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판정] 정부, 외환銀 매각지연 인정 2800억원 배상 책임...'주가조작' 론스타 책임도 절반 (종합)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08-31 19: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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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ISDS 판정..론스타 주장 인용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
외환銀 매각 가격 인하 부분...‘주가조작' 론스타 책임도 절반 과실상계
여타 쟁점 정부 판정승 청구금액 대비 95.4% 승소...4.6% 일부 패소
청구 손해액·조세 쟁점도 정부 승소…“심사 지연은 론스타가 자초” 소수 의견도
한동훈 “세금 단 한 푼도 유출되지 말아야”...“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 검토”

외환은행 매각 지연으로 손해를 봤다며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중재판정에서 한국 정부의 책임이 인정됐다.

다만 론스타 측의 책임도 있다고 판단해 대부분 우리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청구의 일부 만을 인용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사건 중재판정부는 이날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재분쟁 사건(일명 ‘론스타 사건’)에서 론스타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우리 정부 측에 2억1650만달러(약 2800억원·환율 1300원 기준)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중재판정부는 아울러 2011년 12월 3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할 것을 명했다. 이자액은 약 18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날 중재판정 선고는 중재절차가 개시된지 약 10년 만이자, 최종 심리기일이 종료된지 약 6년 3개월 만에 이뤄졌다.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46억7950만달러(약 6조1천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를 통해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ISDS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법령이나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ICSID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 '외환은행 매각' 론스타-정부 분쟁 주요 일지. [그래픽=연합뉴스]

벨기에 회사인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34억원에 사들인 뒤 여러 회사와 매각 협상을 하다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팔았다.

하지만 론스타는 매각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하면서 더 비싼 값에 매각할 기회를 잃었고, 오히려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총 3명으로 구성된 중재판정부는 2대1로 여러 쟁점 중에서 금융 쟁점에 대한 론스타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다수의견은 론스타와 하나은행 간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승인을 지연한 행위가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대우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중재판정부는 나머지 금융 및 조세 쟁점에 관해서는 우리 정부 측 주장대로 중재판정부의 관할이 없거나 국제법 위반이 없음을 확인해 론스타 측 주장을 기각했다.

중재판정부의 다수의견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할 당시에 우리 정부의 승인 심사 지연으로 인해서 매각금액 약 4억3300만 달러가 인하됐는데 이런 우리 정부의 승인심사 지연행위가 공정·공평대우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외환카드의 주가조작 사건에서 론스타 측의 유죄 판결을 근거로 해서 론스타의 형사적 잘못이 금융당국의 승인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 배상 금액을 4억3300만 달러의 절반인 2억1650만 달러만 인정했다. 

판정부 3명 중 1명은 아예 우리 정부에 책임이 없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 소수의견은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인한 유죄 판결로 인해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가 지연되었으므로, 이는 론스타 스스로 자초한 것이며 우리 정부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측 청구금액 약 46억8천만달러 중 4.6%인 2억1650만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95.4%인 44억6천만달러(약 5조8천억원)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 론스타 사건 진행 경과. [법무부 제공]


구체적으로 보면, 관할 쟁점과 관련해선 우리 정부 측 주장을 받아들여 2011년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 발효(2011년 3월 27일)’ 이전의 정부 조치 및 행위에 관해 관할이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론스타가 주장했던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대한 매각과 관련한 청구 및 일부 조세 청구는 본안 판단 범위에서 제외됐다.

특히 액수가 많았던 조세 쟁점에 대해서는 모두 우리 정부가 승소했다. 중재판정부는 일부 관할이 있는 조세 청구의 경우도 우리 정부의 과세처분에 상기 투자보장협정상 자의적·차별적 대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조세 쟁점에 대한 론스타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는 중재판정부 내에서 강한 반대 의견이 나온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보고 향후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관련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할 당시 승인 심사 과정에서 국제법규와 조약에 따라서 차별 없이 공정·공평하게 대우했다는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록 론스타 청구액보다 많이 감액되긴 했지만 정부는 이번 판정에 대해서 수용하기 어렵다”며 “중재판정부의 소수의견이 우리 정부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정부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만 봐도 이번 판정은 절차 내에서 끝까지 다퉈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그러면서 “정부는 취소 신청 등 후속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단 한 푼도 유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재 당사자는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권한 월권, 중재판정의 이유 누락,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 등 ICSID 협약 제52조 제1항 상의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중재판정 후 120일 이내에 ICSID 사무총장에게 그 판정의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즉시 별도의 취소위원회(3명)를 구성해 취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결과가 나오는 데는 최소 1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이번 중재의 핵심 쟁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이 한차례 무산되고 뒤늦게 이뤄지는 과정에 한국 정부의 책임이 있는지였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되파는 과정에서 막대한 이득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매각 과정에서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이익금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2007∼2008년 HSBC와 매각 협상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규정된 심사 기간 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고, 이후 하나금융지주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각해 손해를 봤다는 취지였다.

론스타는 또 2011∼2012년 하나금융과의 협상 과정에서도 정부가 승인을 지연하고, 매각 가격을 인하하도록 부당하게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규정된 매각 승인 심사 기간은 권고에 불과하며, 당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었다고 반박했다.

론스타 측은 당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의 피의자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았다. 대검 중수부는 대대적인 수사 끝에 두 사건 모두 관련자들을 기소했고, 이 중 주가조작 의혹은 유죄가 확정됐다. 당시 수사팀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포함돼 있었다.

정부는 이처럼 론스타가 형사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후 외환은행 주가가 하락한 점을 반영해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매각 가격을 재협상했을 뿐 정부는 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 한국 국제투자분쟁(ISDS) 현황. [그래픽=연합뉴스]

정부는 관계부처 TF, 국제분쟁대응단, 법무부 국제분쟁 대응과 등 3단계 대응체계를 거쳐 판정문을 면밀히 분석한 후 구체적인 취소 신청 계획을 짤 방침이다.

반면 론스타 측이 자신들의 주장이 상당수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취소 신청을 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향후 중재판정과 관련한 진행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한 장관은 “중재절차 투명성 제고와 알권리 보장을 위해 관련 법령 및 중재판정부의 절차 명령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판정문 등 사건 관련 정보도 최대한 공개할 예정”이라며 “비밀유지 약정서가 있는데 최대한 공개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10년만에 선고가 내려진 이 사건은 2012년 11월에 중재가 제기돼서 2013년 5월에 중재판정부의 구성이 완료됐다.

이후 론스타와 우리 정부 양측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서증 1646호, 증인, 전문가 진술서 95건을 비롯한 방대한 증거자료를 제출해 서면공방 절차를 진행했다.

서면공방 절차 완료 이후에는 2015년 3월부터 네 번에 걸쳐서 미국의 워싱턴DC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심리기일이 진행됐으며 심리는 2016년 6월에 종결됐다.

이후 중재판정부는 2020년 10월에 질의응답 기일을 진행했고 2022년 6월 29일 중재판정부의 절차 종료 선언 이후 2개월여 만에 이날 판정선고가 나왔다.

론스타는 2020년 11월께 8억7천만달러(약 1조1300억원) 협상안을 우리 정부에 제시한 바 있으나 우리 정부가 거절한 바 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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