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 2024년 5.1%로 자체 제한...기존 업계와 상생
현대자동차가 7일 중고차 매매업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며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기존 업계와의 상생’ 등 사업 방향성을 제시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중고차 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 결정을 앞두고 완성차업체의 시장 진출이 사기‧허위매물 등에 지친 소비자 수요에 적합하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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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콘셉트 [현대자동차 제공] |
현대차는 이날 향후 본격화할 중고차 사업의 비전과 방향을 최초로 공개하며 국내 중고차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강조했다.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경기 용인시와 전북 정읍시에 자동차매매업 등록 신청을 하며 중고차 시장 본격 진입을 예고했다.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브랜드 최초로 인증 중고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또한 중고차 관련 통합정보 포털 구축으로 판매자‧소비자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 제고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측은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와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기존 상생 협의 과정에서 마련한 상생안을 준수하고 매매업계와 함께 중고차 산업 발전에 힘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 5년 10만km 이내 자사 중고차만 판매 ▲ 인증 중고차 대상 이외 매입 물량은 경매로 기존 매매업계에 공급 ▲ 연도별 시장점유율 제한 등을 제시해 기존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또 시장점유율은 올해 2.5%를 시작으로 내년 3.6%, 2024년 5.1%까지 자체적으로 제한할 계획이다. 시장점유율의 모수 기준은 전년도 중고차 총거래 대수와 사업자거래 대수 산술평균을 적용한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가 지난달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를 포함해 국내 완성차업체 5개 회사가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자체 시장점유율 제한과 사업계획 등을 고려하면 2026년 합계 시장점유율은 7.5%~12.9%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중고차시장 1위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4% 수준임을 감안할 경우 4년 후 완성차업계 5개 회사 합산 점유율은 낮은 편이라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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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한동 중고차 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
하지만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대해 기존 업계의 반발이 거센 만큼 정부의 고심도 깊어졌다.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기부에 의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최초 지정됐다. 이후 2016년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재선정돼 2019년 2월까지 대기업의 진출이 제한됐다.
지난 2019년 2월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자 중고차 매매업체들은 중기부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다.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면 중소기업적합업종과 달리 법적 강제성이 생긴다.
하지만 같은 해 생계형 적합업종 추천 권한이 있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이를 추천하지 않았고 중기부의 결정은 미뤄진 상태다. 이에 따라 기존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에 대해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사업조정 신청을 받은 중기부는 올해 초 현대차에 중고차 사업 개시 일시 정지를 권고했지만 법적 강제성을 갖지는 않아 합법적인 사업 개시가 가능하다. 권고를 어길 시 과태료는 약 1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중고차 시장에서 완성차 대기업과 중고차 업계가 대립하는 구도는 국내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완성차 제조사가 직접 판매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전문 딜러들이 제조사에게 차를 매입해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고, 소비자는 본인이 신차를 산 딜러에게 다시 중고차를 판매하기도 한다.
다만 국내에선 초기 자동차 시장이 형성될 때 제조사가 직접 신차를 판매하고 중고차는 전문 딜러가 맡다 보니 신차와 중고차의 딜러가 구분되는 독특한 시장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제적인 시각에서는 제조사가 직접 자사 완성차를 판매한다는 점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있어도, 신차 판매자가 중고차 판매를 겸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있는 동안 중고차 시장에서 사기‧허위매물 등에 대한 자정작용이 전혀 일어나지 않은 탓이 크다”며 "이번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결국 소비자 수요에도 적합한 결정이라고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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