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으론 역부족 당국의 보완책 필요해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새 회계기준 IFRS-17과 건전성 지표 K-ICS 도입을 계기로 보험사들의 경영실적 변동성이 확대가 심화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 22개·손해보험 31개 등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9조1440억원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조5399억원 63.2%나 급증했다. 생명보험사는 3조815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75.0% 늘어난 1조6352억원, 손해보험사 역시 5조328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5.6% 증가해 1조9047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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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회계기준 IFRS-17과 건전성 지표 K-ICS 도입을 계기로 보험사들의 경영실적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내 전경 [사진=연합뉴스] |
이 같은 보험사의 순이익 증가는 해당 기간 영업실적이 크게 호전되거나 대규모 투자수익 등이 없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서 산출해온 통계자료의 시계열 분석기준까지 달라진 만큼 장기간 경영실적 변동을 검증할 수 없는 모순을 어떻게 해소할지 우려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실적이 갑자기 늘자 자의적 회계처리를 막는다면서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보험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에 반영할 방침이다. 빠르면 연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금감원의 시행세칙 개정으로 보험사들의 회계 관련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보험사들의 순이익이 크게 늘었고 올해 들어 2개 분기 내내 같은 현상이 반복돼 실적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계리적 가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5월 마련된 가이드라인만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이드라인을 개정 보험감독 시행세칙에 반영해 규제를 강화할 경우 보험사의 회계처리 부담은 2중, 3중으로 늘어나게 된다”면서 “아무튼 각사의 역대급 실적을 살펴보면 이것이 시행착오인지, 글로벌 기준에 맞는 정상치인지 의구심마저 든다”고 덧붙였다.
새 회계제도를 도입한 뒤 나타난 보험사의 좋은 실적은 그동안 보험사의 경영성적이 저평가됐었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의도적인 분식회계나 자의적 처리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일부 계리적 가정만 개선하면 해결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을 도입하기 전에는 가장 큰 걱정거리가 수익 인식의 문제였으나 정작 시행하니 갑자기 순이익이 급증한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금감원과 금융시장, 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객관적으로 검증된 회계보고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계리적 가정만의 문제로 보는 금융당국의 시각에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수많은 시나리오와 시뮬레이션을 가동해 검증한 새 회계기준이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변동성이 늘어난 보험사 경영실적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증이 가능하도록 금융당국에서 조속히 보완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견해가 팽배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앞서 소급법과 전진법 채택을 둘러싼 논란을 들지 않더라도 회계제도 변경이 가져온 근본적인 모순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이 미봉책만 남발하지 말고 심도 깊은 논의와 보완책을 마련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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