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이슈]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 직원조회 '막말 영상' 논란의 본질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19-08-09 20: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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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요즘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을 펼치며 다지고 있는 비장한 각오다.


하지만 유명 화장품 브랜드 제품과 원료를 제공하는 내로라하는 업체의 회장이 문재인 정부의 대(對)일본 대응을 비판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막말’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직원조회에서 시청하게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거세다. 논란의 장본인은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이다.


8일 연합뉴스가 한국콜마 직원들의 말을 전한 바에 따르면, 윤 회장은 전날 서울 내곡동 신사옥에서 임직원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월례조회에서 “다 같이 한번 생각해보자”며 유튜버의 거친 언사가 담긴 영상을 틀었다.



한국콜라 윤동한 회장. [사진= 연합뉴스]
한국콜라 윤동한 회장. [사진= 연합뉴스]


이 영상은 극보수 성향 유튜버가 문재인 정부의 대(對)일본 대응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베는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 등 거친 문제성 언사가 포함된 영상이었다.


임직원 조회에서 이런 영상을 틀었다는 사실을 언뜻 생각하면, 현재 일본의 경제보복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고,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보다 훨씬 나은 지도자라고 주장하려는 의도로도 충분히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극우 성향 유튜버의 발언 영상 내용은 이뿐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일부 언론은 또 다른 다수의 비속어도 등장해 직원들로부터 반발을 샀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고, 곧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이라는 여성 비하 발언도 있었다는 것.


조회 후 사내 익명게시판에는 "윤 회장이 한 유튜버의 보수 채널을 강제 시청하게 했고, 저급한 어투와 비속어, 여성에 대한 극단적 비하가 아주 불쾌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콜마는 윤 회장이 국가 간 관계에서 이 유튜버와 같은 극단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영상을 틀었다고 해명했다.


한국콜마는 9일 "최근 월례조회 때 활용된 특정 유튜브 동영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한국콜마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영상을 보여준 취지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현혹돼선 안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기술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의 위기 대응을 위해 대외적 환경과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최근 인터넷상에 유포되고 있는 특정 유튜브 영상의 일부분을 인용했다"면서 "이번 사안을 계기로 윤 회장 이하 한국콜마 임직원은 조금 더 겸손한 마음으로 고객을 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콜마는 그러나 해당 동영상에 여성 비하 발언도 있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사례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콜마 관계자는 여성비하 언급이 없었다는 입장에 대해 "윤동한 회장이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을 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윤 회장이 영상 전체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고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에 대해 동의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콜마는 윤 회장에 대해 "일본으로 유출된 우리 문화유산인 수월관음도를 25억원에 구입해 국립박물관에 기증한 적도 있고, 이순신 장군의 자(字)를 딴 서울여해재단을 설립해 이순신 학교도 운영하고 있다"며 "나라사랑과 역사의식을 직접 실천하는 기업인"이라고도 소개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한국콜마가 제조해 납품하는 제품들에 대해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등 비판의 수위를 높였고, 한국콜마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몰리면서 이날 오전부터 오후까지 접속불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한국콜마가 생산하는 제품의 리스트와 함께 일본콜마와 합작으로 설립된 회사 역사까지 거론하며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콜마 주가도 이날 논란의 직격탄을 맞으며 급락,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한국콜마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4.88% 내린 4만775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장중에는 한때 4만7100원까지 내려가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한국콜마 홀딩스도 이날 8.56% 내린 2만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역시 장중에 2만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상승 마감한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이같은 반응을 종합해 보면 한국콜마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윤 회장이 월례조회에서 보수성향 유튜버의 거친 영상을 튼 상황을 선의로 해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현재 많은 국민들이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에 분노하며 불매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국민의 의지를 한데 모아도 부족한 시점에, 영향력 있는 기업 오너의 사려깊지 않은 행동이 사회와 기업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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