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70)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잃게 됐다. 대한항공의 2대 주주 국민연금의 개입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조 회장의 사례를 시작으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활용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등 4개 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조 회장의 연임안 부결은 전날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 = 연합뉴스]](/news/data/20190327/p179565879290814_658.jpg)
대한항공 정관은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찬성 66.66% 이상이 필요하지만, 2.5% 남짓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해 경영권을 지켜내지 못했다.
대한항공 주식은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33.35%를 보유하고 있고,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11.56%다. 외국인 주주는 20.50%, 기타 주주는 55.09%를 보유하고 있다. 기타 주주에는 기관과 개인 소액주주 등이 포함돼 있다.
그동안 대한항공 이사회는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조기 정착,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성공적인 서울 개최 등을 위해 "항공전문가인 조 회장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주주들을 설득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조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며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했다. 시민사회단체 역시 국민연금과 뜻을 같이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도 조 회장 연임 반대 권고를 내놓았다. 해외 공적 연기금인 플로리다연금(SBAF), 캐나다연금(CPPIB), BCI(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도 의결권행사 사전 공시를 통해 조 회장 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움직임은 외국인·기관·소액주주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999년 부친 고(故) 조중훈 회장을 뒤이은 조양호 회장은 20년 동안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하지만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등 오너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사회에 물의를 빚었다. 조 회장 본인 또한 270억원 규모의 횡령과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결국 조 회장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행사로 경영권을 잃게 된 최초의 대기업 총수가 됐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오너를 상대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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