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낚싯배, 새벽 바다서 원산안면대교 교각 들이받아...3명 사망·19명 중·경상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10-31 20: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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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동트기 전 출항해 시속 27∼33㎞로 운항…정원초과·음주운항은 아냐"
오전 4시 50분께 보령 오천항 출항...선장 입건해 조사 예정
'명당 포인트' 선점 경쟁 탓 지적…출항 시간 손질 필요성 제기 전망
해마다 250건 사고 발생...지난 5년간 낚싯배 사고로 37명 사망 276명 부상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어두운 새벽 바다를 운항하던 낚싯배가 충남 태안과 보령을 연결하는 해상교량의 교각을 들이받아 승선원 22명 가운데 3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그런데 지난 5년 동안 영업용 낚싯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이 37명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는 31일 오전 5시 40분께 충남 태안군 안면도와 보령시 원산도를 잇는 원산안면대교 아래에서 일어났다. 이곳을 지나던 9.77t급 어선 '푸른바다3호'가 1번 교각(영목항 기준)과 충돌한 것이다.
 

▲ 31일 새벽 충남 서해상에서 9.77t급 낚싯배가 들이받은 원산안면대교 교각 모습. [사진= 보령해경 제공/연합뉴스]

낚싯배가 부딪힌 원산안면대교는 연장 1.8㎞의 해상교량으로 착공 9년 만인 지난해 12월 26일 완전 개통됐다.

구조될 당시 승선원들은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사고로 어선에 타고 있던 낚시객 등 22명 가운데 A(62)씨 등 40∼60대 3명이 숨졌고, 30대 1명도 머리를 다쳐 천안 단국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의식불명 상태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다른 승선자 B(46)씨 등 3명은 중상을, 선장 C(42)씨 등 15명은 경상을 입었다. 이들은 서산의료원과 예산종합병원 등 인근 병원 10곳에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 원산안면대교 교각에 낚싯배 충돌. 31일 오전 5시 40분께 충남 태안과 보령을 연결하는 원산안면대교 교각을 들이받은 낚싯배에서 해경이 승선원을 구조하고 있다. [그래픽= 연합뉴스]


사고 어선은 이날 오전 4시 50분께 보령 오천항을 출항해 녹도 용섬으로 가던 중이었다. 푸른바다3호 정원은 22명으로, 초과 승선은 아니었다. 선장 음주 측정에서도 이상은 없었다.

출항 당시 파도 높이는 1m 정도였고 안개도 짙지 않아 항해 조건 역시 양호한 편이었으나, 출항 시간과 사고 시간대는 동트기 전이어서 주변이 어두운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선장 C씨는 최초 조사에서 "15노트(시속 약 27㎞) 정도 속도로 운항했다"고 진술했으나, 선내 시스템상 18노트(시속 약 33㎞)까지 찍힌 것으로 해경은 확인했다. 

 

▲ 교각을 들이받은 낚싯배에서 해경이 승선원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보령해경 제공/연합뉴스]

사상자들은 각각 가족이나 지인 관계로, 대부분 외지인으로, 주말 광어 등 낚시를 위해 온라인을 통해 승선 예약한 뒤 전국 각지에서 대체로 2∼5명씩 짝을 이뤄 보령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홀로 온 사람도 있다.

해경 관계자는 "어둠 속에서 선장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가다 교각을 미처 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기가 잘 잡히는 명당, 이른바 포인트 선점을 위해 다소 속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고대책반을 꾸린 보령해경은 푸른바다3호 선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해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또한  '승선 낚시객 모두에 대해 보험 가입을 했다'는 선박 운영업체 측 입장에 대한 사실관계도 확인할 방침이다.

 

31일 해양경찰청 해상조난사고 통계 연보에 따르면 낚시객을 승선시켜 영업하는 낚싯배 사고는 2015년 207건, 2016년 209건, 2017년 266건, 2018년 245건, 지난해 306건 발생했다.

연평균 246.6건이나 되며, 이들 사고로 모두 37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으며, 276명이 다쳤다. 지난해에는 5명이 숨지고 56명이 다쳤고, 2018년에는 41명이 부상했다.

 

▲ 31일 새벽 충남 서해상에서 항해하다 원산안면대교 교각을 들이받은 9.77t급 낚싯배. 이날 충돌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사진= 보령해경 제공/연합뉴스]

낚싯배 사고 원인으로는 운항 부주의와 정비 불량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발생 시기는 주말·공휴일 이른 새벽에 집중됐다.

특히, 낚시객이 몰리는 주말에 물고기가 잘 잡히는 일명 '포인트'를 선점하기 위해 이른 새벽 무리한 운항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소셜미디어에서는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경쟁적으로 일찍 항구를 떠나는 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발생한 306건의 낚싯배 사고 가운데 절반 넘는 160건이 주말과 공휴일에 일어났다. 시간대별로 보면 오전 6시부터 9시까지가 69건(22.5%)으로, 가장 많았다.

이날도 사고 선박이 항구를 떠날 당시 다른 낚싯배도 여러 척 어둠 속에 출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규정상 오전 4시 이후 출항해 오후 8시 전까지만 항구에 돌아오면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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