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내달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만나 영국 ARM 인수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이번 회동으로 세계적인 팹리스 기업인 ARM에 대한 삼성의 인수설이 구체화되면서 '반도체 빅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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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2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치고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지난 21일 오후 중남미‧영국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ARM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 다음 달에 손정의 회장께서 서울로 오실 것”이라며 “아마 그때 무슨 제안을 하실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어려운 환경에서 근무하는 우리 임직원을 격려하는 차원”이었다고 덧붙였다.
ARM은 스마트폰 중앙처리장치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부터 컴퓨터 CPU를 아우르는 칩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모바일 칩 설계 분야에서 이 회사 점유율은 90%에 달해 ‘팹리스들의 팹리스’로 불리기도 한다. 삼성‧퀄컴‧애플이 생산하는 AP도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
본사는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으며, 손 회장이 지난 2016년 이 회사를 인수해 지분 75%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 25% 역시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그룹 자사 비전펀드가 보유 중이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합작한 세계 최대 기술 펀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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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
앞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ARM을 660억 달러 규모에 인수하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산업 영향력이 큰 기업 인수합병에 따르는 각국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지난 2월 엔비디아가 이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매각 불발 이후 소프트뱅크는 ARM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인텔‧퀄컴‧SK하이닉스 등 IT‧반도체 관련 글로벌 기업들이 공동 인수 추진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업계는 이 부회장이 직접 내달 손 회장을 만나 어떤 제안을 들을 것 같다고 언급한 만큼, 이는 ARM 인수에 대한 논의가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할 경우, 갤럭시 전용 차세대 AP의 개발이 더욱 순조로워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자체 AP인 엑시노스의 경쟁력도 더욱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AP가 스마트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만큼 삼성‧애플 등 글로벌 IT 기기 제조사들은 자체 AP를 만들고 있다.
퀄컴 등 타사 AP를 사용하던 애플이 2010년부터 자체 AP ‘A시리즈’를 직접 설계해 아이폰에 적용하기 시작하자, 삼성전자도 자체적으로 설계한 엑시노스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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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시노스 2200 [삼성전자 제공] |
엑시노스는 시스템온칩(SoC) 모바일 프로세서로 SoC는 시스템과 내장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탑재하는 방식이다. 여러 제조사 기기에 대한 범용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애플의 A시리즈와 같이 자사 기기에 특화된 AP에 비해 경쟁력이 아쉬웠다.
이에 삼성전자는 타사 기기와 중저가폰 위주로 엑시노스를 글로벌 공급하는 한편 갤럭시에 특화된 AP를 개발할 방침이라고 알려졌다. 특히 지난 2~3월 불거졌던 갤럭시 S22 GOS 논란도 삼성 기기에 최적화된 AP의 필요성을 일깨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 갤럭시의 기함급 고가 스마트폰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가 탑재되고 있다.
갤럭시에 사용되는 퀄컴 제품과 삼성전자의 자체 AP가 모두 ARM의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ARM를 품는다면 얻는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6년째 대규모 M&A가 뜸한 상태다.
다만 앞서 엔비디아의 인수 불발과 같이 반독점 심사를 통한 각국과 기업들의 견제가 이번에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M&A와 관련해선 아직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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