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황성완 기자] 국내 IT 업계가 정부 주도의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에 대거 참여하면서, AI 주권 확보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소버린 AI' 전략에 따라 SK텔레콤, KT,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며 기술 자립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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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 AI 가상 이미지. [사진=챗GPT] |
◆"AI는 전략 무기"…정부, 100조 투자·인재 육성 박차
25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주관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에는 SK텔레콤, KT,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를 포함해 총 15개 기업이 참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AI를 국가 핵심 전략으로 육성하겠다는 국정기조 하에 소버린 AI 정책을 발표했다. 소버린 AI는 주권(Sovereign)과 AI를 결합한 개념으로, 외국 기술 의존 없이 자국 인프라·데이터·인력·기술로 AI를 독자 개발해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뜻한다.
정부는 해당 정책의 핵심 목표로 ▲데이터 주권 확보 ▲기술 자립 및 디지털 안보 강화 ▲산업 경쟁력 제고 ▲문화적 정체성 유지 등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약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AI 전문가들과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재 양성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AI 인재 확보는 국가 AI 경쟁력의 핵심 과제”라며 “현장 의견을 반영한 실질적인 인재 지원 방안을 지속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SKT·KT·네이버·카카오…각축전 벌이는 AI 빅4
이번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는 주요 IT 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며 기술 경쟁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자사 AI 서비스 ‘에이닷’을 중심으로 대규모 언어모델(LLM) ‘에이닷 엑스 3.1(A.X 3.1)’을 자체 개발해 지난 24일 글로벌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 공개했다. 소버린 AI 기술력 확보를 위한 SKT의 행보가 본격화된 셈이다.
KT는 한국어 특화 AI 모델 ‘믿음 2.0’을 통해 국내 AI 성능 평가에서 1위를 기록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자사 AI 브랜드 ‘믿음’을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도 지속되고 있다.
포털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AI 경쟁에 가세했다. 네이버는 자체 생성형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한국형 AI 생태계 구축을 선도 중이다. 최근에는 경량화 추론 모델 ‘하이퍼클로바X 시드B 14B 싱크’를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AI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카카오는 멀티모달 모델 ‘카나나-1.5-v-3b’와 MoE 기반의 ‘카나나-1.5-15.7b-a3b’를 국내 최초로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자체 AI 역량을 과시했다. 향후 오픈AI와 연계를 통한 AI 에이전트 시장 공략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자사 플랫폼인 카카오톡과 연계한 대규모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전 국민의 AI 접근성을 높이고, 국가 AI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정부의 소버린 AI 정책에 업계가 적극 호응하면서, 국내 AI 산업은 올해를 기점으로 질적·양적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자국 기반의 초거대 AI 모델 개발과 보급이 가시화되면, 기술 주권은 물론 글로벌 AI 주도권 확보 경쟁에서도 한 걸음 더 앞서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 중심의 AI 주도권 구도가 흔들리는 지금, 소버린 AI는 한국형 생태계를 자립적으로 구축할 기회"라며 "이제는 누가 먼저 만들었느냐보다, 우리 언어와 데이터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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