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저 부실채권비율 '착시'...정부조치 끝나면 악화
영끌 투자자, 한계기업, 저신용자 등 부실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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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대출조이기'에 나서는 등 가계부채 관리,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대출조이기'에 나서면서 급증한 가계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의 건전성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미국이 년내 통화정책의 긴축으로 방향전환이 점쳐지는 가운데 현실화 될 경우 정부의 코로나 19 대출 유예조치 대상기업들과, 신용상태가 취약한 한계기업, '영끌' 개인들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가계부채 등이 당장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폭탄으로 둔갑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그러나, 금리 인상기가 오면 상대적으로 고금리 빚을 쓰는 취약계층과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 관리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최근 금융당국은 올해 2분기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또 다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6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54%로 직전분기말대비 0.08%포인트(p) 하락했다. 부실채권비율은 총 여신에서 고정이하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에 따라 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 3월말 0.78%에서 6월말 0.71%, 9월말 0.65%, 12월말 0.64%, 올해 3월말 0.62%로 역대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은행 부실채권 비율은 12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1조6000억원 감소했다. 그중 기업여신은 10조5000억원으로 전체 부실 여권의 86%를 차지한다. 기업 여신 부실채권비율(0.76%)은 전분기말 대비 0.13%p 하락했다. 가계 여신 부실채권비율(0.18%)도 전분 기말 대비 0.02%p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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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19의 타격을 받은 명동 중심가의 한산한 모습[사진=연합뉴스] |
이번에도 부실채권비율이 최저치를 기록한 이유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유예조치가 다음달 말까지 추가 연장됐기 때문이다. 이 조치는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9월과 올 3월 두차례에 걸쳐 연장됐다.
금융당국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만기연장과 이자상환유예조치를 다음달 말까지 추가연장하면서 잠재부실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더우기 유예기간동안 이들의 상환여력 회복은 각자의 상황은 다르지만 금융불균형이 심화된 상황에서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은 시기는 미정이지만 기정사실이고, 이렇게 되면 빚 많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되어, 특히 취약한 재무구조에 놓인 서민층 위주로 보유자산의 부실화가 급속히 진행될 수 있다.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소비여력이 줄어 민간소비가 움츠러들게 된다.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은 가계는 금리 인상에 따른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 대출에서 소외된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과 여신전문회사들의 대출금리는 비록 최고금리가 낮춰졌다 하더라도 10%~20%대라 원리금을 갚기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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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연합뉴스 제공 |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영끌' 젋은세대와 '빚투' 투자자들이 주택담보대출에 대거 뛰어 든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주택 가격의 고공행진이 유지된다면 괜찮겠지만, 만약 주택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이 닥치면 가격 하락손실과 유지비용 부담, 원리금 상환의 삼중고에 맞닥트리게 되어 그야말로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자를 갚을 능력이 없는 '하우스 푸어'들이 집을 싸게 내놓으면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냉각되면서 시장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대출에 연계된 '소구권'에 주목한다. 은행들은 주택담보 대출자가 집을 처분한 돈으로도 빚을 갚지 못하면 다른 재산과 월급까지 압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데, 이것이 소구권이다.
소구권은 부동산 시장이 충격을 받아 집값이 하락할 경우 금융기관 부실을 야기하는 차원을 넘어 소비감소를 가져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파급 효과를 미치게 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당장 문제는 안 되겠지만 가계부채 문제는 한 번 터지면 어떻게 번질지 모른다"며 " '영끌', '빚투' 투자자들, 취약계층, 저신용 고액대출자 등 위험한 차주부터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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