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집안 싸움 심했나"...폭스바겐이 등돌린 'K-배터리'

이석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3-16 11: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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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2023년부터 각형 배터리셀 채택...국내 업체 타격 전망
평행선 달리는 'LG-SK 배터리 분쟁'...美 바이든 거부권 향방만 바라봐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폭스바겐이 오는 2023년부터 각형 배터리셀을 채택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향후 국내 업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전기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이 현재 배터리 공급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대신 중국기업 노스볼트·CATL과 장기적으로 손을 잡을 것으로 전망돼 국내 업체끼리 집안 싸움을 벌이는 사이 모두가 패자인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 출처=폭스바겐그룹 홈페이지


폭스바겐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파워 데이(Power Day)'를 열어 2023년부터 자사가 생산하는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셀(Unified Battery Cell)'을 채택하기 시작해 2030년까지 전체 생산분의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폭스바겐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제조사는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CATL 등이며, 국내 업체들은 MEB 플랫폼에 파우치형으로 납품하고 있다. 테슬라는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날 행사에서 유럽 내 배터리 생산 능력을 총 240GWh까지 향상시켜 자급률을 높이고, 스웨덴, 독일, 스페인, 프랑스, 폴란드, 슬로바키아, 체코 등 6개 국가에 배터리 공장을 세울 것이라는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첫 배터리 공장은 2023년 스웨덴에 설립될 예정으로 노스볼트(Northvolt)가 운영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노스볼트는 스웨덴 업체로 각형 배터리를 제조하고 있으며, 폭스바겐이 지난 2019년 지분 투자를 통해 20%를 보유한 기업이다.
 

▲ 출처=폭스바겐그룹 홈페이지


이번 발표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타격이 예상되자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지면서 증시에서는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16일 오전 11시 40분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각각 7.56%, 5.69% 하락한 상태로 개장 이후 낙폭을 키우는 등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배터리 분쟁을 벌이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장기간 타협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양사간 갈등으로 향후 안정적인 배터리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폭스바겐의 판단이 이번 발표에 반영된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세계 시장에서 잘나가던 'K-배터리' 업계가 이번 집안 싸움으로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라는 것이다.
 

▲ 일러스트=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10일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 측 손을 들어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 이후에도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염두에 두고 연일 한치의 양보 없는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인수할 수 있다는 의지까지 내비치면서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을 보이자 양사 합의가 단기간 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을 통해 “LG의 무책임하고 도를 넘어선 ‘미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저지 활동’은 미국 사회의 거부감만 불러 일으킬 뿐”이라며 맹비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결정 공시도 없이 5조 원 규모를 신규로 투자한다는 발표"를 내놨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조지아주 출신의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 인수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이는 언론이 분석하는 바와 같이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영향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또한 "SK는 조지아 사업을 위한 부지선정 때부터 조지아주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 깊은 신뢰를 쌓기 위해 오랜 기간 많은 활동을 해 왔고, 또 향후 2~3조 원의 추가 투자까지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와의 신뢰를 강조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협상에 관해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달 초에도 양측 고위층이 만난 적이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동의한다면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상 경과 모두를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연합뉴스]

국내 기업들이 국익을 건 정부의 중재 노력에도 진흙탕 싸움을 벌이며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려 있는 사이 경쟁업체들은 빈틈을 파고들어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허용하는 빌미가 제공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향후 각형 배터리 보급 확산, 전고체 배터리 전환 등 기술 변화로 배터리 업계 판도가 한순간에 뒤집어지는 결과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폭스바겐 내 파우치 생산 한국 업체들의 영향력은 크게 강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최근 노스볼트는 2차전지 양산을 위해 한국산 2차전지 장비 구매, 특수소재 확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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