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메가브랜드] '힙했고 남았고 커졌다' 빙그레, 생존 방적식 '메로나'

정호 기자 / 기사승인 : 2026-01-21 09: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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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억에서 30개국으로, 메로나가 증명한 메가브랜드의 힘
위기 돌파 묘수 '해외 확장', 다변화·식물성 발빠른 현지화

메가 브랜드는 위기에 빠진 기업을 되살리는 ‘구원투수’이자 새로운 맛의 지평을 여는 존재다. 누구나 한 번쯤 기억하는 제품으로 남으며 시대를 관통한다. 식품기업의 흥망성쇠 속에서 수많은 제품이 사라졌지만, 일부는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메가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시간이 지나도 선택받는 비결을 들여다본다.

 

[메가경제=정호 기자] 멜론은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지금처럼 쉽게 접할 수 없는 고급 과일로 인식됐다. 빙그레는 빙과업계 최초로 이 멜론을 활용한 아이스크림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소 무모해 보였던 이 도전은 시간이 지나며 기업의 실적을 떠받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 <사진=빙그레>

 

빙그레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197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712억원) 대비 2.23% 증가했다. 특히 메로나를 필두로 한 냉동 및 기타 품목군(아이스크림 기타)의 3분기 누적 매출은 7530억원으로, 전년 동기(7028억원) 대비 7.14% 성장했다. 

 

메로나가 현재의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 백화점 수입 과일 매대에도 1~2개 정도만 진열될 만큼 희귀했던 멜론의 맛을 아이스크림으로 구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유통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수입 과정에서 신선도가 떨어졌고, 뒷맛이 텁텁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동남아시아에서 경험한 진하고 부드러운 멜론의 풍미를 재현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해결책은 참외에서 찾았다. 현재 ‘코리안 멜론’으로 알려진 참외는 수분 함량이 높고 멜론 향과의 조화가 뛰어나 기존 한계를 보완했다. 최근 SNS에서 메로나가 ‘참외향’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국내 첫 출시된 멜론맛 아이스크림은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고 소련 붕괴 등 시대적 변화가 이어지던 시기, ‘힙한’ 아이스크림으로 이름을 알렸다. 생소한 원료로 만든 초록색 아이스크림은 출시 첫해 2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546억원으로, 당시 직장인 평균 연봉의 약 105배에 달하는 규모다.

 

◆ 국민 아이스크림의 변신은 무죄… 메로나, 친근함에 협업 더해


메로나의 또 다른 흥행 요인은 의류·신발·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일상 속 브랜드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2017년 빙그레는 패션 브랜드 휠라와 ‘FILA X 메로나 컬렉션’을 선보였다. ‘코트디럭스’와 ‘드리프터(슬리퍼)’에 메로나 특유의 멜론 컬러를 적용해 10~20대의 관심을 끌었고, 코트디럭스 메로나는 초도 물량 6000족이 출시 2주만에 완판됐다.

 

메로나는 신는 브랜드에서 입어볼 수 있도록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빙그레는 스파오와 협업해 메로나, 붕어싸만코, 쿠앤크 등 대표 아이스크림을 디자인한 티셔츠를 출시했고, 사전 판매율 35%를 기록했다. 생활용품으로도 변신했다. 메로나 수세미는 SNS에서 화제를 모았고, 같은 해 애경과 협업해 메로나 칫솔도 선보였다.

 

▲ <사진=빙그레>

 

기존 아이스크림이 아닌 케이크, 주류, 우유로도 다변화를 꾀했다. 2020년에는 뚜레쥬르와 협업한 ‘메로나 시리즈’ 빵과 케이크가 출시 한 달 만에 30만 개 이상 판매됐다. 예스24와 도서 굿즈 협업을 진행했으며, 2021년에는 하이트진로와 손잡고 ‘메로나에이슬’을 출시해 MZ세대의 호응을 얻었다.

 

2023년에는 바나나맛우유와 협업해 ‘메로나맛우유’를 선보였다. 멜론맛 우유에 대한 소비자 요청을 반영해 메로나 특유의 풍미를 단지 용기에 담았다. 이처럼 꾸준한 관심과 공감대 형성은 “올 때 메로나”라는 밈으로 이어졌다. 이는 메로나가 더 이상 낯선 아이스크림이 아닌, 멜론맛 아이스크림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한다.

 

◆ 국내는 포화·해외는 확장, 판매량으로 증명한 메로나의 생존력

 

메로나는 국내 대표 아이스크림으로 자리 잡았지만, 내수 시장은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원재료 가격 인상 등으로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빙그레는 해외 시장을 선택했다.

 

초기에는 하와이에 거주하는 교민을 중심으로 메로나를 선보였고, 이는 아시안과 히스패닉 소비자층으로 확산됐다. 이를 계기로 빙그레는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영업·마케팅을 강화해 코스트코 입점에 성공했다.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 7월부터는 미국 워싱턴주 밸뷰에 위치한 ‘Lucerne Foods’와 OEM 방식으로 현지 생산에 돌입했다. 해당 업체는 Safeway 등을 운영하는 Albertsons 계열사로, BRC·코셔 등 국제 품질 인증과 최신 설비를 갖춘 생산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메로나는 쫀득한 식감을 앞세워 현지 소비자에게 새로운 아이스크림 경험을 제시했다. 망고·딸기·바나나·코코넛·타로·피스타치오 등 다양한 맛을 개발하고, 퍼먹는 홈사이즈 제품도 선보였다. K-푸드와 K-컬처에 대한 관심 확산 역시 성장에 힘을 보탰다.

 

▲ <사진=빙그레>

 

현재 메로나는 미국·캐나다 등 북미를 비롯해 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중동을 포함한 3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에도 진출했다.

 

특히 기존과 다른 식물성 재료를 사용한 점은 주효한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빙그레는 2023년부터 네덜란드·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식물성 메로나를 선보였다. 2024년 유럽 지역 식물성 메로나 매출은 전년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네덜란드 알버트 하인, 프랑스 까르푸, 독일 네토 등 메인스트림 유통 채널 입점이 성과로 이어졌다.

 

식물성 원료 사용은 붕어싸만코로 호주 울워스·콜스, 코스트코에도 입점해 영향력을 넓히는 비결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메로나는 주요 국가 거점 유통망 확보와 현지화 전략이 맞물리며 성과를 냈다”며 “국내에서 검증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한 발 빠른 현지 대응이 또 하나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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