매자들에게 글로벌 시장에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글로벌 디지털커머스 플랫폼'이라는 목표 달성에 한층 더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판매자‧제품의 해외 진출을 더욱 활성화해 국내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자 한다"며 "전 세계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마켓 플레이스를 구축해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 확장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와 한국을 기반으로 한 큐텐의 체급 확장 국내에서 빠르게 진행돼왔다. 지난 2022년 9월 티몬 인수에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인터파크커머스, 같은 해 4월 위메프까지 품으며 일명 '티메파크' 연합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SK스퀘어가 한차례 실패했던 11번가의 매각을 재추진하면서 큐텐은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함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큐텐이 글로벌 확장을 위해 위시를 선택하며 국내 한정 플랫폼인 11번가 인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큐텐 관계자는 "매각에 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큐텐의 위시 인수는 앞서 두 달 전 파페치를 품으며 글로벌 영역 확장을 알린 쿠팡의 행보가 떠오르게 한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12월 쿠팡 모기업 쿠팡Inc는 파페치 인수 소식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했다. 또한 투자사 그린옥스 캐피탈과 함께 파페치의 모든 비즈니스와 자산을 인수하는 목적으로 합자회사인 아테나를 설립했다.
파페치는 샤넬·에르메스 등 1400여 개 명품 브랜드를 글로벌 190여 개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이다. 지난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했으며 2021년 초 시가총액이 230억 달러(약 30조원)에 달했을 만큼 명품 유통업계 강자로도 알려졌다.
이에 당시 글로벌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의 유통 시스템과 파페치가 보유한 온라인 명품 생태계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특히 큐텐과 쿠팡은 모두 해외에 본사를 둔 한국계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이라는 특징도 공유한다. 또 국내 유통 강자로 급부상한 쿠팡과 티메파크로 무장한 큐텐은 최근 국내 시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발 직구 플랫폼들과도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는 큐텐과 쿠팡이 해외 유명 플랫폼 인수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가 이러한 중국 직구 이커머스와 연관이 있다는 해석으로도 이어진다. 한정된 국내 온라인 시장만으로는 알리‧테무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어 해외 판로를 확장해야 한다는 분석에서다.
지난 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27조 3470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성장했다. 다만 이는 세계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로 알려진 4180조원의 20분의 1 수준에 머무른다.
이에 더해 국내 유통업계는 초저가 상품 등을 내세운 중국발 이커머스 플랫폼의 파상공세에 놓여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알리익스프레스 앱 사용자 수는 707만 명으로 전년 동기 343만 명보다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급성장했다.
또한 알리익스프레스에 이어 국내 시장에 들어온 테무의 상승세도 거세다. 빅데이터 서비스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에 따르면 테무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알리익스프레스를 제치고 5개월 연속 신규 설치 쇼핑 앱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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