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3040에게 집은 언제까지 '로또'여야 하는가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2-05 14:58:56
3040, '영끌'해서 '패닉바잉'해도 내집 못사
주택 정책이 사행심 자극하는 '로또'가 돼서야

[메가경제=이석호 정경부장] 정부가 '공급 쇼크' 수준의 주택 공급대책을 내놨다며 또 한 번 부동산 시장에 으름장을 놓고 있다. 뒤늦게나마 '영끌'로 '패닉 바잉'에 나서야 할지를 고민하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이제는 자포자기한 3040세대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하 2·4 공급대책)'에는 3040세대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충분한 내 집 마련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취지의 정책이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짒값 상승이 가파르게 나타나자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대출규제, 세제 강화 등 단군 이래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되는 수요 억제책을 내놓으며 시장과 맞섰다.  

 

▲ 서울=연합뉴스


하지만 공급이 충분하다는 판단 하에 이뤄진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불안 심리 확대로 번져 부작용만 양산하며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부동산 시장 과열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됐다.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한 지역별 핀셋 규제는 반복적인 풍선효과를 낳아 서울·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에 걸쳐 집값 오름세가 고르게 나타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실물 경제는 망가지고 있지만 온갖 정부 규제에도 주택 가격은 오히려 끝 없이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한 박자씩 타이밍을 놓친 대출 규제도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힘들게 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공격적인 레버리지 전략과 풍부한 현금을 활용할 수 있는 고소득·고신용자들은 이미 주택 매수에 우위를 점한 환경에서 부동산 상승장을 이끌었다.

반면에 꼭대기에 있는 집값을 쫓아가는 실수요자 입장에서 대출 규제로 사다리가 걷어차이면 절벽에 몰린 듯 심리적인 위축이 더욱 심해지게 돼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뜻)'해서 '패닉 바잉(공포감에 따른 매수)'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전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사실상 문 정부가 내놓은 숱한 부동산 대책들이 무력화된 상황에서 새해 들어 정부의 2·4 공급대책이 예고되자 '영끌'로도 내 집 마련이 어려운 '흙수저 3040'들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막상 2·4 공급대책이 나오니 그동안 고집스럽게 수요 억제에만 골몰해 온 정부 입장이 시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공급 확대로 선회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기대감에 비해 실망스럽다거나 정책의 진의를 의심하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우선 교각살우를 범한 정부가 정책 신뢰를 상실한 상태에서 공공 주도 부동산 정책의 실효성에 시장이 의문을 품고 있다.

3040세대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이번 공급물량 중 70~80% 이상 분양주택을 공급하고, 공공임대주택이나 공공자가주택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정부의 강력한 공급 의지가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정부가 일반공급 비중을 기존 15%에서 50%로 올리고, 저축총액 기준 공급에서 추첨제 도입으로 폭 넓은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정부의 의도만큼 획기적인 방안은 아니라는 평가다. 

 

▲ 서울=연합뉴스


문제는 국민의 삶의 질을 절대적으로 좌우하는 주택 정책이 사행심을 자극하는 '로또'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코로나19로 3040세대들이 겪고 있는 고용 시장 불안감에 더해 저금리 환경에서 나타나는 자산시장 급등 현상은 반드시 양극화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번져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의 삶의 터전을 두고 시장 논리와 정책 개입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동안 짒값은 위협적인 고공 비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 국민 대다수가 평생 벌어들인 근로소득만으로 결코 닿을 수 없는 수준까지 집값이 올라간다면,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한 해법으로 '로또 당첨'과 같은 복권 추첨 방식이 가장 공평하다는 논리로 접근한다면 과연 공정한 사회일까.

이번 정부 정책 발표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앞으로도 국민 여러분의 내 집 마련 꿈이 조기에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습니다."

정부 표현처럼 흙수저 3040에게 내 집 마련은 이루기 힘든 '꿈'이 되어가고 있다. "언제까지, 얼마나 많은 복권을 긁어야 당첨될 수 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품고, 내 집 마련에 대한 기대감과 허탈함이 일상화된 사회는 분명 건강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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