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이슈토픽] 트럼프發 애플 '탈중국' 압박…LG이노텍, 공급망 재편 수혜 기대

황성완 기자 / 기사승인 : 2026-08-26 11:34:49
美, 애플 중국산 메모리 사용 공개 견제…공급망 전략 변수로
카메라 매출 27%↑·재고 선제 확대…'칩플레이션' 수요 둔화 부담 가능성도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애플의 중국산 메모리 사용 움직임에 제동을 걸면서 대중국 견제가 '카메라 모듈' 등 주요 부품으로 확산될 경우 핵심 공급사인 LG이노텍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LG이노텍이 하반기 애플 신제품 수요에 대비해 재고를 빠르게 늘리고 있는 가운데 다만, 인공지능(AI)발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칩플레이션'과 스마트폰 수요 둔화는 실적 변수로 꼽힌다.

 

▲LG이노텍 마곡사옥. [사진=LG이노텍]

 

26일 관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애플의 중국산 메모리 도입 검토에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훌륭한 미국 기업들이 중국산 메모리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고 이를 애플 측에도 직접 전달했다.

 

애플은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생산한 메모리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비 칸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중국산 메모리 사용 검토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 규모를 고려하면 미국 내 생산 확대 등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애플만의 문제도 아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글로벌 메모리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일부 IT 기업들도 중국산 제품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HP와 에이서(Acer)는 미국 이외 지역에서 판매하는 일부 기기에 CXMT의 메모리 칩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행 미국 규제상 기업들이 CXMT와 YMTC에 제품 관련 정보를 제공하려면 정부 승인이 필요하지만 이들이 생산한 범용 제품을 구매하는 것 자체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애플 역시 상대적으로 제품 맞춤화 필요성이 낮은 범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중국산 제품 사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직접 제동을 걸면서 애플의 선택지는 복잡해졌다. 러트닉 장관은 중국산 메모리 사용 대신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 美 '중국산 부품' 견제 확산하나…LG이노텍 주목

 

업계에서는 미국의 압박이 애플의 공급망 전략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가 직접 문제 삼고 있는 분야는 메모리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LG이노텍의 직접적인 수혜로 연결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미국의 대중국 견제 기조가 메모리를 넘어 아이폰에 탑재되는 주요 부품으로 확대되고 애플이 중국 공급업체 의존도를 추가로 낮춘다면 LG이노텍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하는 핵심 협력사다. 특히 아이폰의 고사양 카메라 채택 확대에 따라 광학솔루션 사업이 LG이노텍 실적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애플 공급망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 만큼 중국 공급사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카메라·광학 부품까지 확산될 경우 LG이노텍이 추가 물량을 확보하거나 고부가 제품에서 점유율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LG이노텍의 애플 의존도는 이미 높은 수준이다. LG이노텍이 공시한 6월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 11조620억원 가운데 애플로 추정되는 단일 고객 매출은 약 8조9000억원으로 80%를 웃돌았다.

 

LG이노텍이 예년보다 빠르게 재고자산을 늘리고 있는 점도 하반기 실적 확대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LG이노텍의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은 2조5000억원에 육박해 1년 전보다 1조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전체 증가분 가운데 판매를 앞둔 제품과 상품이 약 8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LG이노텍은 하반기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출시에 맞춰 카메라 모듈 등의 생산량을 확대한다. 올해는 예년보다 빠른 시점부터 재고가 증가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애플 신제품 공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애플의 신제품 판매가 흥행할 경우 선제적으로 확보한 재고가 하반기 매출 증가로 연결되면서 LG이노텍의 실적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견제로 애플 공급망 내 중국 업체의 입지가 좁아지고 LG이노텍의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시나리오까지 현실화한다면 추가적인 실적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 '칩플레이션' 양날의 검 작용할 수도…아이폰 가격 오르면 수요 위축

 

반면 최근 글로벌 IT 산업을 덮치고 있는 '칩플레이션'은 LG이노텍의 실적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스마트폰과 PC 등에 사용되는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빠듯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IDC는 AI 인프라 수요가 메모리 공급을 빨아들이면서 D램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고, 이 같은 메모리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이미 스마트폰과 PC 등 완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플 역시 메모리 가격 부담을 이유로 일부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인상하면서 시장에서는 향후 아이폰 가격에도 원가 상승 압력이 전가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면 제품 가격을 높이거나 다른 부품에서 원가를 낮춰야 한다.

 

애플이 제조원가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하면 LG이노텍의 수익성이 압박받을 수 있다. 반대로 원가 상승분을 아이폰 가격에 반영하면 소비자의 구매 부담이 높아져 판매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LG이노텍은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웃도는 만큼 아이폰 판매량 변화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실제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IDC는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이 높아지면서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결국 LG이노텍의 향후 실적은 '애플 공급망 재편'과 '칩플레이션'이라는 상반된 변수의 영향을 동시에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가 메모리를 넘어 카메라 등 주요 아이폰 부품까지 확산될 경우 애플 공급망에서 이미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LG이노텍에는 추가 물량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AI발 메모리 공급난이 장기화하면서 아이폰 제조원가와 판매가격이 계속 높아질 경우 스마트폰 수요 둔화라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정부의 견제가 중국산 메모리에 집중돼 있어 LG이노텍이 직접적인 수혜를 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애플이 정치적·규제 리스크를 고려해 중국산 부품 비중을 전반적으로 조정한다면 기존 핵심 공급업체에는 물량 확대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대로 메모리 가격 상승이 스마트폰 제조원가와 판매가격을 끌어올리면 전체 스마트폰 수요가 위축될 수 있어 애플향 매출 비중이 높은 부품사에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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