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아니꼬우면’ 제보해야 정의가 선다

이석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3-15 01: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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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이석호 정경부장]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현직자가 한 유명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글이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그는 ‘블라인드’ 게시판에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서 물 흐르듯이 지나가겠지 다들 생각하는 중”이라며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거임? ㅋㅋ”이라고 비아냥거리는 투의 글을 올려 공분을 키우고 있다.

이어 “니들이 암만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빨면서 다니련다 ㅎ”라며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라고 남겨 이번 의혹으로 뿔난 국민들을 더욱 골리고 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문장은 불난 집에 잘 타는 기름을 퍼부은 꼴이다.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 극혐 ㅉㅉ”이라니.

이 글이 삽시간에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또 다른 큰 불로 번지자 놀란 LH 측은 즉각 작성자를 찾아내 명예훼손, 모욕, 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 12일 경기도 성남시 LH 경기지역본부 모습. [서울= 연합뉴스]

하지만 잠시 화를 삭이고 차분하게 문장을 들여다보자. 곱씹을수록 구성이 잘 된, 우리 사회를 조롱하는 ‘끝판왕’ 격인 글이다.

큰일을 겪고 부글부글 끓다가 곧 가라앉는 ‘냄비근성’이 마치 국민성인양 건드리고, 늘 그랬듯 이번 사태로 빈 수레만 요란할 뿐 차명 소유까지는 파고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수사의 한계도 예견했다.

정년이 보장되면서 미공개 정보로 돈도 벌 수 있는 직장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공부’ 못해서 LH에 못 들어온 구직자 또는 다른 직장인들을 ‘아니꼽게’ 만드는 지점은 하이라이트다.

사실 이러한 논리는 특정 이해 집단의 언행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의사나 법조인, 공직자, 공공기관 직원 등 주어만 바꾸면 사회 곳곳에서 물의를 일으키면서 반성하는 태도보다는 오히려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국민들도 어느 정도 호응했다. 누군가 “대부분 부모들은 내 자식이 노력을 통해 기득권층에 올라가기를 바라지, 기득권을 깨는 데 노력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사회였다. 그래서 ‘공부’라는 계층 이동 사다리가 아직도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이자 목적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이번 글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행위를 정당화하고, 전 국민에게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부동산’이라는 역린을 건드렸다. 게다가 사회에서 각종 서열화를 합리화시키는 논리인 ‘공부’까지 끼워 넣자 민심이 폭발한 것이다.

글쓴이 말대로 한두 달 뒤 따져볼 일이지만, 지금 LH 사태를 대하는 정부, 정치권, 시민사회 등의 기세를 보면 나라를 뒤집을 태세다.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글쓴이가 단 제목은 그래서 더 서늘하다. 고작 ‘아니꼬운’ 이들이 목청껏 외쳐봤자 사태가 잠잠해지고 분노도 가라앉으면, 그들은 하던 일 그대로만 하면 된다. 어차피 공공의 일은 누군가 해야 되기 때문이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를 잡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번 사태로 얻을 수 있는 더 큰 교훈은 바로 ‘제보’의 힘이다. 제보를 받아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이번 의혹이 이렇게 나라를 들어다 놓을 정도로 일파만파 번질 줄 누가 알았겠나.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사회는 기득권층의 비위 사실들이 수많은 묵인과 용인 속에 덮어져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부고발자들이 폭로 과정에서 겪는 정신적 고통과 후유증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들의 용기를 어리석음으로 치부해버리는 사회에 실망할 수밖에 없다. 내부고발을 ‘내부 총질’이라면서 덮는 게 만사형통인양 조직 내에서 묵살하거나, 부적절한 고발 남용 사례를 들어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여전하다. ‘아니꼽다’면서도 그 집단을 선망하는 이중적 태도 역시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구든 기득권층의 불의를 본다면 자유롭게 제보할 수 있어야 한다. 내부고발자는 철저히 보호되고, 상응하는 보상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각종 기관 민원, 시민단체, 언론 등 확성기가 예전보다 다양하게 구비돼 있으니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이야기해도 전파력이 좋다. 아니꼬우면 부러워할 게 아니라 제보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 정의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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