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무배당·소각···김용범 부회장, 대주주 위한 꼼수논란

황동현 / 기사승인 : 2023-04-03 19: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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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업이익 1.2조 무배당
자사주 매입 소각으로 주주가치 제고
주식 매각·소각 통해 조정회 회장 지분 확대 가능성↑
▲ 메리츠화재 사옥 전경 [사진=메리츠화재]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에도 배당을 하지 않고 자사주를 소각처리한 것에 대해 김용범 대표이사 부회장(겸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대주주 지배력과 이익 강화를 위해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면서, 누적 이익잉여금이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지만, 김용범 부회장 등 이사회는 배당을 하지 않는 대신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을 하기로 결정했다.

 

메리츠화재의 별도 기준 순이익은 8683억원으로 전년 대비 30.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9.4% 증가한 1조1787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첫 1조원을 넘어섰다.

 

메리츠화재가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은 금리 인상으로 배당 재원이 소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매도가능금융자산 중 채권 가치가 하락해 자본 규모가  8765억원으로 전년(2조3951억원) 대비 63% 줄었다. 채권평가손실을 반영한 기타포괄손익누계액(-2조7000억원)도 전년(-3500억원)보다 감소폭이 크게 늘었다. 

 

또, 메리츠화재는 지난 1월 총 179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주주가치를 제고한 바 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 주식가격이 저평가 됐을 때 주가를 방어하고 경영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기업이 자기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으로 주주환원을 하는 방법 중 하나로 꼽힘과 동시에 대주주의 지분율을 자연스럽게 높이며 영향력을 키우는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메리츠화재의 행보를  지난해 11월 메리츠금융지주가 발표한 중기 주주환원정책 수립 공시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메리츠금융지주는 "증권 및 보험계열사의 완전 자회사 편입 뿐 아니라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을 통해 총 주주환원율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3개 상장사(지주·화재·증권)를 하나로 합치기로 한 포괄적 지분 교환 결정으로 메리츠금융 몸값이 8조 원으로 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상한가를 기록했기도 했다.

 

김용범 부회장은 지난 2015년 메리츠화재 대표이사에 취임해 7년간 이끌고 있는 김용범 부회장은 지난해 수익에서 사상 최고를 달성했다. 그런데 올해 배당을 하지 않는 대신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을 결정하면서 김 부회장이 사주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업계 일각에서 일고 있다.

 

 

▲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메리츠화재]

 

메리츠화재는 지난 2월 메리츠금융지주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됐다. 이어 지난달 17일 메리츠금융지주는 4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체결을 결정했다. 신탁계약을 통해 취득하는 자기주식은 향후 소각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활용할 예정이다. 실제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달 29일 자사주 265만6000주(999억4506만1700원)을 소각한다고 공시하고 말일에 소각했다.

 

결국 대주주인 조정호 회장이 이와같은 주식 매입과 소각 과정에서 지분율을 자연스럽게 높이는 것은 물론, 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조정호 회장(지분율 75.81%, 9671만4384주)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최대 주주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4남 1녀 중 막내로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조현숙 씨,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형제들이다. 2002년 조중훈 회장 별세 후 한진그룹이 계열 분리되며 금융 분야를 물려받았다. 조 회장의 배우자는 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차녀 구명진 캘리스코 대표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편은 조정호 그룹 회장에게 최상의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표면적으로 지분율이 50% 아래로 떨어지지만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면 조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앞서 김용범 부회장은 "포괄적 주식교환 결의와 대주주 승계는 상호 관련이 없다"며 "조정호 회장도 기업승계를 않겠다고 천명한 바 있고, 현 상태에서 조정호 회장의 지주에 대한 지분율은 포괄적 주식 교환 이후에는 47%로 하락하고 세금까지 내면 20%도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주주가 지분승계를 할 계획이 없으므로,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도 전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리츠화재는 이미 지주 자회사로 편입됐고, 메리츠증권은 오는 4월5일 완료된다. 주식교환 과정에서 조 회장의 보유 지분은 기존 75.8%에서 45.9%로 줄어든다. 자녀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도 47%에 그치게 된다. 

 

시장은 메리츠금융의 결정에 '오너가 금융지주 지배력을 약화시키면서 회사 이익을 위한 중장기적 결정을 했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더우기 '주주가치 제고'를 표방하며 연결기준 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 원칙을 밝혀 주주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메리츠금융이 표방하는 것이 지배구조 개편의 전부는 아니다. 당장은 조 회장 지분이 50% 이하로 떨어지며 지배력이 약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확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조 회장의 메리츠금융 지분율이 50% 이상이 되면 완전 자회사가 된 메리츠증권과 화재에 대한 영향력 역시 커지게 된다. 자회사들의 상장 폐지로 개인 주주의 개입 마저 없어지게 되어 사실상 모든 의사결정이 조 회장의 손에 달리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 소각은 주주환원과 지배력 강화 두 가지가 공존한다고 볼 수 있다"며, "주식의 유통량이 줄어들면 기존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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