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호의 과학단상]㊴ 커피 대신 덖음차 어떠세요?

김송호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2-04-21 09: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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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봄이 되면 꽃보다 더 기다리는 게 있다. 바로 곡우를 전후해서 나오는 덖음차다. 새 봄이 되면 녹차 나무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그 새순을 따서 덖음 처리를 하면 덖음차가 만들어진다.

덖음은 가마솥에 녹차 새순을 넣고, 200~300도 사이의 적절한 온도에서 골고루 뒤집어주면서 가열한 다음(살청) 멍석 등에 꺼내 비비고(유념), 다시 가마솥에 넣어 가열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좋은 덖음차는 이런 가열과 비비기 과정을 아홉(9) 번 반복한다고 한다. 이런 덖음 과정은 한약재를 처리하는 구중구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왜 이런 덖음 과정이 필요한지는 나중에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다.

요즘은 차 문화보다는 커피 문화가 대세가 되었지만, 1세기 전만 해도 커피보다는 차 문화가 훨씬 더 보편화되어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중국의 경우는 지금도 일상생활에서는 커피보다 차를 더 많이 마시고 있다. 중국인들이 차를 많이 마시는 이유는 물이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이 식용에 적합하지 않아 대용 음료를 개발하게 된 것은 비단 중국만이 아니다. 독일에서 맥주가,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포도주가, 영국에서 홍차가 일상화된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금수강산이라고 불리던 한국의 경우에는 물이 마시기에 적합했기 때문에 굳이 차를 일상적으로 마실 이유가 없었지만 선비나 스님 등 일부 계층에서 차를 마시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차의 종류는 발효 정도에 따라 크게 불발효차, 반발효차(20~70% 발효), 발효차(90% 이상 발효), 후 발효차(~100% 발효)의 네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불발효차는 다시 처리 방법에 따라 덖음차와 증제차로 나눌 수 있고, 채취시기에 따라 우전,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눠진다. 불발효차로는 한국의 덖음차와 일본의 증제차를 들 수 있다.

덖음차는 차 잎이 발효되기 전에 앞에서 설명한 덖음 처리를 해서 만든다. 증제차는 일본식 차를 만드는 방법인데, 차 잎을 증기로 쪄서 처리하는 것이다.

덖음과 증제 처리 과정은 발효가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덖음은 차의 차가운 성질을 변화시키는(순치) 기능이 있는 반면, 증제는 그러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에 증제차는 색깔이 밝은 녹색을 띈다는 장점이 있다.

차에는 커피보다 훨씬 더 많은 카페인 성분이 들어 있다. 하지만 덖음 과정을 거치면 차의 카페인 성분이 변화되어(이를 좀 어렵게 화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덖음 처리를 하면 카페인이 카테킨과 결합하여 천천히 흡수되고, 테아닌도 카페인의 작용을 억제하여) 몸에 천천히 흡수되게 된다.

하지만 증제차는 카페인 성분이 원래 상태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마시면 몸에 급속하게 흡수되면서 자극을 주게 된다. 따라서 덖음차를 마시면 몸에 무리한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도 정신이 맑아지기 때문에 선비들이나 스님들이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많이 음용하였던 것이다.

물론 발효도 차를 순치하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차의 유효한 성분들이 변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반면 덖음차가 시간이 지나면 발효가 진행되어 변질되기 때문에 보관이 어렵지만, 발효차는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 한때 차가 건강에 좋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이처럼 차 문화가 사라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불량 차(?) 때문일 것이다. 

 

특히 티백 차는 새 순을 채취하는 게 아니라, 기계로 기존 찻잎, 차나무 가지 등을 한꺼번에 잘라내서 덖음 처리를 하지 않고 그냥 사용하기 때문에 몸에 부담을 준다. 더욱이 대량 생산을 위해 차나무에 농약을 살포하는 경우까지 있어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나는 차에 대한 이런 싸구려 접근이 한국의 차 문화를 사라지게 했다고 생각한다. 한국 고유의 덖음차는 어차피 비싸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도 덖음차 한 통에 20만 원을 주고 구입하고 있는데, 한 통이면 두 달 동안 마실 수 있는 분량이다. 차 한 통 가격은 비싸지만, 하루로 따지면 3000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 금액이기 때문에 커피에 비해서 결코 비싸지 않다.


나는 카페인에 굉장히 민감한 체질이라 오후에 커피나 티백 차를 마시면 밤을 꼬박 새우는 정도다. 하지만 덖음차는 저녁에 마셔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덖음차의 가치를 더 크게 깨닫고 있다. 

 

덖음차가 흐릿해지는 정신을 맑게 해주고 있고, 하루 2리터 정도의 차를 마심으로써 몸의 노폐물을 배출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김송호 칼럼니스트]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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