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 ‘환영’, 롯데렌탈‧SK 중고차 시장 진출 예상
3년간 이어진 논란 끝에 완성차 업체와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업 진출이 허용되며 중고차 시장이 대변화를 맞았다.
중고차 업계와 전문가는 매물 신뢰도 제고, 시장 활성화 등을 기대하면서도 영세업체의 타격과 중고차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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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한 중고차 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7일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의 논의 끝에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 논의는 앞서 2019년 2월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자 중고차 매매업체들이 중기부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며 시작됐다.
이번 중기부의 결정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 등 완성차 제조사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중고차거래 플랫폼 케이카‧엔카 등이 받을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렌탈‧SK 등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기회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기아, 쉐보레, 르노삼성(르노코리아), 쌍용자동차 등 완성차 5개 사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이번 결정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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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로고] |
지난 17일 KAMA는 공식 입장을 통해 “중고차 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은 그동안의 비정상 상황을 정상적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향후 중고차 산업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KAMA는 이날 “특히 기존 중고차 매매상들과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선택 폭 확대를 통한 소비자 권익 증대 등 중고차 시장 선진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지난 7일 중고차 판매업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며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기존 업계와의 상생’ 등 사업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완성차 대기업 최초로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고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기존 업체들과의 상생을 위해 시장점유율을 올해 2.5%부터 내년 3.6%, 오는 2024년엔 5.1%까지 자체적으로 제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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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의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콘셉트 [현대자동차 제공] |
엔카와 케이카 등 대표적인 국내 중고차 거래 플랫폼 기업들은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자사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에 더욱 집중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엔카 관계자는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 시 시행하겠다고 밝힌 내용 중 상당수는 엔카에서도 이미 진행해 오던 부분”이라며 “더욱 책임감 있게 제조사 주행거리 연식 제한 없이 판매자 구매자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보증 수리, 허위매물 모니터링 등의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케이카 관계자는 “현대차‧기아 대리점에서 직접 매입하는 중고차 물량만큼 케이카의 매입 물량이 다소 줄어들 수 있으나 그 비중이 우려할 정도로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케이카는 온라인 이커머스 분야를 수년째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며 “이번 완성차 대기업의 시장 합류로 중고차거래가 더 활성화되면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8일 중기부의 공식 발표로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의 문이 열리자 롯데렌탈과 SK 등 기업의 중고차 판매업 진출 가능성도 유력해졌다.
실제 롯데렌탈은 18일 공식 입장을 통해 자사가 운영해오던 자동차 경매장 인프라를 활용해 중고차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렌탈이 보유한 자동차 경매장 ‘롯데오토옥션’은 중고차 매매업자들에게 물량을 공급해왔다. 1회 1500대를 경매할 수 있어 단일 기준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SK 역시 중고차 시장 재진출이 유력한 기업이다. SK는 과거 중고차거래 플랫폼 SK엔카를 운영하다 지난 2013년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이후 엔카를 매각했다. 엔카는 현재 케이카와 함께 중고차거래 플랫폼을 양분하고 있다.
업계는 SK가 과거 SK엔카를 운영했던 노하우와 자사 SK렌터카의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중고차 시장에 매끄럽게 재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중고차 매매업자 단체는 이번 결정 이후에도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반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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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의 현대차·기아 중고차시장 진출 반대 시위 모습 [사진=연합뉴스] |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시 차량 매집에 제한이 없다”며 “무사고 차량이 가장 선호되는 중고차 시장에서 대기업이 이를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영세업 종사자들은 말살되고 소비자 피해도 가중될 것이라는 게 연합회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중고차 가격 상승과 영세상인 타격을 우려하면서도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제조사의 직접 인증을 통해 허위‧사고 매물 확인이 명확해져 소비자의 중고차 신뢰도가 상승한다는 점”이라며 “국내 중고차 시장이 더 활성화되면서 매매가 활발해지고 시장 규모도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기업이 차에 대해 점검하고 인증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중고차 가격이 기존보다 다소 오를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다른 중고차 플랫폼들도 영향을 받게 되면 소비자 측면에선 긍정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상품을 재래시장이나 할인마트에서만 사지 않고 백화점에서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이제야 열렸다고 볼 수 있다”며 “중고차 가격 상승의 측면에서는 AS와 보증기간 등으로 가격이 5%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영세업자 타격이 예상되므로 처음부터 완전한 개방보다는 점유율 제한을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중기부도 3년이나 이 문제 해결을 미뤄온 책임이 있고, 특히 시점상 차기 정권을 확인하고 결정했다고 비판받을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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