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인기에 국내 중기 PB제품 앞세워 수출 전진 기지 역할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국내 유통업체가 내수에서 다진 실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메가경제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해 글로벌로 향하는 국내 유통업체들의 성장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편의점도 수출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가능하다’
국내 편의점 업계 1위 CU가 ‘K-편의점’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국내 편의점이 쌓아온 그간의 전문 노하우를 집약해 우리나라 편의점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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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CU편의점에 물건을 구매하기 위한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사진=CU] |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2018년 4월, 몽골 기업인 센트럴 익스프레스(Central Express)와 마스터 프랜차이즈(Master Franchise, 본사가 현지 기업에 브랜드 사용 권한 및 매장 개설, 사업 운영권을 부여하고 로열티를 수취하는 방식) 계약을 체결하고 업계 최초로 몽골 시장에 진출했다.
CU가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것은 2012년 국내 독자 브랜드로의 전환 이후 6년 만의 쾌거였다.
이는 로열티를 지불하고 외국 브랜드를 사용해 오던 프랜차이지(Franchisee) 국내 기업이 브랜드 독립 후 프랜차이저(Franchisor)로서 해외에서 로열티 수입을 벌어들이는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BGF리테일은 상품 MD, 개발, 물류 등 각 분야의 정예 인원으로 구성된 TFT를 현지에 파견하여 상품 레이아웃, 점포 디자인, 물류 시스템부터 접객에 이르기까지 점포 운영 전반에 거친 시스템과 노하우를 지원했다.
CU는 2018년 8월, 울란바토르에 몽골 1호점인 CU샹그리아점을 개점했으며 2023년 3월 300호점을 달성했다. 대한민국 유통 기업이 해외에서 300호점을 개점한 것은 CU가 처음이다.
CU가 몽골에 첫 진출한 2018년부터 100호점을 개점하기까지 약 26개월, 200호점까지 약 18개월이 걸렸으나, 300호점을 개점하기까지는 약 10개월이 소요된 것으로 꾸준한 사업 실적을 보였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다. 현재 총 330개가 넘는 점포를 운영하며 몽골 편의점 업계에서 7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에 올라 있다.
CU는 현지 편의점 업계 최초로 몽골의 제2도 시인 다르항(Darkhan)에도 3개의 점포를 개점하면서 울란바토르뿐 아니라 몽골 전역으로 출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현지 반응은 폭발적이다. 몽골에서 ‘편의점=CU’라는 고유 명사로 불릴 만큼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하루 평균 객수는 한국의 약 3배 수준인 1천여 명에 이른다.
몽골 CU에서 현지 고객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상품은 ‘GET 커피’다. GET 커피는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몽골 CU에서 점포당 하루 평균 200여 잔씩 판매되고 있다. 이는 한국 판매량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다양한 먹거리 수요를 겨냥해 김밥 등 한국식 간편식품을 비롯해 토스트, 핫도그 등 즉석조리식품을 판매하고 몽골식 찐빵인 보즈와 몽골 전통 만두 튀김인 효쇼르 등 현지 식품도 편의점 상품으로 개발해 현지화에도 성공했다.
몽골 CU는 울란바토르 근교에 위치한 콘코르 지방에 간편식품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푸드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업계 최초로 물류센터 내 소분 분류 피킹 시스템(Digital Picking System)을 도입해 기존 대비 20~30% 빠른 속도로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CU는 한국 상품을 알리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몽골 CU에서 판매하고 있는 전체 상품의 약 30%를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HEYROO(헤이루) PB상품들로 구성하여 국내 중소기업 40여 곳이 CU를 통해 간접적으로 몽골 시장에 진출했다.
이처럼 CU가 몽골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한국형 편의점 모델을 통해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차별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몽골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또한, CU는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지난 2021년에는 몽골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단독으로 입점했다. 해외 국제공항에 문을 연 첫 번째 대한민국 편의점이 된 것이다.
▲말레이시아 CU점포에서 손님들이 한국 간편식을 고르고 있다[사진=CU] |
CU는 몽골에서의 성공적인 진출을 기반으로 동남아시아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말레이시아 기업인 Mynews Holdings(이하 마이뉴스 홀딩스)의 자회사인 MYCU Retail과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 4월, 업계 최초로 말레이시아 CU 1호점을 오픈했으며 지난해 7월 100호점을 달성했다.
이는 최초 목표인 1년 내 50호점 개점을 2배가량 앞당긴 것으로 말레이시아 편의점 업계 역대 최단기간 100호점 기록이다. 현재 CU는 말레이시아에서 140여 점포를 운영 중이다.
CU는 현재 쿠알라룸푸르를 중심으로 조호바루, 말라카, 페낭 등 말레이시아 주요 도시에 진출해 있으며 조만간 말레이시아 동부 지역(보루네오섬)으로도 출점 범위를 확장해 올해 말까지 160점, 향후 5년간 500점 이상의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CU의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뜨겁다. 1호점 개점 때부터 점포 앞에 100m가 넘는 긴 줄이 늘어서며 하루 평균 1천 명, 최대 3천 명의 고객이 방문했다. 한국 문화에 선호도가 높은 현지 소비 동향을 겨냥한 한국화 전략이 현지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적중한 것이다.
실제, 한국 상품들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전체 매출에서 무려 6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매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떡볶이 2종은 하루에 4,000컵씩 팔린다. 이 외에도 닭강정 등 한국식 먹거리와 델라페 아이스드링크 등 PB상품의 인기가 높다.
CU는 현지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만큼 CU의 PB상품 등 한국 상품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주 비빔 삼각김밥, 김밥, 서울식 소불고기 도시락, 인기가요 샌드위치 등 특색 있는 한국 메뉴와 트렌드 상품들을 그대로 옮겨놨다.
또한, CU는 그동안 쌓아온 IT 역량과 노하우를 집약한 ‘BGF 글로벌 IT시스템’을 통해 현지 파트너사와의 유기적인 협업을 이어감으로써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말레이시아 가맹사업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최근 말레이시아 내 CU의 신규 출점 및 브랜드 전환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은 현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되면서 객수, 매출 등의 사업 지표가 모두 글로벌 편의점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CU는 올해 6월 세 번째 해외 진출 국가를 카자흐스탄으로 정하고 현지 기업 ‘Shin-Line(신라인)’의 편의점 전문 신설 법인인 ‘CU Central Asia’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신라인은 카자흐스탄 아이스크림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최대 빙과 업체다. 카자흐스탄 및 중앙아시아 전역에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는 라면, 냉동식품, 유제품 등 편의점과 밀접한 상품으로 사업 영업을 확장 중이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5개국 중 1위에 오를 만큼 소비자의 구매력이 높고, 전체 인구 중 30세 미만의 청년층이 53%를 차지하는 등 편의점 산업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BGF리테일은 코로나 이후 카자흐스탄 내 근거리 쇼핑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대형마트에 비해 소형 유통 점포 환경이 여전히 낙후되어 있어 현대화된 편의점 채널의 수요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문화의 인기는 카자흐스탄 내 CU의 안정적인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매력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몽골과 말레이시아의 성공적인 진출을 기반으로 해외 사업 운영 노하우를 확보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편의점의 경쟁력과 우수성을 해외에 전파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은 내실 성장에 집중하는 한편,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 국가 진출을 통해 글로벌 CVS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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