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DNA에 혁신 이식 핵심은 롯데케미칼...수소산업에 4조4000억 투자

박종훈 기자 / 기사승인 : 2021-07-15 06:44:06
  • -
  • +
  • 인쇄
친환경 성장 로드맵 발표...그룹 캐시카우서 미래성장 동력원으로

재계 5위 그룹이며 유통 부문 전통의 강자로 평가받는 롯데그룹은 코로나19가 가속화한 변화 속에 큰 도전을 맞고 있다.

지난 7월 1일 비대면으로 열린 2021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선 그룹의 전략방향에서 다른 무엇보다 '혁신'이 강조됐다.

롯데의 미래가치를 보여주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은 '오늘을 새롭게, 내일을 이롭게'다.

그저 미사여구를 가져온 게 아니라, 기업경영에 있어서 변화하는 세태와 거기에 적응하기 위한 롯데의 고민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 = 롯데그룹 제공)

 

기업이 사회에 얼마나 이로운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소비자들의 눈은 매서워졌다. 그에 따라 제도권의 규제 벽도 높아졌고, 정직하지 못한 기업을 배제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일상과 밀접한 제품과 서비스가 모태인 롯데그룹은 개개인의 삶에 대한 가치관도 변화하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 VCM에선 따로 ESG 경영 선포식도 열렸다. 전사적으로 의지를 표명한 것. 204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상장 계열사 이사회에 산하 ESG위원회를 구성하며 CEO 평가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는 등 전사적인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일련의 상황 속에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기업은 일찌감치 그룹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한 롯데케미칼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한지 2년 만에 처음 임원을 단 곳이기도 하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 1분기 매출 4조1683억원, 영업이익 623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는 86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분기부터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백화점, 대형할인점, 전자제품전문점, 슈퍼, 홈쇼핑, 이커머스 등 유통 전분야를 아우르는 롯데쇼핑은 매출 3조880억원, 영업이익 6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매출 4조770억과 영업익 52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의 계열사는 각각 매출액 4000억~5000억원 규모에 영업이익률은 5~6% 수준이다. 삼성으로부터 인수해 롯데케미칼과 함께 화학분야 사업을 영위하는 롯데정밀화학이 매출액 3439억원에 영업이익 355억원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를 만들 따름이다.

롯데케미칼은 연간 에틸렌 409만톤, 범용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을 각각 213만톤, 174만톤 생산한다.

합성섬유와 페트병의 중간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은 84만톤, 부동액과 폴리에스터의 주요 원료인 모노에틸렌글리콜(MEG)는 183만톤 생산한다.

비록 중국을 필두로 전 세계 공장들과 수요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만, 향후 미래산업으로 일컬어지는 분야들을 생각해 보면 화학산업의 먹거리는 안정적이다.
 

▲자료 = 롯데케미칼 제공

 

여기에 더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미래 에너지 수소산업에 후발주자로 본격 참전을 선언했다.

롯데케미칼은 13일, 향후 10년간 조 단위 투자로 2030년 국내 수소시장 30%를 점유하겠다는 '친환경 수소사업 성장 로드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4조4000억원을 투자해, 연 3조원 매출과 10% 영업이익률 달성이 구체적인 목표다.

친환경 목표 역시 구체적. 궁극적으론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그린수소'를 지향한다. 목표 기한인 2030년까지 연 44만톤 생산 계획.

중간 단계로 탄소포집, 활용(CCUS) 기술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블루수소'를 2025년까지 16만톤 생산한다는 계획도 있다.

무작정 시장에 공급물량을 밀어넣을 게 아니라, 소비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밸류체인 구축도 계획 중이다. 2024년 울산에 연료전지 발전소를 운영하며, 2030년엔 전국에 복합충전소를 20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수소 저장용 고압탱크도 같은 시기 연 50만개를 양산해 수소차에 적용한다.

이미 앞서 그룹 VCM에서 수소를 비롯한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모빌리티 등 신사업에 모두 9조원 규모의 투자계획도 언급된 바 있다. 이번에 발표된 로드맵도 그 일환이다.

