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열전] '세차례' 고개 숙인 이재용 회장 첫 '노사 갈등 사과'... 직접 진화 나섰다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5-18 08:16:48
회장 취임 후 첫 공개 사과…파업 현실화·정부 중재 움직임 속 '정면 돌파'
"삼성은 하나" 강조…이재용, 노사갈등 봉합 나섰다
HBM 공급망·반도체 경쟁력 흔들릴 우려에 '국가경제 리스크' 인식도 반영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성과급 배분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 상황에 대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서며 위기 수습에 나섰다. 

 

2022년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공개 사과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노조 파업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정부까지 중재 움직임에 나서자 그룹 총수가 직접 상황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지난 16일 일본에서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노사 갈등 상황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은 그동안 대외 공개 발언을 최소화했는데 이번에는 직접 준비한 사과문을 읽고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는 점에서, 삼성 내부적으로 이번 사안을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선 ‘경영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비즈니스항공센터(SGBAC) 입국장에서 기자들 앞에 서 “항상 삼성을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시고 채찍질해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고 언급해 노사 갈등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과거 ‘무노조 경영’ 기조로 대표됐던 기업인 만큼 총수가 공개 석상에서 노조을 향해 '한 가족'이라고 직접 언급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과는 일본 출장 일정을 조정해 귀국한 직후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 회장이 직접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경우 여론 악화와 조직 내부 동요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는 DS(반도체) 부문 성과급 지급 기준과 재원 배분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을 중심으로 한 공동투쟁본부는 사측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파업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여기에 정부 부처까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 기업 내부 노사 문제를 넘어서는 양상으로 번졌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미 사후조정 절차를 통해 노사 재협상을 유도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해 중재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HBM 멈출라"…결국 고개 숙인 이 회장, 노사 갈등에 직접 등판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AI 반도체 공급 안정성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삼성전자가 최근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첨단 반도체 중심의 글로벌 공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고객 대응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노사 갈등은 단순한 임금협상 문제가 아니라 AI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과 연결되는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정부까지 움직이는 배경에도 이런 산업적 중요성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공개 사과에 나선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사과는 2015년 삼성서울병원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였으며, 두 번째는 2020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준법감시위원회 권고에 따라 경영권 승계 및 무노조 경영 방침 폐기를 선언했을 때였다. 당시 그는 부회장 신분이었다.

 

이번 사과는 회장 취임 이후 첫 공개 사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시장 재도약과 조직 안정화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이 직접 ‘책임 경영’ 메시지를 던지며 내부 결속과 대외 신뢰 회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사과가 실제 노사 협상 타결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노조 측은 성과급 산정 기준 공개와 DS 부문 중심의 보상 체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교섭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단순 임금 갈등을 넘어 ‘성과 공유 구조’와 ‘반도체 초호황기 보상 체계’ 전반을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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