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전쟁' 패배로 다급해진 SK이노, 남은 건 바이든 美 대통령 거부권뿐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2-11 13: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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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익 명분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강력 호소...합의는 여전히 안갯속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맞붙은 '배터리 전쟁'에서 패배하자 입장문을 통해 향후 절차에서 적극 대응할 방침을 밝히면서도 소송 종료를 위한 합의 가능성을 열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 측 손을 들어주는 최종 판결(determination)을 내렸다.

이에 완승을 거둔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비밀 침해가 명백히 확인됐다”며 "피해 수준에 상응하는 합의안을 적극 제시하라"고 압박에 나섰다.
 

▲ 서울=연합뉴스

 

반면에 SK이노베이션은 미국의 국익과 소비자 효용을 강조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면 ITC 최종 판결 이후 60일 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일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통지 당일 ITC 판결에 대한 효력을 잃게 된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침해 소송에서 ITC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지만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판결을 뒤집은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미국 ITC 최종 판결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이 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아직 남아 있는 절차(Presidential Review)를 통해 해당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유감을 전했다.

또한 “절차상의 문제점을 근거로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실체 판단의 기회를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ITC의 판결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항소 등 정해진 절차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 진실을 가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이 결과를 뒤집기 위해서는 이번 ITC 최종 판결이 미국의 국익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근거를 바이든 행정부에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 LG에너지솔루션 CI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년 이상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에 공급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성 문제가 일어난 적 없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배터리’"라며 "이를 미국에 전기차를 판매하는 자동차 기업을 통해 미국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없게 되면 미국 기업 및 소비자 입장에서는 큰 손실"이라고 강조할 방침이다.

또 "미국 조지아에 건설하고 있는 배터리 공장은 최고 50억 달러가 투자돼 최대 6000여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규모"라며 "이를 바탕으로 한 파생투자 및 고용 효과를 감안하면 공장이 입지하고 있는 조지아뿐 아니라 인근의 다른 지역 경제의 활성화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미국의 새 행정부를 향해 일자리 공세를 펼칠 예정이다.

만약 이 공장이 중도에 가동을 중단하게 되면 그 피해가 조지아 전체, 나아가 미국경제와 사회에 미친다는 것.

SK이노베이션은 "이번 ITC 결정으로 미국의 관련 산업 생태계 발전과 전기차 소비자 안전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전기차 시장은 정부의 친환경 정책적 기조에 따라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면서 일각에서는 수요 급증에 따른 배터리 공급 부족 사태를 예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이번 ITC 수입 금지 결정에서 제외된 폭스바겐·포드 모델에는 미국 내 생산을 위한 부품 수입이 각각 2년·4년간 허용되면서 해당 기간에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내 공장 설립·운영이 제한적으로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도 전했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밸류 크리에이션 센터장은 “앞으로 남은 절차에 맞춰 최선을 다해 사업과 고객, 그리고 미국의 경제와 지역사회에도 차질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며 “합리적인 조건하에서라면 SK이노베이션은 언제든 합의를 위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소송을 조기에 종료하고 산업 생태계 발전 및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실적 [출처=SK이노베이션]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배터리 사업에서 신규 해외 공장 가동, 판매량 증가 등으로 고성장을 이어갔지만 차기 가동 예정인 공장 초기 비용 등이 반영돼 426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 4분기 배터리 사업 손익에 소송 관련 법률 비용이 100% 반영됐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성장세도 더욱 가파르게 올라갈 전망이다.

백영찬 SK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2020년 27GWh에서 2021년 40GWh, 2023년 84GWh, 2025년 120GWh까지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라며 "2023년에는 외형 7.2조 원, 영업이익 2503억 원, 2025년에는 외형 10조 원, 영업이익 5427억 원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소송에서 완패를 거두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우위를 점하게 돼 합의금에 대한 협상 결과에 따라 재무적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아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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