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호의 과학단상]㉕ 태풍도 필요한 존재다

김송호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1-09-28 13: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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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태풍 ‘찬투’가 남해안으로 지나가면서 많은 비와 강한 비바람을 뿌렸다. 태풍으로 인해 가옥이 침수되고, 농작물이 물에 잠기고, 추수를 앞둔 과일들이 많이 떨어지는 바람에 농민들의 피해도 심하고, 덩달아 농작물 가격도 오르고 있다.

추석을 전후해서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이 많이 오면서 결실을 앞둔 농작물에 많은 피해를 주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름부터 가을까지 우리에게 찾아오는 태풍은 불필요한 존재일까? 자연에는 불필요한 존재란 없다. 인간의 입장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일 뿐이다. 사실 태풍은 자연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물은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니 인간뿐만 아니라, 이 지구상의 모든 존재에게 꼭 필요하다. 지구의 70퍼센트 정도가 물이고, 인체의 60∼80퍼센트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의 경우에 모든 생체 반응은 물을 통해서 일어난다. 음식은 먹지 못해도 몇 주를 버틸 수 있지만, 물이 없으면 며칠을 견디기 힘들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이렇게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물은 처음에는 산과 들에 비의 형태로 내린다. 빗방울들이 모여서 시내를 이루고, 소리를 내며 흐르다가, 큰 강에 이르러서는 느릿하게 흘러간다. 과학적인 용어인 엔트로피 개념으로 보자면 높은 에너지(낮은 엔트로피) 형태에서 점차 낮은 에너지(높은 엔트로피) 형태로 변해간다. 그러다가 마침내 바다에 이르러 멈추게 된다.

바다에 이른 물은 더 이상 자력으로는 움직이지 못한다. 왜냐하면 바닷물은 가장 낮은 에너지 형태, 즉 엔트로피가 최대이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움직이는 경우는 바람에 의해 일렁일 때나 햇볕에 의해 증발될 때다. 햇볕에 의해 증발된 물은 다시 가장 높은 에너지 형태, 즉 엔트로피가 낮아지게 된다. 이게 바로 구름이고, 그 구름이 비 형태로 지상에 내려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태풍은 이런 현상이 광범위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적도 지방에 내려쬐는 강력한 햇볕에 의해 증발된 수증기 형태의 에너지가 햇볕이 덜 내리쬐고 비가 부족한 북쪽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지구 전체적으로 보아 에너지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수단이 바로 태풍인 것이다. 즉 자연의 입장에서 보자면 한 군데 뭉친 에너지를 빨리 분산시키기 위해 태풍의 형태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태풍은 단순히 에너지만 이동하고, 북쪽 지방의 부족한 물을 공급하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바다를 한 번 뒤집어서 정화(?)하는 작용도 한다. 좋게 보자면 약한 나무들을 쓰러뜨려서 솎아주는 작용도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천 밑바닥에 쌓인 오물들도 쓸어내리고, 나무를 흔들어 주어서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태풍은 우리의 욕심과도 비교할 수 있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자신이 가진 것들을 나누는 것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구름과 비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나눔을 실천하지 않고 계속 욕심을 채우다보면 언젠가는 그게 쌓여서 태풍처럼 터지게 된다. 마치 태풍이 뭉친 에너지를 골고루 배분하기 위해 몰아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인생을 물과 비유하자면 인생 초기에는 골짜기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시냇물과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에는 세상의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이 요란하게 흐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인생 후반부에 들어서면 흐르는 강물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움직임이 없는 정적인 상태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인생 후반부에도 골짜기에 흐르는 물처럼 요란하게 살고자 한다. 모든 걸 껴안고 고요히 흐르는 강물처럼 되기를 거부하는 게 일반적이다. 요란한 골짜기 물보다,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강물이 실제로는 힘이 더 세다는 사실을 모르고 말이다. 실제로 전기를 생산하는 댐은 골짜기에 짓지 않고, 넓은 강물을 막아서 짓지 않는가?

이제 인생 후반부에는 내어주고, 나누어 주는 삶을 살도록 하자. 조용히 흐르는 강물처럼 세상을 관조하며 살도록 하자. 자신을 뜨거운 햇볕에 내주어 다시 구름이 되는 순환의 고리가 연결되도록 하자. 바람에 일렁이면서 모든 걸 포용하는 바다가 되도록 노력하자.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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