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뛰는 놈 위에 나는 분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3-04 00:50:15
  • -
  • +
  • 인쇄

[메가경제=이석호 정경부장] "집보다는 땅"

부동산 재테크 고수들의 강연을 들어 보면, 큰 부자는 집이 아닌 땅에서 나온다는 데 입을 모은다.

그만큼 '잘만 하면' 주택보다 토지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훨씬 높다는 말일 터. 물론 전제는 땅값이 오를 지역을 '콕' 집어 '미리' 사두는 것이다.
 

▲ 사진=참여연대 제공

 

문제는 "어느 지역이 언제 오를 것인가"다. 여기서 '출제자'의 '의도' 파악이 중요하다. 출제자는 '정부'고, 의도는 '정책'이다.

부동산 업계에서 이른바 '타짜'들도 땅 투자는 어렵다고 한다. 누가 정권을 잡고, 어떤 정책을 펴는지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 예측이 어려운 탓이다. 자칫 정세 판단을 잘못하면 뭉칫돈이 장기간 잠겨버릴 위험성도 높다.

하지만 출제자조차 정답을 못 맞추는 집값 등락보다는 땅값의 향방을 쉽게 읽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바로 개발 지역을 미리 알아내는 것이다. 이렇게 땅 집고 헤엄을 치는 자들은 과거부터 늘 있어 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3기 신도시 지정을 발표하기 전 광명·시흥 지역 땅을 미리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국토부 조사 결과, LH직원 13명이 해당 지역에서 12 필지를 취득한 사실이 적발돼 직위해제가 됐다.

아직 이들의 위법 사항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지분쪼개기', '나무심기', '가짜영농계획서' 등 토지 보상을 노린 전문 투기꾼들이 사용하는 수법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의혹에 연루된 LH 직원 상당수는 실제로 보상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어 적어도 '출제자의 의도' 정도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들이다.

주택투기꾼들이 활개를 치자 뒤늦게 집값 잡겠다고 온갖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집 없는 서민을 단숨에 '벼락거지'로 전락하게 만든 정부 꼴을 보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한술 더 떠 정부가 명운을 건 '공공주도 주택공급'을 담당하는 자들이 버젓이 친인척에 지인까지 동원해 저지른 '땅 투기의 정석'까지 보게 된 국민들은 참담할 뿐이다.

저성장·저금리 기조로 자산시장에 돈이 풀릴수록 부의 양극화는 더욱 극심해졌다. 코로나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극한에 몰린 노동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근로 의욕을 상실한 채 '빚투'하고 '영끌'해 너도나도 재테크에 올인하는 모습은 이제 당연한 풍경이 됐다. 살기 힘든 세상에 결혼도 출산도 부담스럽다는 젊은이들이 많다.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됐다.

앞으로도 경제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기고 있는 서민층. 허위 실거래가 띄우는 등 각종 수법으로 투기판에서 열심히 뛰는 놈들, 그 위에 '나는 분'들이 있다. 이번에 전방위 조사가 이뤄져 '재수없게' 걸린 투기꾼들만 '나는 분'들이 아닐 수 있다. 그들 위에서 '더 높이 나는 분'들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 

 

'출제자분'들에게 더욱 의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석호
이석호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최신기사

1

황경노 포스코 前 회장 별세
[메가경제=박제성 기자]포스코 2대 회장을 지낸 황경노 전(前) 회장(향년 96세)이 12일 별세했다. 황 전 회장은 포항제철소 창립 멤버이자 초대 기획관리 부장으로서 회사 경영관리 전반에 대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72년 상무 승진 후 1977년 회사를 떠나 동부산업 회장, 제철엔지니어링 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1990년 다시 포항

2

에스알, '2025년 한국감사인대회'서 3관왕 달성
[메가경제=문기환 기자] SRT 운영사 에스알(SR)은 11일 열린 ‘2025년 한국감사인대회’에서 올해를 빛낸 ‘2025 기관대상 전략혁신부문 우수상'과 ‘내부감사 경진대회 우수상’에 이어, 박진이 에스알 상임감사가 ‘자랑스러운 감사인 최우수상’까지 수상하며 감사부문 3관왕을 달성했다. ‘2025 기관대상 우수상’은 사단법인 한국감사협회가 해마다

3

KAI, 제3차 'K-AI Day' 개최...항공우주 SW·AI 경쟁력 강화 논의
[메가경제=심영범 기자]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경남 사천 본사에서 항공우주 소프트웨어(SW)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3차 ‘K-AI Day’세미나를 개최했다고 12일 밝혔다. ‘K-AI Day’는 데이터 분석 및 AI 기술개발 관련 국내외 기업의 플랫폼 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SW 개발 역량 제고를 위한 업체 간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되

HEADLINE

더보기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