롯데그룹의 수소 비즈니스 참여는 타 대기업집단에 비해 뒤늦었다. 하지만 미래를 대비하는 그룹의 동력원으로서 가치가 있으며, 특히 유통부문 비즈니스의 체질전환까지 버퍼(buffer)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신동빈 회장은 VCM에 참여한 그룹 사장단들에게 "실패보다 더 나쁜 것은 실패를 숨기는 것,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 실패조차 없는 것"이라고 말하며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했다.

롯데그룹의 모태는 역시 창업주 故 신격호 회장이 일군 유통 부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가속화한 온라인 전환 속에 전통의 강호는 움직임이 굼떴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물론, 이커머스 비즈니스가 화제의 중심으로 뜨거운 데 비해 실속이 어느 정도냐는 논란은 계속되지만,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했음은 분명하다.

롯데그룹 유통부문을 담당하는 롯데쇼핑의 올 1분기 실적을 보면, 여전히 오프라인 비중이 대부분임을 볼 수 있다.

매출액 기준 백화점이 17.4%, 대형할인점이 38.0%, 롯데하이마트가 24.6%, 슈퍼마켓이 10.0%를 차지하고 있다.

홈쇼핑은 6.6%, 영화상영 플랫폼과 콘텐츠 제작의 롯데컬처웍스가 1.0%를 차지한다. 이커머스 부문의 매출액 비중은 0.7%에 불과하다.

유통가에선 ‘이커머스 대전’으로 손꼽혔던 지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도 통합 채널 롯데온 출범 이후 조직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동분서주한 롯데가 과연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신세계에 비해 롯데가 신중한 베팅을 했던 이유라는 분석이다.

이는 국내 온라인쇼핑 효시 격인 인터파크가 매물로 나왔음에도 롯데그룹이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구조 (자료 = 롯데지주 제공)

 

롯데그룹만이 아니라, 경영계의 최근 최대 화두인 ESG에서 친환경의 영역은 기술적인 속성이 강하다. 사회적가치와 관련한 영역은 이미 대기업이라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며 섭섭지 않게(?) 노력하는 중. 아울러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한 나름의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지배구조와 관련해서 롯데그룹의 해묵은 숙제는 해법이 만만치 않다.

2021년 3월말 기준 롯데지주는 자회사 23개, 손자회사 45개를 포함해 69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각 계열사와 지주와 지분구조는 대기업 순환출자의 대명사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얽혀있다. 현재 이슈인 것처럼 향후 ESG가 기업의 미래지속에 핵심으로 자리잡는다면, 롯데그룹도 지배구조 논란에서 피해갈 수 없다.

신동빈 회장은 "IMF, 리먼 사태 때도 롯데는 과감한 결단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며 "우리에겐 위기 극복 DNA가 분명히 있다"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창업주 故 신격호 회장이 1922년 일본에서 '롯데'란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국내에 진출한 건 1958년. 하지만 한국에 '롯데'가 설립된 것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1967년 설립된 롯데제과부터 출발한다.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노무라증권을 거쳐 롯데에 처음 발을 딛은 1980년대 롯데그룹의 위상은 어땠을까?

2021년 현재, 롯데그룹은 삼성, 현대차, SK, LG에 이어 5위 자리에 위치한다. 하지만 1986년엔 현대, 대우, 삼성, 럭키, 국제 순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으로 분류하는 기준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이다. 2002년에 2조원으로 기준이 바뀌고, 현재 수준이 된 것은 지난 2009년부터다.

1986년 당시의 기준은 4000억원 이상.

5위권이 문제가 아니라, 30대 대기업집단 리스트를 살펴봐도 롯데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불과 5년 전인 2016년만 하더라도, 롯데는 한전과 LH에 밀려 7위 자리였다.

과거에 비해 점점 빨라지고 있는 기술과 경제의 진보가 언제쯤 특이점(singularity)에 다다를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불과 10년을 앞둔 2030년은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면서도, 현재로선 그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미래다.

신 회장의 "생존에만 급급하거나, 과거의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기업에겐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는 말이 오늘을 사는 기업들의 영원한 숙제다.

 

[메가경제=박종훈 기자]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HEADLINE

더보기

PHOTO NEWS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