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1] 유통가 빅뉴스, 합종연횡과 이합집산

박종훈 / 기사승인 : 2021-12-20 11:00:04
  • -
  • +
  • 인쇄
몸집 키우기와 이종협업, 코로나19 여전한 한해···미래 포석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통·생활경제 업계는 달라진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부지런히 적응해야 했다. 백신 접종 확대 이후에도 지속되는 변이 바이러스와 재확산 국면에 기대와 다르게 2021년 내내 이런 국면은 계속됐다.

그래서일까.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그리고 미래 비즈니스에 대비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 중 M&A 등을 통한 몸집 키우기와 신사업 투자, 그리고 지금까지 상식을 뛰어넘는 ‘이종협업’이 유난히 돋보였던 한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비롯, 유독 굵직했던 유통가 M&A 시장

 

올해, 유통가 합종연횡의 신호탄은 롯데쇼핑에서 쏘아올렸다. 3월 말 국내 1위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 인수에 대한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역시 롯데쇼핑의 참전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이커머스 분야 투자에 불을 당기는 것이란 전망이 줄이었다.

중고나라에 대한 롯데의 관심은 코로나19 확산을 촉매로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중고거래 시장이 크게 성장하며 주요 채널인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기 때문. 2020년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은 약 20조원 규모로 10여년 전에 비해 다섯배 이상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회원 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월간순이용자(MAU)로 미뤄볼 때 중고나라는 당시 1500만명 수준의 당근마켓에 이어 1200만명 수준의 MAU를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 = 신세계그룹 제공)

 

6월엔 올해 유통가 가장 빅이슈였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향배가 가려졌다. 롯데와 신세계 두 유통공룡의 각축전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미국 이베이 본사와 체결한 지분 양수도 계약의 가액은 약 3조4000억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와 같은 투자를 두고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정 부회장의 이와 같은 코멘트는 2021년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주문한 것처럼 ‘반드시 이기겠다는 근성’과 일맥상통하는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이마트의 사업 부문에서 온·오프라인 비중은 반반 수준으로 재편됐다. 아울러, 통합 온라인 채널 SSG닷컴이 보유한 첨단 풀필먼트센터를 비롯해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을 집중 투자해, 기존 오프라인 거점을 온라인 사업의 교두보로도 활용한다는 복안을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유통가의 굵직한 화제는 신흥 온라인 주자인 쿠팡이 독점했다. 소비자들의 미래 쇼핑 패턴이 점차 온라인 비중으로 옮아갈 거란 예상 속에,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주름잡았던 강호들도 변화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270만명에 달하는 충성도 높은 기존의 이베이 유료 고객과 규모에 걸맞는 셀러를 품을 수 있게 된 점은 유형 수치만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인수효과다. 또한, 최근 IT 전문인력 확보 경쟁이 전 산업에 걸쳐 치열한 가운데, 숙련된 이커머스 분야 인력까지 따라왔다.

그에 반해, 경쟁자였던 롯데는 안전한 길을 택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인수전 이후 “검토 결과 당초 기대보다 당사와의 시너지 크지 않고, 인수 이후 추가 투자 및 시장 경쟁 비용도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보수적 관점에서 인수 적정 금액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연말 롯데그룹 임원인사에선 롯데쇼핑의 수장이자 그룹 유통BU장이었던 강희태 부회장이 물러났다. 롯데쇼핑은 지난 1979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수장으로 앉혔다.

유통사업을 총괄하게 된 김상현 부회장은 1986년 미국 P&G에 입사해, 한국 P&G 대표, 동남아 총괄사장, 미국 P&G 신규사업 부사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편,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7월엔 미국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17.5%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기도 해다. 기존 지분 50%를 포함해 67.5%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 2000년 국내 첫선을 보일 당시만 해도 86억원이었던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매출은 매년 꾸준히 상승해, 2020년에는 1조9284억원까지 올라섰다. 2021년 매출은 최초로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신세계와 롯데의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지난 9월 한샘의 지분 인수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며 2995억원을 투자하기로 정했다.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 에쿼티는 7월 한샘의 지분 30.21% 및 경영권 인수를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국내 최대 가구·리빙업체인 한샘의 지분 인수로 신세계그룹의 동일 브랜드 까사미아,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리바트와 사업 경쟁이 불가피하다.

6월 말 통합 GS리테일의 출범을 앞두고, GS홈쇼핑은 4월 중순배달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 역시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과 향후 도심 소형 물류거점을 염두에 둔 투자였다.

8월엔 GS리테일이 2400억원을 들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서 요기요 지분을 인수했다.

재무 투자자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와 함께 구성한 컨소시엄은 DHK 지분 100%를 인수했고, GS리테일은 이중 30% 지분에 해당하는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2020년 12월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며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의 독과점 우려가 제기된다. 당시 알려진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78%, 요기요가 21% 수준. 공정위는 배달의민족 인수를 위해 DH에 요기요 매각을 요구한다.

▲사진 = BGF 제공


재밌지 않으면 도태?

 

M&A 시장의 합종연횡, 이합집산과는 또 다른 양상으로 2021년 유난히 눈에 띄는 시장의 움직임은 ‘이종협업’으로 규정할 수 있다. SNS 확산 등으로 펀슈머·모디슈머 마케팅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안정적인 판매 가도만으로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동종 업권이 아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협업에 소비자들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뜨거운 화제를 지속 만들어냈다.

장수 스낵류 브랜드를 다종 보유한 오리온은 영 캐주얼 패션 브랜드 ‘프로젝트엠’과 고래밥 한정판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롯데푸드도 자사 효자 브랜드 돼지바와 스트릿 패션 브랜드 ‘널디’와 협업을 진행했다. 팔도는 의류 브랜드 미스터스트릿, 숲몰과 라면 국물에 물든 모습을 형상화한 모자를 출시하기도 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는 올해 곰표 밀맥주의 인기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5월 출시 직후부터 품절대란을 겪었다.

하루 평균 판매량 17만개, 최고 판매량 26만개에 육박할 정도의 인기에, 수제맥주의 매출 비중 역시 국산맥주에서 35% 이상 차지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지난 30여년 동안 편의점 맥주 시장에서 단독 판매하는 차별화 상품이 기존 대형 제조사 제품을 누르고 판매량 1위에 오른 건 곰표 밀맥주가 최초다.

이와 같은 인기몰이는 수요를 뒷받침하는 공급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은 2020년 정부의 주류시장 규제 완화 이후 충주 1공장을 수제맥주 클러스터로 전환해 곰표 밀맥주를 비롯해, 수제맥주 붐을 시작한 제주맥주의 위탁 생산도 추진했다.

한편, BGF는 2021년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8365억권, 영업이익 695억원을 기록하며 GS리테일의 GS25와 편의점 전쟁을 하반기에도 지속 중이다. GS25의 3분기 영업이익은 74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3% 하락했다.

 

 

[메가경제=박종훈 기자]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종훈
박종훈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최신기사

HEADLINE

더보기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