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생수 점유율 22%까지 확대…쿠팡·대형마트 중심 가격 경쟁 격화
시장 규모는 성장세인데 1위 삼다수 실적 둔화…수익성 방어 과제
[메가경제=심영범 기자]국내 생수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시장 1위 제주삼다수의 실적이 뒷걸음질하고 있다. 판매량 감소와 함께 매출과 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면서 수익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쿠팡과 대형마트 등이 자체브랜드(PB) 생수를 앞세워 가격 경쟁을 강화하면서 기존 브랜드 중심의 생수 시장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삼다수의 실적 둔화가 일시적인 판매 감소에 그치지 않고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전체 생수 시장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시장 자체의 침체보다는 소비자의 구매 기준 변화와 경쟁 심화가 삼다수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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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생수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시장 1위 제주삼다수의 실적이 뒷걸음질하고 있다. [사진=제주개발공사 홈페이지 갈무리] |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다수 판매량은 86만6000톤으로 집계됐다. 2024년 94만1000톤과 비교하면 8.7%, 물량으로는 7만5000톤 감소했다. 판매량이 1년 사이 두 자릿수에 가까운 감소율을 기록하면서 삼다수의 외형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감소폭은 판매량보다 더 컸다. 삼다수 매출은 2024년 3354억원에서 지난해 2960억원으로 394억원 줄었다. 감소율은 11.7%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747억원에서 446억원으로 301억원 감소해 40% 줄었다. 판매량 감소에 가격 경쟁과 비용 부담 등이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가 매출 감소보다 크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개발공사 전체 실적 역시 악화됐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고석준 의원은 지난 14일 제454회 정례회에서 제주개발공사의 영업이익이 2024년 664억원에서 지난해 303억원으로 53.3%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634억원에서 318억원으로 49.8% 줄었다.
삼다수의 실적은 제주개발공사뿐 아니라 제주도의 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주개발공사는 삼다수 사업을 기반으로 제주도의 주요 재정 기여원 가운데 하나로 기능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다수의 수익성 회복 여부는 개별 생수 브랜드의 실적을 넘어 제주개발공사의 경영 안정성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시장점유율 역시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삼다수의 국내 먹는물 시장 점유율은 2022년 42.8%에서 2023년 40.3%, 2024년 39.4%로 하락했다. 2025년 1분기에는 40.4%로 다시 40%선을 넘어섰지만, 2024년에는 처음으로 40% 아래로 내려가면서 시장 지배력에 변화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자료에서도 삼다수는 여전히 40% 안팎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경쟁 브랜드와 PB 상품의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삼다수의 경쟁 환경을 바꾸고 있는 대표적인 요인은 PB 생수다.
PB 생수는 유통업체가 먹는샘물 제조업체에 생산을 맡긴 뒤 자체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제조와 판매를 직접 모두 담당하는 기존 생수 브랜드와 달리 유통업체가 이미 확보한 판매망과 물류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브랜드 광고나 마케팅 비용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가격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닐슨IQ코리아 조사에서는 2023년 국내 오프라인 생수 소매시장 기준 PB 생수의 점유율이 22%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삼다수는 40.3%, 아이시스는 13.1%, 백산수는 8.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PB 생수가 개별 브랜드와는 다른 경쟁축으로 성장하면서 생수 시장의 판도가 기존 제조사 중심에서 유통업체와 제조사의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PB 생수의 성장 배경에는 가격이 자리 잡고 있다.
생수는 다른 식품과 비교해 제품 간 차별성을 소비자가 체감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품목이다. 같은 용량의 제품이라면 브랜드보다 가격을 먼저 비교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2ℓ 제품 여러 개를 한꺼번에 구매하거나 500㎖ 제품을 묶음으로 구매하는 경우 병당 가격 차이가 전체 구매금액에 직접 반영된다.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이러한 가격 민감도는 더욱 높아졌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재와 달리 생수는 상대적으로 제품 전환 비용이 낮아 저렴한 상품이 등장할 경우 소비자가 쉽게 구매 브랜드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점도 기존 브랜드에는 부담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는 수원지와 제조원, 무기물질 성분함량이 동일한 먹는샘물이라도 판매 브랜드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00㎖ 제품 40개를 기준으로 쿠팡 PB 상품인 탐사수 무라벨과 아이시스8.0의 가격 차이가 1.7배에 달한 사례도 있다.
온라인 유통 확대는 PB 생수의 가격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다.
생수는 대표적인 중량 상품으로 과거에는 소비자가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직접 운반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주문하면 묶음 단위 생수를 집까지 배송받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비교부터 결제, 배송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온라인 구매의 장벽도 낮아졌다.
특히 쿠팡과 같은 온라인 유통 플랫폼은 자체 PB 상품을 플랫폼 내에서 판매하면서 동시에 물류와 배송까지 연계할 수 있다. 유통업체가 확보한 물류 경쟁력이 상품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대형마트 역시 PB 생수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마트 노브랜드와 롯데마트 등 유통업체가 초저가 생수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저가 제품군이 확대됐다. 최근 생수 시장에서 PB 상품이 차지하는 존재감이 커진 배경이다.
반면 국내 생수 시장 전체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로모니터 기준 국내 생수 시장은 2023년 2조3335억원에서 2024년 2조4432억원, 2025년 2조5076억원으로 확대됐다. 시장 규모가 증가하는 가운데 삼다수 판매량과 매출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최근 실적 부진을 단순히 생수 소비 감소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소비자들이 생수를 구매하는 방식과 가격에 대한 기준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 내 경쟁도 과거보다 다층적으로 바뀌고 있다. 기존에는 삼다수를 중심으로 아이시스와 백산수 등 주요 브랜드가 경쟁하는 구도가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PB 생수가 가격을 앞세워 별도의 경쟁축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기능성 음료와 탄산수, 정수기 등 대체재까지 확대되면서 생수 제조사들이 경쟁해야 할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삼다수 입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 자체가 여전히 주요 경쟁력으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자료에서도 삼다수는 40%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시장 1위라는 지위만으로 과거와 같은 성장률과 수익성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환경이 됐다. PB 생수와의 가격 격차가 커질수록 삼다수의 브랜드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고, 가격을 낮출 경우에는 수익성 악화 가능성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적 측면에서도 이 같은 고민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삼다수는 판매량이 8.7% 감소했지만 매출은 11.7%, 순이익은 40% 감소했다. 물량 감소 이상의 속도로 수익성이 악화된 만큼 향후에는 판매량 회복뿐 아니라 제품별 수익성과 유통비용, 물류비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제주개발공사 내부에서도 초저가 PB 생수와 소형 정수기 보급, 물류비 상승 등을 주요 부담 요인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대용량 생수를 여러 개 구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형 생수나 정수기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경우 기존 생수 사업의 성장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16일 제주개발공사 취임한 김도영 제주개발공사 신임 사장은 제주삼다수의 유통·영업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하고 국내 생수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서겠다는 경영 구상을 밝혔다.
김 사장은 지난 15일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개발공사는 격화하는 시장 경쟁,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 등 엄중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핵심 과제로는 제주삼다수의 물류·유통 네트워크 재정비와 시장 맞춤형 영업 전략 강화를 제시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해 유통 구조의 효율성을 높이고 판매 채널별 전략을 세분화해 삼다수의 시장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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