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숨통 틔워달라…부동산 대토론회 달군 금융 민심

박선영 기자 / 기사승인 : 2026-07-23 17: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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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 "대출 막혀 집 못 산다"…주택금융 의견 최다
이재명 "충분히 듣고 결정"…부동산 금융 정책 전면 점검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무주택자가 힘들게 내 집 마련을 하려 해도 대출 규제로 집을 살 수 없습니다."


"직장과 자녀 교육 때문에 이사가 필요한 1주택자까지 다주택자와 같은 규제를 받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인데도 방공제 때문에 수천만 원의 잔금이 부족해졌습니다."

23일 열린 대통령실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집값보다 '집을 살 수 있는 금융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실수요자들의 요구가 쏟아졌다.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실거주 목적의 1주택 갈아타기 수요자들은 획일적인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금융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실제 대통령실 사전 의견수렴에서도 주택금융 분야가 공급과 세제를 제치고 가장 많은 의견을 기록하면서 실수요자 중심의 금융정책 보완이 부동산 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열고 공급과 금융, 세제 등 부동산 정책 전반을 논의했다.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 업계 관계자, 시민 등 140명이 참석했으며 온라인으로 접수된 국민 의견도 함께 검토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전 의견수렴 결과에 따르면 주택금융 분야가 약 1060건으로 가장 많은 의견이 접수됐다. 주택공급·규제(약 680건), 부동산 세제(약 550건)를 크게 웃돌았다. 공급 확대나 세제 개편보다 '집을 살 수 있는 금융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는 의미다.

이번 토론회는 정책을 확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개 토론이다. 정부는 이날 제기된 의견을 향후 부동산 정책 검토 과정에서 참고할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제도 개편이나 시행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DSR부터 방공제까지…실수요자 "대출 규제 현실과 맞지 않아"

가장 많이 제기된 문제는 획일적인 대출 규제였다.

한 무주택자는 "담보가 있는 주택을 구입하는데도 신용을 우선으로 대출 여부를 판단하다 보니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다"며 "청년뿐 아니라 전 연령층의 무주택자를 위한 대출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시민은 "서울 고가 아파트가 아니라 지방의 미분양 빌라나 소형 아파트를 구입하려 해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대출이 막힌다"며 지역별 시장 상황을 반영한 금융정책을 요구했다.

DSR은 연간 소득 대비 모든 금융권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같은 가격의 주택이라도 소득과 기존 대출 규모, 적용 금리와 만기 등에 따라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이 달라진다. 실수요자들은 현행 제도가 개인별 상환 능력보다 획일적인 규제에 치우쳐 있다고 주장했다.

실거주 목적의 1주택 갈아타기 수요도 제도 사각지대로 지목됐다.

직장 이동과 자녀 교육, 부모 부양 등으로 이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도 단순히 1주택자라는 이유만으로 다주택자와 같은 대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의 대출총량 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허용한 DSR 한도 안에서도 일부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을 제한하거나 가산금리를 높여 사실상 대출이 막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의견수렴 게시판에는 "토지거래허가를 기다리는 사이 대출 규제가 강화돼 계약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거나 "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가 잔금 직전 한도가 줄었다"는 사례도 이어졌다.

◇ 생애 첫 내 집 마련 막는 '방공제'…실수요자 부담 커져

이번 토론회에서는 일반 국민에게 다소 생소한 '방공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방공제는 세입자의 소액임차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한도에서 일정 금액을 미리 차감하는 제도다.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과정에서 일부 은행이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취급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면서 방공제가 적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등 실수요자의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이 예상보다 수천만 원 줄어드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방공제로 차감되는 금액은 주택 소재 지역과 소액임차보증금 보호 기준 등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가격의 주택이라도 지역이나 금융회사의 보증상품 취급 여부에 따라 실제 대출 한도가 달라질 수 있어 실수요자들의 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의 대출총량 관리와 맞물리면서 실수요자들은 정부 규제뿐 아니라 금융회사의 자체 심사 강화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 [사진=연합뉴스]

 


◇ 이 대통령, "국민 의견 충분히 듣고 정책 결정"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부동산 가격을 억지로 낮추자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강이 보이는 좋은 집은 비싸도 된다. 돈 있는 사람이 사는 것을 막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모두가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며 "결론을 내리기 전에 국민과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공급을 늘리면 해결되지만 어디에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는 쉽지 않은 문제"라며 공급과 금융, 세제를 함께 고려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전문가들 "실수요자는 살리고 투기는 막아야"

전문가들도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억제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대를 나타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과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등 실수요자 지원은 확대하되 투기성 대출은 줄이는 방향으로 주택금융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세대출은 실수요 중심으로 개편하고, 고액 대출에는 거시건전성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신축 주택 공급 회복과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장기 민간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주문했다.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연계한 종합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메시지는 실수요자는 보호하고 투기 수요는 억제하는 방향으로 공급과 금융, 세제를 함께 손질해야 한다는 데 모아졌다.

◇ 대출 규제 손질 어디까지…가계부채 관리가 변수

이번 토론회에서 DSR이나 방공제 개선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와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그대로 유지된다. 이날 논의는 향후 부동산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의견수렴 성격으로, 실제 제도 변경 여부는 후속 정부 발표를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실수요자 요구에도 대출 규제를 전면 완화하기 어려운 배경에는 가계부채 관리와 집값 불안 우려가 있다. 대출 여력이 커질 경우 주택 구매 수요가 다시 늘어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금융제도 개편이 이뤄지더라도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실거주 목적의 1주택 갈아타기 수요 등 실수요자를 어떻게 구분해 지원할지, DSR과 방공제 등 현행 규제를 얼마나 정교하게 손질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토론회는 공급 확대나 세제 개편보다 '실수요자가 실제로 집을 살 수 있는 금융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와 실수요자 보호라는 두 과제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향후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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