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KT, 한국형 AI로 글로벌 시장 공략 박차
[메가경제=신승민 기자] 트럼프 재집권 현실화 이후 미국 우선주의에 의한 배타적 AI 정책이 우려되면서 ‘소버린 AI(Sovereign AI)’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데이터 주권 확보와 빅테크 의존 탈피를 목표로 각국이 독립적인 AI 개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도 소버린 AI 구축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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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버린 AI [이미지=네이버] |
20일 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소버린 AI는 국가나 기업이 독자적인 데이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AI 역량을 구축하는 전략을 뜻한다.
현재 AI 시장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거대언어모델(LLM)은 미국의 인터넷 데이터를 약 90% 이상으로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영어와 서구 문화 위주의 데이터이기 때문에 개별 국가의 문화적 다양성과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소버린 AI는 자국 데이터로 학습해 해당 국가의 언어와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보다 적합한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모든 언어와 문화권을 포괄하려는 글로벌 모델보다 특정 국가에 특화된 소규모 모델이 개발 비용측면에서도 더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소버린 AI는 트럼프의 재집권 이후 미국의 AI 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더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가 마련한 AI 행정명령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해당 행정명령은 AI 개발과 활용에 관한 규제 방안을 포함하고 있으며, 폐지 시 규제 완화를 통해 빅테크의 독점적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소수 빅테크들이 AI분야의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경쟁보다는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생존 전략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AI를 전략자산화하고, 미국우선주의에 의한 배타적 AI 정책을 펼칠 경우 빅테크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AI 주권 확보를 위한 소버린 AI 전략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며 현재 프랑스,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다수의 국가가 소버린 AI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한국의 기업들도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파운데이션 AI 모델 ‘믿음’을 출시한데 이어 올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한국 특화형 소버린 AI를 개발 중이다. 협력의 첫 성과로 내년 1분기 한국형 클라우드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네이버는 2021년 비영어권 최초로 대규모 언어 모델 ‘HyperCLOVA’를 선보였으며, 2023년 업그레이드 버전 ‘HyperCLOVA X’를 출시했다. 이 모델은 한국어 능력과 사회문화적 맥락 이해에서 글로벌 모델보다 우위를 보이며, 영어 처리 능력 또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버는 AI 개발 역량이 부족한 국가들이 고유의 소버린 AI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해 사우디 특화형 거대언어모델 ‘올람(ALLaM)’의 다음 버전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AI 기술의 경제적·안보적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소버린 AI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가 주권과도 직결된 과제로 자리 잡았다. 윤상두 네이버클라우드 AI랩 소장은 “소버린 AI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해외 진출을 도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 기업 이 협력하는 ‘원팀 코리아’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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