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구글·인텔·퀄컴 등 미국의 주요 IT기업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에 따라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텔, 퀄컴, 자일링스, 브로드컴 등 반도체 기업들이 자사 임직원에게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화웨이에 주요 소프트웨어와 부품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같은 날 로이터 통신은 화웨이가 차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지메일 등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고 보도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공급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삼성을 넘보던 중국 화웨이가 미-중 무역분쟁 속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텔·퀄컴·브로드컴·자일링스까지… 하드웨어 공급 차질
![미국 인텔이 지난해 4분기에 180억달러(20조원)가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삼성전자에 뺏겼던 정상을 7분기만에 되찾았을 게 유력시된다.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190521/p179565900768331_643.jpg)
미국 정부로부터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2위 스마트폰 판매업체다.
업계 관계자들은 5G(5세대 이동통신) 선두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핵심 부품공급 차단이 스마트폰 시장에 변수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인텔은 화웨이에 서버 칩을 공급하는 주요 기업이며 퀄컴은 화웨이에 스마트폰 모뎀과 프로세서를 공급한다. 자일링스는 통신망용 프로그래밍 가능 칩을, 브로드컴은 통신망용 기계에 핵심 부품인 스위칭 칩을 각각 화웨이에 판매한다.
5G 환경에서 반도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5G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제작하는 업체는 대부분 미국 기업이다. 화웨이는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달 16일 애플과 퀄컴은 오랜 분쟁을 끝냈다. 애플 역시 5G 모뎀칩 수급이 어려워지자 극적으로 퀄컴과의 합의를 도출했다.
◆'안드로이드' 핵심 서비스 사용불가… 구글과 거래중단도 문제
![구글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인 유튜브. [사진 = 연합뉴스]](/news/data/20190521/p179565900768331_828.jpg)
서버칩·모뎀칩 등 각종 반도체와 같은 하드웨어 공급이 끊긴 것도 문제지만, 소프트웨어 공급이 중단된 것도 화웨이에게는 골치아픈 상황이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모바일 운영체제(OS)는 크게 안드로이드와 iOS가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개발한 타이젠, LG전자가 개발한 webOS도 있지만 의미 없는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의 모바일 OS 점유율 자료를 보면 2019년 2월 기준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74.15%로 독점에 준한다. 그 뒤를 iOS(23.28%), 윈도(0.29%), 타이젠(0.29%)이 쫓는다.
구글 안드로이드 OS는 오픈소스 기반이다. 화웨이는 안드로이드 OS를 계속 사용할 수 있지만, 플레이스토어나 지메일, 유튜브, 구글 지도 등 핵심 서비스 이용은 불가능하다. 또한 기존에 출시된 스마트폰이라도 보안패치를 받지 못하며, OS를 업데이트하게 되면 구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화웨이의 대안은 자체 OS개발?… 세계시장서 영향력 미미할 듯
![[사진= 화웨이 홈페이지 화면 캡처]](/news/data/20190521/p179565900768331_669.jpg)
화웨이는 이번과 같은 상황에 대비해 2012년부터 자체 OS를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언론 지웨이왕에 따르면 '훙멍(Hongmeng)'이란 내부 명으로 불리는 화웨이의 자체 OS가 이미 화웨이의 스마트폰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훙멍은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다.
미국 경제뉴스 전문 방송사 CNBC는 19일(현지시간) 화웨이의 자체 OS가 일부 부품에 대한 미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더라도 충분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화웨이 자체 OS의 생존 가능성도 작게 판단했다.
닐 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이사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대비 앱이 부족하고 품질도 낮다는 점에서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삼성 스마트폰 등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화웨이의 자체 OS가 중국 내수시장에서는 통용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내 반미 정서가 강해지면서, 바이두 등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화웨이를 애용하자', '애플을 사용하지 말자'는 등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해외 고객들이 구글의 핵심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페널티를 감수하면서 화웨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화웨이는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4G에서 5G로 전환되는 현 시점에서 5G 기반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면, 업계 1위인 삼성을 따라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 내년 애플의 5G스마트폰 출시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의 제재가 계속된다면 어렵게 차지한 2위 자리도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양국의 갈등이 해결돼야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은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갤럭시 S10에 이어 갤럭시 폴드 출시를 앞두고 있고, LG전자의 V50는 의외의 선전을 보이며 사용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업계 1위 삼성전자를 비롯해 한국 스마트폰 업체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중국 기술굴기의 상징인 화웨이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